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태영(모터 트렌드 기자)



자동차 시트

[현대자동차 싼타페 더 프라임 자동차 시트]


‘침대는 과학입니다.’ 한 침대회사의 광고카피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말은 침대가 모양만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스프링 위에 매트리스를 얹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디자인과 기능을 접목시켜 우리의 몸을 편안하게 만들도록 돕는 것이지요. 즉 기능성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거죠. 이는 자동차 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의자는 실로 다양한 형태와 쓰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자를 보면 그 차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자동차 시트

[현대자동차 그랜저 자동차 시트, 운전석 4WAY 럼버 서포트]


자동차에서 운전자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물건이라면 보통 ‘스티어링휠’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자일 겁니다. 의자는 차에서 승객의 가장 많은 부위가 닿는 부분이자, 가장 오래 닿는 부분이지요. 그만큼 승객이 차를 느끼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로 이런저런 차를 타보면 아시겠지만, 자동차 문을 열고 의자에 않는 순간부터 어떤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안락하다’거나, ‘몸을 잘 감싼다’던가, ‘단단하다’던가 하는 느낌들이 대표적이지요. 여기서 자동차 의자는 안전부터 편의성까지 다양한 기능적 부분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차의 동력성능을 조율하는 것만큼이나 ‘타협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의자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인텔리전트 운전석 시트]


보통 가정에서 쓰는 의자는 사용자를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수치의 기준이 있다고 합니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한국 사람의 평균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트 높이는 450mm 수준입니다(엉덩이가 닿는 부분). 이보다 높이가 낮아질수록 소파처럼 푹신하게 앉는 자세가 됩니다. 그래서 편안한 소파는 일반적으로 방석의 높이가 400~420mm 사이라고 하는데요, 이때 엉덩이 높이가 낮아질수록 등받이 기울기도 함께 뒤로 누워야 편안한 자세가 연출된다고 합니다. 반면 방석의 폭은 좁아질수록 허벅지를 못 받치고, 너무 넓으면 등받이에 몸을 기댔을 때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450mm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갑자기 가정용 의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동차 의자도 분명 이런 조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정용 의자처럼 크기나 높이에 공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의 움직임 특성과 쓰임새의 따라 그 의자의 기준이자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자동차 의자

[자동차에서 제대로된 승객용 의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최소한의 공간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고, 안전밸트와 헤드레스트를 갖춰야 합니다.]


자동차 의자는 차의 동력성능이나 쓰임새에 따라 기능과 디자인 요소가 달라집니다. 물론 공통적으로 승객의 편안함을 목표로 하지만 가정용 의자와 달리 시트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움직이기 때문에 운전자의 몸에 꼭 맞게 의자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세부적으로는 시트의 높낮이는 물론, 헤드레스트의 높이나 허리와 어깨 쿠션 역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전동 조절 기능을 갖춘 자동차 의자도 많은데요, 이 기능은 스위치로 간편하게 의자를 내 몸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합니다. 간혹 전동식 조절 기능이 달린 의자를 ‘사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승객의 편의성 외에도, 전동식 의자는 안전성 측면에도 유리합니다. 즉 차가 움직일 때도 원하는 시트 포지션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는 점 때문이지요. 수동조절 의자는 차가 달리는 순간에 정확한 위치로 조절이 어렵고 급가속이나 제동 시 조작하면 위험합니다.


자동차 시트의 역할

자동차 시트의 역할

[현대자동차 맥스크루즈, 2열 시트 리모트 폴딩]


SUV나 미니밴처럼 다용도 차에서 의자는 새로운 임무도 부여받습니다. 상황에 따라 평평하고, 편리하게 접혀야 하는 것이지요. 승객을 태울 때는 의자로 사용하고, 짐이 많을 때는 의자가 그 형태를 바꿔 공간확보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 싼타페의 경우 2열 시트 분할 폴딩으로 사람과 짐이 동시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3열이 있는 맥스크루즈는 뒷좌석을 접어 승객이 효과적으로 타고 내리도록 돕기도 합니다.  


자동차 시트

[현대자동차 싼타페 더 프라임 자동차 시트]


자동차 의자를 접었다 펴는 일은 번거롭고 피곤한 일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원터치 폴딩 기능(레버만 당긴다)으로 의자를 손쉽게 접을 수 있는 차종도 많습니다. 원터치 폴딩을 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기능입니다. 사람이 탔을 때는 편안함을 제공하는 도구지만, 접었을 때 최대한 평평한 짐 공간을 만들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의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과 잘 접히는 것은 별도의 기술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로 다른 목적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동차 시트의 역할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뒷좌석 듀얼 모니터]


자동차 시트

[현대자동차 그랜저, 앞좌석 통풍시트]


자동차 전자제어 기술과 소재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의자가 고급 편의장비로도 대우받고 있습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인포테이먼트 장치가 필요한 경우 앞좌석 뒤에 모니터를 장착하기도 합니다. 의자의 열선기능이나 통풍 기능도 추가됩니다. 시트 내부에 들어있는 냉각팬으로 바람을 일으켜 승객의 엉덩이와 허리를 시원하게 해주거나 겨울철 승객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시트가 열을 내기도 하는 것이지요. 


차 시트

[현대자동차 에쿠스, 리무진 VIP 시트]


차 시트

[현대자동차 에쿠스, 워크인 시트]


특히 고급차는 의자의 기능과 편의에 더욱 신경을 많이 씁니다. 뒷좌석을 강조한 자동차는 앞좌석 동승석이 앞으로 최대한 이동하거나 접히며 뒷좌석을 위한 여유 무릎 공간을 제공합니다. 장거리 주행 때 편안함을 주기 위해 의자 쿠션을 부분별로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사지 기능도 제공됩니다. 승객의 허리 양옆을 받쳐주는 볼스터의 크기 조절부터 허리나 어깨 부분을 독립적으로 제어해 승객의 몸무게를 최대한 분산되도록 설계합니다. 또 차에 타고 내리기가 쉽도록 문을 열었을 때 허리 볼스터의 크기가 자동으로 작아지고, 시트 등받이 각도가 원래대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차 시트

[현대자동차 맥스크루즈, 유아용 시트 고정 장치]


한편, 자동차 의자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요추·경추 부상을 막도록 설계된 의자의 경우는 후방추돌시 헤드레스트가 앞으로 돌출되며 승객의 목과 허리에 가해지는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분산시킵니다. 또 자동차용 어린이 안전 의자를 효과적으로 달기 위해 전용 장착장치(ISOFIX)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용 안전 의자를 장착해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ISOFIX를 지원하는 의자에는 어린이용 안전 의자를 더 쉽고 확실하게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일부 차종에는 초등학생 이상의 어린이를 위해 의자 하단이 2단으로 접히는 ‘부스터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자동차 시트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충격저감 시트]


이처럼 자동차 의자의 기능성과 안정성이 강화되면서 의자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크기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간혹 고급차나 고성능 자동차에서는 시트 폭이 두꺼운 형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실내 공간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지만, 자동차가 급가속이나 감속할 때 시트가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막아주어 승객이 느끼는 불쾌함과 피로감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스포츠카나 고성능 모델에는 승객의 몸을 좀 더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나 버킷 시트 등을 옵션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몸이 좌석에 꼭 맞도록 만들어 놓은 형태의 의자로 빠른 코너링 때 몸을 지지할 목적으로 어깨, 허리, 허벅지를 꽉 조이도록 만들어집니다.


자동차 시트

[현대자동차 쏘나타 자동차 시트]


기술자들은 자동차 의자를 더 단단하고, 안전하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소재를 접목합니다. 전방 레이더나 카메라와 연동해 위험한 상황에서 시트가 진동하며 운전자에게 경고하기도 하고, 탄소섬유(카본파이버)나 마그네슘 소재로 시트를 만들어 자동차 무게를 낮추고 승객에게 전해지는 진동을 줄이기도 합니다. 아직 자동차 의자에 접목 가능한 기술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우리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지금도 자동차 의자는 여전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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