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7단DCT

                               

좋은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바퀴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변속에 걸리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고, 조작은 간편해야 하며, 변속기가 엔진 출력을 깎아 먹는 일도 없어야만 하죠. 이러한 조건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변속기가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입니다.

 

DCT


자동차의 동력성능은 엔진에 따라 좌우됩니다. 엔진 성능이 좋아야 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고 효율(연비)도 좋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엔진(내연기관)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회전수에 제한이 있다는 것. 따라서 엔진과 바퀴는 직접 연결될 수 없는 운명입니다. 그래서 엔진이 금세 회전 한계에 이르지 않게 하고, 또 큰 힘을 내는 영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변속기’죠. 변속기는 엔진이 내는 힘을 바퀴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차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달리게 합니다.

 

dualclutchtransmission


만약 변속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엔진을 얹더라도 자동차는 잘 달릴 수 없습니다. 즉 변속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변속기가 엔진 파워를 깎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뭐, ‘그런 차가 얼마나 있겠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자동차 전문 기자 생활을 하며 타본 차 중에는 의외로 이런 차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엔진은 참 좋은데, 다른 모든 게 참 좋은데 변속기가 엉망이라서 제 능력을 발휘 못하는 안타까운 차들이죠.

 

7단DCT


이렇듯 변속기의 중요성이 높다 보니 자동차 메이커들은 엔진뿐만 아니라 변속기의 개발에도 엄청나게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의 경우 동력 전달 효율을 개선(동력 손실률 저감)하는 한편 기어 단수를 늘려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죠. 하지만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는 원천적으로 전통적인 수동변속기보다 동력 전달 효율이 좋을 수 없습니다. 수동변속기는 기계적인 ‘클러치’ 디스크가 마찰되며 엔진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데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는 유체클러치, 즉 기어 오일로써 동력을 잇기 때문이죠. 결국, 자동변속기는 태생적으로 수동변속기의 동력 전달 효율을 뛰어넘을 수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7단DCT

[ 벨로스터 터보, i30 디젤, i40 디젤, 투싼 피버에 적용된 7단 DCT]

 

이는 자동변속기 입장에서 참 안타까운 일일 것입니다. 게다가 자동차 업계의 화두가 친환경인 요즘, 감히(?) 엔진 파워를 깎아 먹다니요. 하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 있습니다. 수동변속기의 높은 동력 전달 효율과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아우른 변속기, 바로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입니다. 한 마디로 수동변속기의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기어가 자동으로 바뀌도록 만든 것이죠. DCT는 상용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의 효율 중시 트렌드에 따라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DCT를 적극적으로 개발 및 보급하고 있으며 i30와 i40 디젤 모델, 투싼 피버, 벨로스터 터보에 얹힌 7단 DCT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DCT는 도대체 어떤 장점이 있길래 이렇게 각광받고 있는 것일까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이종교배

 

앞서 설명했듯이 수동변속기는 동력 손실이 거의 없다는 커다란 장점을 갖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전문지를 보면 ‘수동변속기 모델이 자동변속기 모델보다 빠르다’는 논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귀찮고 어렵다는 것이죠. 운전자가 일일이 몇 단을 넣을 것인지 계산해야만 하고, 또 물리적으로 선택한 기어를 손으로 넣어 주어야 합니다. 게다가 동력을 붙이고 떼는 클러치를 왼발로 직접 조작해 주어야 하고요.


벨로스터DCT

[ 벨로스터 터보는 수동변속기와 DCT 모델이 함께 팔리지만, 실제 가속은 DCT가 더 빠르다고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른바 ‘휴먼 에러’의 문제도 있거든요. 예컨대 클러치 페달 조작에 실패해 시동을 꺼트리거나 심한 경우 클러치 디스크를 홀랑 태워버릴 수도 있고, 후륜구동 모델은 다운시프트에 실패(가령 5단에서 4단을 넣어야 하는데 2단을 넣었을 경우)하면 뒷바퀴가 잠기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몇 단을 넣을 것인지 고른 것이 자동변속기의 변속 로직보다 좋은 선택을 하리라는 보장도 없고요.
다소 극단적으로 설명했지만 이러한 수동변속기의 단점을 뒤집으면 그게 곧 DCT의 장점이 됩니다. DCT는 수동변속기처럼 기계적인 클러치(마찰판)로써 동력을 잇지만, 클러치 액츄에이터가 자동으로 클러치를 붙이고 떼어 줍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수동변속기처럼 휴먼 에러에 대한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죠. 게다가 자동 모드에서는 치밀하고 똑똑하게 짜인 로직에 의해 변속되므로 운전자는 그저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를 몰듯이 기어 노브를 D(드라이브)모드에 두고 운전하면 됩니다. 그야말로 자동변속기의 편리함과 수동변속기의 높은 동력 전달 효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것으로써 장점으로 중무장한 이상적인 변속기인 것이죠.

 


좋은 연비와 날쌘 가속 성능이 핵심 가치

 

이처럼 ‘수동변속기의 자동변속기화’가 DCT의 기본 능력입니다만 DCT의 핵심 장점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더블 클러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클러치가 두 개라서 누릴 수 있는 장점들 말이죠. 일단 DCT는 변속기에서 바퀴로 동력을 보내는 회전축이 두 개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축은 홀수 단을, 다른 하나의 축은 짝수 단(과 후진 기어)을 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력을 잇고 떼는 클러치도 각각의 축에 하나씩 붙어 총 두 개의 클러치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홀수 단이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동안에 나머지 하나의 축(짝수 단)도 클러치가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기어가 다음 단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야말로 축만 바뀌면 되니까 클러치가 동력을 잇고 끊는 데 걸리는 시간이 사실상 ‘0’에 수렴하는 것이죠.

 

현대자동차DCT


결국, DCT의 가장 큰 장점은 변속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의 변속기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는 것입니다. 변속에 걸리는 시간이 짧으면 가속이 빨라지고, 엔진의 파워를 잠시의 틈도 두지 않고 바퀴로 전달하니까 당연히 효율도 좋아질 수 있죠. 구조적으로는 물리적인 동력 전달이니 출력 로스도 전통적인 자동변속기보다 적고요. 좀 더 쉽고 간단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자동변속기 대비 훨씬 좋은 연비와 가속 성능, 여기에 보태어 수동변속기 특유의 운전 재미까지 가진다는 얘기입니다.

 


단점을 극복한 7단 DCT

 

장점으로 중무장한 DCT, 하지만 소소한 단점들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 수동변속기를 베이스로 하다 보니 기어가 바뀔 때 특유의 철컥거리는 소음이 날 수 있고, 2) 건식 타입의 경우 열에 대한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3) 태생적으로 ‘직결’이라서 저단 기어에서는 엔진 힘의 변동에 따라 울컥거릴 수 있고, 4) 정지 상태에서 가속할 때 클러치가 동력을 붙이는 과정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들입니다. 그 단점의 크기는 매우 작지만 어쨌든 완벽한 변속기는 아니라는 거죠.
 

7단DCT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7단 DCT는 이러한 태생적인 단점들을 극복했습니다. 기존의 평범한 자동변속기 소비자들도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을 만큼 조용하고 매끄럽게 기어가 바뀌거든요.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라 얼마 전 타보았던 7단 DCT 적용 모델인 i30 디젤, i40 디젤, 벨로스터 터보 모두 NVH 측면에서 현존하는 DCT 중 가장 뛰어난 축에 속했습니다. 아무래도 ‘부드러움’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소비자 취향을 많이 고려한 것 같았어요. 심지어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조차 매끄럽게 가속되도록 하기 위해 아주 부드럽고 섬세하게 클러치를 붙이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자동차 매니아의 입장인 제 성향에는 변속 충격 좀 있더라도 동력을 팍팍 붙여주는 게 좋지만 7단 DCT가 적용된 차를 운용할 실제 이용자 성향에는 아주 잘 특화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현대자동차DCT

개인적으로 현대자동차의 7단 DCT 도입을 매우 환영하는 바입니다. 고성능차와 친환경차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에 DCT는 이제 필수나 마찬가지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여기 쓰이는 부품들, 요컨대 더블 클러치와 기어 액추에이터, 클러치 액추에이터, TCU 등을 자체 개발 및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개발 관점에서도 아주 반갑게 여겨집니다. 2011년 7월, 벨로스터에 적용된 6단 DCT를 시작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DCT. 얼마 전 출시된 투싼 피버를 시작으로 SUV와 대형차 라인업에도 확대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더욱 큰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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