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엑센트 위트

 

자동차를 고를 때 독자 여러분께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마 누군가는 디자인을 꼽을 테고, 다른 누군가는 실용성을 꼽을 것이며, 가족과 함께 탄다는 목적이 있다면 안전을 가장 우선시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제 경우는 성능과 연비에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그저 카마니아이기 때문이 아니라 결국 ‘달리는 물건’으로서의 가치를 중시하는 거죠. 아울러 타는 동안 기름값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기에 연비도 잘 따져보고 차를 고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차는 의외로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국산 차로 범주를 좁히면 더욱 그랬던 것이 사실입니다. 


엑센트

[2011 뉴욕 오토쇼에서의 엑센트. 아반떼 하종급임에도 더 높은 성능과 효율을 자랑합니다]


한데 얼마 전 이런 제 기준을 완벽히 채워줄 수 있는 차가 등장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모델 라인업 중 가장 자그마한, 하지만 매력만큼은 그 어떤 모델에도 뒤지지 않는 차. 바로 2015년형 엑센트입니다. 이번 시승차는 그중에서도 5도어 해치백 버전인 위트. 유로 6 기준을 충족하는 1.6L 디젤 엔진에 최근 확대 적용되고 있는 7단 DCT를 물려 퍼포먼스와 효율을 끌어올린 모델이지요. 결정적으로 디젤 1L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무려 18km(위트 디젤 7 DCT)에 이르며, 수동변속기 적용 모델은 L당 19km를 달릴 정도로 엄청난 효율을 자랑합니다. 표시연비 측정 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국산 차 중 가장 연비가 좋은 차가 바로 1.6L 디젤의 엑센트(세단, 위트 동일, MT 기준)이므로 그 가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차, 한 마디로 ‘연비괴물’입니다.



고급화에 성공한 콤팩트카

 

엑센트 시승기

[내비게이션, 풀오토에어컨, 스마트키, 하이패스 등 소형차임에도 편의장비를 만재하고 있습니다]


엑센트는 현대자동차가 파는 차 중 가장 작고 저렴한 ‘소형차’입니다. 소형차는 경제성이 중시되므로 ‘고급’이라는 단어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요. 물론 엑센트에는 이 논리가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소소하되 꾸준한 개선을 거쳐 프리미엄의 향을 물씬 풍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LED 광원의 데이라이트, 프로젝션 방식의 전조등은 차급과 비교하면 과분하다고 느껴질 정도이고 다이아몬트 처리 방식의 16인치 휠도 화려함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실내도 마찬가지. 시동 버튼과 함께 제공되는 스마트키와 내비게이션 시스템, 풀오토 에어컨은 ‘현대자동차 모델 중 가장 저렴한 차’라는 인식을 깨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엑센트 위트 시승기

[신장 177cm 기준으로 운전석을 맞추어도 뒷좌석의 공간적 여유가 충분합니다]


실내 공간 또한 소형차의 범주를 벗어난 모습입니다. 1열 공간을 신장 177cm인 제 기준에 맞추고 뒷자리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의 여유가 있었으며 헤드룸과 숄더룸도 충분합니다. 따라서 실내 공간을 핑계로 엑센트 선택을 포기하는 건 논리가 약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뒷좌석 등받이 각도가 서 있는 느낌이라 오래 앉기에는 살짝 불편한 게 사실이고, 운전석 시트의 착좌감이 떨어지는 것도 약점에 해당합니다. 어깨와 허벅지 쪽을 제대로 지지해주지 않는 느낌이므로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엑센트 구매 전 본인 체형에 잘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엑센트


출시 시점으로부터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디자인은 여전히 참신하고 개성적입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보디가 소형차로서의 경쾌함을 잘 표현한 느낌이고 골프채를 닮은 안개등과 헥사고날 그릴이 독창적인 인상입니다. 


엑센트 위트


날렵한 사이드미러는 아반떼 MD와 공유하며 리어 쪽 생김새는 윗급인 1세대 i30(FD)을 떠올리게 합니다.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C필러 쪽의 처리 방식인데요. 세단 베이스로 5도어 해치백을 만들다 보면 비례가 엉성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차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스포티한 느낌을 자아내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날카로움을 강조해 빚은 캐릭터라인 또한 무척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잘 달려서 매력적인 차


엑센트 시승기

[유로 6 버전으로 거듭나며 출력과 효율이 개선된 1.6L 디젤 엔진]


시승차의 엔진룸에는 1.6L 디젤 엔진이 들어 있습니다. 유로 5에서 유로 6 버전으로 거듭나며 최고출력이 8마력 상승한 136마력을 자랑하고, 토크는 무려 15% 강해진 30.6kg·m을 자랑합니다. 엑센트 위트 디젤의 공차 중량이 고작 1,230kg인 걸 고려하면 필요 이상의 엔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게다가 이러한 힘을 1,750~2,500rpm에서 뿜어대므로 실용영역에서의 가속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변속기는 얼마 전부터 현대자동차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7단 DCT(더블 클러치)를 조합, 실질적인 퍼포먼스를 극단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구형(유로 5 엔진 + 4단 AT)과 비교하였을 때 0→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0.7초 단축된 10초, 80→120km 추월 가속은 0.5초 줄어든 7.3초를 자랑합니다. 참고로 이 정도의 수치는 2.0L 자연 흡기 엔진의 중형차(0→시속 100km 가속 11~12초)를 앞설 정도입니다.


엑센트


파워트레인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받았던 점은 NVH(소음 및 진동)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유럽 디젤 엔진이 엄청나게 조용한 것처럼 평가되고 있는데, 제 경험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의 4기통 디젤은 동일 조건의 유럽 디젤과 비교해 NVH 부분에서 늘 우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격은 엑센트 디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방음과 진동에 불리한 소형차임에도 시동을 걸었을 때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만족도가 높습니다. 특히 일부 소형 디젤차들은 가속 시 귀를 먹먹하게 하는 부밍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엑센트 디젤에서는 이러한 문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7단 dct


[최근 현대자동차의 주력 변속기로 떠오르고 있는 7단 DCT. 부드러운 변속이 일품입니다]


평소 7단 DCT와 1.6L 디젤 엔진이 보여주는 달리기는 ‘부드러움’에 포커싱되어 있습니다. 토크가 30kg·m을 넘길 정도지만 출력이 선형적으로 뿜어져 나오기에 가속할 때 앞이 들리는 느낌이라던가 치솟는 듯하게 달리는 느낌을 받을 수 없습니다. 특히 7단 DCT는 기어를 넘겨받고 내리는 과정을 무척 부드럽게 마무리하며, 변속 시 더블 클러치 특유의 철컥거리는 구조적 소음이 전혀 없어 일반적인 AT(토크컨버터식)에 익숙한 유저들도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엑센트 위트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이 차를 시승하는 동안 성인 네 명이 탑승한 채 서울에서부터 충청북도 청주시를 왕복하였는데, 에어컨까지 가동하는 상황에서도 엑센트 디젤은 고속도로 흐름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의 동력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중속 영역에서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에 따른 스트레스를 느낄 수 없었고 엔진이 회전하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충분한 힘을 내뿜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트립컴퓨터가 표현한 왕복 연비가 17km/L이었다는 점은 엑센트 디젤에 대한 매력을 극대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기어 단수가 기존 4단에서 7단으로 세 개나 증가함에 따라 고속주행 시 연비를 높이고 실내를 차분하게 만들어준 점도 신형의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엑센트

 

운동성 쪽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해치백으로서 차체 뒤쪽이 짧고, 무거운 디젤 엔진이 얹혀 있다 보니 무게가 전반적으로 앞쪽에 쏠린 느낌입니다. 이 때문에 브레이킹과 조향을 동시에 하는 상황(트레일브레이킹)에서는 뒤쪽 타이어가 도로를 제대로 접지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승차감을 중시한 세팅 탓에 댐퍼가 스프링보다 다소 무른 듯한데, 이로써 요철을 밟아 차체가 떠오르거나 연속된 동작을 한 뒤 몸을 추스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엑센트 디젤을 구매할 다수의 소비자 성향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만 소형차로서의 ‘경쾌한 운전재미’를 양보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었습니다.


아울러 같은 파워트레인의 i30 디젤에 탑재된 ISG 시스템(아이들 스톱 & 고)이 빠진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을 끄고 출발 시 순간적으로 재시동’하는 이 시스템은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품지만, 신호대기 때 디젤의 소음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 디젤과 궁합이 좋거든요. 한데 엑센트 디젤에서는 이게 제외되어 있어 의외였습니다.



가치 높은 소형차

 

엑센트 시승기


며칠 간의 시승을 마친 뒤 엑센트를 돌려주는 시점에서는 이 차를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였습니다. 여러 자동차를 시승하다 보면 좋고 나쁜 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실질적인 구매욕을 자극하는 차’는 흔치 않은데요. 엑센트는 이러한 흔치 않은 케이스에 해당하는 자동차였습니다. 여기에는 출퇴근이나 장거리 용도로 보유할 경유 기름값 부담을 줄여 찻값을 충분히 보전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깔렸기도 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만약 엑센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디젤 엔진을 선택하길 권합니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고 효율은 국산 차들 가운데 최고니까요. 1,445만~1,942만 원의 값도 비슷한 스펙의 라이벌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높은 편입니다.


엑센트 위트


만약 이 정도가 예산에서 벗어난다면 1.4L 가솔린 모델도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봅니다. 경차와 거의 차이가 없는 값으로 손에 넣을 수 있고 실질적인 효율(연비)은 경차보다 오히려 좋거든요. 고작 1,135만 원의 가격표를 단 1.4L MT 모델을 고른다 해도 USB를 꽂을 수 있는 MP3 오디오가 제공되며 앞뒤 파워 윈도와 트립컴퓨터, 높이 조절이 가능한 운전석 시트가 달립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종 안전장비도 만재합니다. 6개의 에어백이 기본으로 탑재되고 차체 자세제어장치를 포함한 샤시통합제어시스템 VSM이 장착되며, 심지어 타이어공기압 경보장치(TPMS)까지도 저 가격에 모두 들어 있지요. 이 정도라면 굳이 타 브랜드의 경차를 고를 필요가 있을까요? 현대자동차의 막내 엑센트, 이 차는 사랑 받을 이유가 충분한 자동차입니다. 연비와 성능, 디자인, 실용성 모두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으니까요.



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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