글 |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벨로스터


모든 기업들이 그렇듯, 자동차 브랜드가 사업을 벌이는 궁극적인 목적은 차를 많이 팔아 큰돈을 버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대표 모델인 아반떼와 쏘나타, 싼타페, 심지어 화물차인 포터조차도 이러한 목적에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모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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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차가 '돈을 열심히 벌자'는 데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꼭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거나 그 회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성격의 모델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서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재미있는 차도 만들고 있어요"라는 인식을 줄 만한 차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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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모델, 물론 현대자동차에도 있습니다. 후륜구동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와 독창적인 스타일과 콘셉트로 태어난 벨로스터가 그 주인공이죠. 둘 중에서도 벨로스터는 경제적인 진입 장벽이 낮아 젊은이들을 현대자동차의 가망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수단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벨로스터 1.6 GDi 모델은 아반떼 수준의 가격 및 유지비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벨로스터시승기

 

이러한 현대자동차의 '악동' 벨로스터가 소소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터보 모델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하고 인테리어를 개선해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애시드카퍼, 블루스프린터라는 무광 컬러를 더해 상품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벨로스터 라인업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는 'Turbo GDi  D 스펙 DCT'. 이 차를 통해 벨로스터가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리딩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는지 함께 체크해 보도록 하시죠.



독창적인 1+2 도어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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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쪽에서 바라보면 분명 쿠페 또는 3도어 해치백인데, 조수석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5도어 해치백처럼 뒷문이 달려 있는 차. 이러한 벨로스터의 독특한 바디 형태는 출시 때부터 제법 긍정적이라는 평가였습니다. 쿠페는 뒷좌석 승하차가 불편하다는 단점을 깨트리되, 3도어 특유의 스포츠성을 챙김으로써 스타일과 실용성을 양립했기 때문이죠. 조수석 쪽 뒷문의 도어 핸들을 유리 쪽으로 숨겼다는 것만 보아도 벨로스터가 얼마나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벨로스터시승기

 

A필러를 시작으로 엉덩이 쪽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은 벨로스터 디자인의 꽃. 뒤쪽 시야가 작다는 단점은 해치도어의 유리를 'ㄱ'자 형태로 만들어 극복했고, 그 꼭짓점에 스포일러를 달아 이질감과 심심함을 덜어낸 눈치입니다. 특히 시승차처럼 파노라마 선루프가 달려 있는 경우 A필러 쪽 천장부터 뒷 창까지 전부 유리로 이어지기에 상당히 이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벨로스터터보시승기


시승차는 터보 모델로서 1.6L 자연흡기 엔진의 노말 모델과 앞뒤 범퍼 및 사이드 스커트가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입을 확 벌린 터보 전용 헥사고날 그릴은 여전하고 스포티한 원형 안개등도 자리를 꿋꿋하게 지킨 모습입니다. 보닛에서는 두 개의 에어벤트가 삭제된 것도 눈에 띄는데, 이 때문인지 한층 말쑥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벨로스터시승


사이드 스커트를 차체 바깥쪽으로 한껏 벌려 노말 대비 15mm 넓은 전폭을 갖게 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차이이고, 리어에서는 디퓨저와 원형 머플러로써 스포티함을 강조했습니다. 옆쪽에서는 바퀴가 눈에 띕니다. 기존 바람개비 모양의 크롬 휠을 스포티한 트윈 스포크 스타일로 변경했고 블랙 컬러로 도장해 강한 이미지를 풍깁니다. 여기에 보태어 타이어의 폭도 기존 215mm에서 225mm로 10mm 넓혀 코너에서의 접지력과 주행안정성을 끌어올렸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를 휘감은 적잖은 변화


벨로스터터보시승


'다즐링블루' 페인트로 칠해진 외관만 살펴보았을 때는 별다른 변화를 거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도어를 여는 순간부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번 터보 모델은 오렌지, 블루, 그레이 포인트로써 내장을 일신했기 때문이죠. 


벨로스터시승

  

시승차의 경우에는 차체 색깔과 흐름을 같이하는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시트의 날개 부분과 센터페시아 하단, 도어 핸들, 안전벨트가 파란색으로 바뀌었지요. 벨로스터를 출시 직후에 탔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을 때, 신형의 인상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서 무척 신선했습니다. 제가 만약 벨로스터 터보를 구입한다면 딱 '이 조합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반전은 천장 쪽 내장재를 기존 회색에서 블랙으로 변경한 것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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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컬러 포인트뿐만 아니라 시트 자체의 개선도 이뤄졌습니다. 방석 부분의 길이를 늘여 착좌감을 끌어올렸고 버킷 날개 부분을 키워 코너에서 몸을 잡아주는 역할을 키운 게 구체적인 내용에 해당됩니다. 아울러 다소 조악했던 계기판 품질도 향상시켰습니다. LCD 창의 도트 수가 늘어 그래픽이 뚜렷해졌으며 계기 바늘의 영점을 6시 방향으로 내려 스포츠카에서 쓰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폰트를 기울임체로 변경해 약간의 장난기가 더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터보 엔진과 DCT가 일군 달리기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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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204마력을 내는 1.6L 직분사 터보 엔진은 기존과 동일합니다. 터빈 하우징의 벽을 두 갈래로 나눈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로써 저회전에서의 터보랙을 줄였고 최대 부스트 압력을 1.24바(bar)까지 사용함으로써 고성능과 반응성을 동시에 챙긴 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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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변속기. 토크컨버터 기반의 6단 자동변속기가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변속기로 바뀐 것이 핵심입니다. 벨로스터 터보의 7단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 적용 이유는 1) 다단화와 '직결'을 통한 효율 향상과 2) 듀얼 클러치로써 변속 속도 향상과 레브 매칭 기능 적용을 통한 스포츠성 증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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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듀얼 클러치가 적용된 벨로스터 터보는 6단 수동변속기 모델에 준하는 효율을 갖게 되었습니다. 6단 자동변속기 시절과 비교할 경우 연비는 0.5km/L 좋아졌고 CO2 배출량은 7g/100km 감소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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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벨로스터 터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효율보다는 성능 향상에 주목할 것이 분명합니다. 애석하게도 6단 자동변속기 사양과 비교시승을 한 것이 아니기에 수치상의 성능 변화를 또렷이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200마력의 소형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가속성능을 낸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더뉴벨로스터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기어를 넘겨받는 속도는 만족스러웠으며 변속기 로직도 흠잡을 데 없어 보입니다. 다만 지체와 정체를 반복하는 저속에서는 변속기가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반 클러치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벌어지는 아쉬움인데, 이는 도심 위주의 운전자에게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보다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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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외에는 단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레브 매칭(다운 시프트 때의 엔진 회전수 보상 기능)이 매끄러웠고, 속도를 높일수록 무척 부드럽게 기어가 넘어갑니다. 듀얼 클러치의 기계적인 특성으로 인해 변속기에서 동력을 깎아 먹지 않는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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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워크는 상당히 경쾌한 편입니다. 코너링 때는 약한 오버스티어 성향을 보이는데, 이 차의 성격을 떠올리면 언더스티어가 주는 안정감보다는 이쪽이 바람직한 세팅이라고 여겨집니다. 터보 전용의 모노튜브 댐퍼와 강성을 보강한 변속기 쪽 미미는 연속 코너에서의 차체 반응을 높이는 데 일조하며 탄탄한 주행감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플렉스 스티어링 기능을 채용, 운전대의 무게감을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적잖은 매력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운전 재미와 달리기 성능을 추구한 모델이다 보니 일상 주행에서의 승차감은 다소 뻣뻣한 편입니다. 댐퍼와 스프링의 조합은 괜찮은 편이지만 저속에서 딱딱하고 고속에서는 오히려 물러지는 현재의 세팅은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벨로스터가 '좋은 하체'를 가지려면 현재의 세팅과 오히려 반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은 한 차례의 풀 체인지를 거치고 나면 성숙해 질 것이 분명합니다.


엔진사운드이퀄라이저

 

이번 벨로스터 터보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바로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 기능. 이는 일종의 흡기 사운드 제네레이터로, 흡기음을 실내로 증폭시켜줌으로써 운전자로 하여금 흥분을 자아냅니다. 사실 제네시스 쿠페에도 이미 적용된 바 있지만 제네시스 쿠페와 달리 벨로스터 터보의 경우 음색을 세 가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직접 써본 바로는 각 모드에 따른 소리가 확연히 달라 흥미로웠으며, 음량도 조절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스로틀 보디 사이의 반응성을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한 점도 분명한 매력입니다. 다만 그 설정에 따른 실제 반응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



'가성비' 최고의 스페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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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T가 신규 적용됨에 따라 벨로스터 터보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운전 재미를 강조한 주행성과 비대칭 보디의 실용성도 나무랄 데 없습니다. 하지만 벨로스터의 유니크한 성격상 이 차가 많이 팔리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과 마니아들은 이런 스페셜 모델이 꾸준히 개발되고 생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벨로스터터보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장비한 이 악동을 2,370만원이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건 자동차 매니아 입장에서 '축복'이라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스펙의 일본차나 독일차를 손에 넣으려면 4~5,000만원은 필요했었는데 이렇게 날쌔고 독창적인 차를 국내에서 이토록 저렴한 가격대에 만나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벨로스터


소소한 개선을 통해 부쩍 진화한 벨로스터. 이차는 현재로서도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이끌어나갈 자질이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진화의 흐름을 타고, 부디 2세대, 3세대 모델을 지속적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벨로스터의 독특한 콘셉트가 향후 어떻게 발전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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