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태영(모터 트렌드 기자)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세단 사이에 공백을 메워주는 모델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지금 강화하고 싶은 또 하나의 클래스의 탄생이죠. 즉 그런 관점에서 초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차는 현대자동차의 ‘최고급 앞바퀴굴림 세단’을 표방합니다. 그래서 그랜저보다 여러모로 진화한 흔적을 가졌지요. 차체 사이즈는 더 커 보이고, 안전장비는 강화됐습니다. 단순히 패키지의 강화뿐만 아니라 주행 질감 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이뤄낸 것이지요. 


아슬란 시승기


프로젝트명 AG로 공개된 바 있는 아슬란(터키어로 ‘사자’를 뜻합니다)은 그랜저의 윗급 모델로 자리하면서 동시에 그랜저와 플랫폼을 공유합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비슷한 차가 아니냐?’는 의문이 들 만할 것입니다. 그러나 플랫폼 공유에 따른 가지치기 모델의 등장은 현재 전 세계 자동차회사의 추세입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더 좋은 품질의 다양한 라인업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이지요. ‘효율성’을 추구한 접근이라고 보는 게 적절합니다. 그러니 아슬란은 그랜저나 제네시스 같은 라인업의 관계에 얽매이기보다는 제품 자체에 완성도나 품질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승기는 GQ Korea의 정우성 기자도 함께 했으며 디자인과 감성에 중점을 둔 후속 시승기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아슬란 시승기


아슬란은 제네시스(DH)와 쏘나타(LF)에 이어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 2.0’이 사용된 모델입니다. 이미 중형과 대형차에서 다듬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만큼 차분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앞모습은 커다란 그릴을 중심으로 날렵한 헤드라이트와 범퍼 조화가 안정적입니다. 실제로 보면 기존 준대형 모델들과 약간 다릅니다. 사진으로 느꼈던 이미지보다 크고 세련됐으며. 볼륨감이 좋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슬란 시승기


아슬란의 옆모습은 한눈에도 보기 좋습니다. 큰 차체를 가졌음에도 비율이 좋거든요. 앞뒤 오버행(바퀴 중심과 범퍼까지 거리)의 거리가 짧아 보이면서도, 동시에 휠베이스가 깁니다. A 필러부터 트렁크까지 곡선으로 이어지는 루프 라인도 최신 디자인 유행에 충실합니다. 휠하우스를 꽉 채운 휠과 타이어(18인치를 기본으로 19인치도 선택 가능), 적절한 위치에 최소한의 크롬 몰딩 등이 한층 절제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합니다. 차체 사이즈는 길이×너비×높이가 각각 4,970×1,860×1,470mm이고 휠베이스는 2,845mm로 그랜저보다 50mm 깁니다. 


아슬란

아슬란 시승기


플랫폼을 공유하는 그랜저와의 차별성을 특히 강조한 것은 뒷모습입니다. 앞모습처럼 전반적으로 차분한 디자인이지만, 그랜저보다 좀 더 스포티한 감각이 묻어있습니다. 트렁크 리드와 테일램프가 높게 자리하면서 긴장감을 불러옵니다. 반면 뒤범퍼는 하단에 듀얼 머플러와 디퓨저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균형을 맞췄습니다. 자칫 공중으로 붕 떠 보일 수 있는 디자인 구성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한 것입니다. 


아슬란 시승기


아슬란의 실내는 중후한 느낌과 스포티한 감각이 모두 녹아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이야기하는 ‘프리미엄 세단’ 분위기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실내 구성변화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사용자에 맞춰 높아진 품질이 인상적입니다. 문을 여닫을 때의 느낌부터 각종 스위치의 조작감과 소재의 선택 면에서 한층 성숙해졌습니다. 디자인이나 품질뿐 아니라 기능적인 활용도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데요. 넓은 도어 포켓과 잘 분할된 센터콘솔 수납공간이 대표적입니다. 


아슬란 시승기


아슬란은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비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기능은 운전자의 손에 닿을 거리에 잘 정리돼있습니다. 스티어링휠 3시와 9시 방향의 엄지손가락이 닿는 곳에 오디오나 주행 정보 표시등 자주 쓰는 기능을 모아 배치했습니다. 왼손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부분에는 자동차 주행에 필요한 안전 및 편의장비가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운전 중에 전방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효과적으로 주행 관련 기능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차선이탈 경고나 자세제어장치, 사각지대 경고장치 스위치가 이곳에 모여 있습니다.


아슬란


계기판 디자인은 심플합니다. 디자인의 기교보다 시인성을 강조한 느낌입니다. 많은 기능을 효과적으로 표시하지만, 복잡하지 않습니다. 엔진 회전수와 속도계 사이에 있는 LCD 모니터를 통해서는 트립 컴퓨터와 내비게이션, 차선이탈경보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사용자 설정 등을 확인하고 세팅할 수 있습니다. 


아슬란 시승기


그밖에 기능은 대시보드 중앙에 있는 모니터에서 선택 가능합니다. 사운드, 화면, 전화, 블루링크, 음성인식, 와이파이 등이 주요 메뉴죠. 각 아이콘은 크기도 커서 눈에 잘 보입니다. 특히 공조장치나 내비게이션 등 자주 사용하는 메뉴를 외부로 꺼내 다이얼로 만들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한눈에 이해하기 쉬운 구성입니다.


아슬란 시승기


기어 레버 뒤에 조작 버튼도 쓰임새가 좋습니다. 자주 쓰는 버튼은 크게, 위치를 고려해 디자인했습니다. 드라이브 모드와 오토 홀드, 파킹 센서, 자동주차, 360도 카메라 등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은 어쩌면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사실 고급 차라는 장르는 이런 세세한 부분의 기능성과 디테일이 모여서 타면 탈수록 만족감을 불러오는 것이지요. 


아슬란 시승기

아슬란은 가솔린인 ‘람다Ⅱ V6 3.0 GDi’와 ‘람다Ⅱ V6 3.3 GDi’ 등 총 2개의 엔진 라인업으로 구성됩니다. 그중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3.3L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G330입니다. 이 모델은 최고출력 294마력, 최대토크 35.3kg·m을 발휘합니다.  

아슬란은 힘을 분출하는 방식이 부드럽고 꾸준합니다. 이런 모습은 초반 급가속부터 알 수 있지요.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엔진 회전수에 맞춰 가속이 끝까지 힘차게 유지됩니다. 엔진 회전수가 4,000rpm을 넘어서면서 최대 마력이 나오는 6,400rpm까지 힘을 꾸준히 느낄 수 있습니다(최대 6,500rpm 근처에서 변속).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5,200rpm 이상이라는 것도 차의 성격을 대변합니다. 즉 고속까지 스트레스 없이 가속할 수 있고, 그 상태로 장거리를 달리는 데 적합한 세팅입니다. 


아슬란


엔진 회전수를 급격하게 높여도 불쾌한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한 것이 특징입니다. 고속주행에서 외부의 바람 소리나 노면 소음을 잘 제어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진동과 소음(NVH)을 잡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많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반면 운전석에서 들리는 엔진 소리는 rpm 상승과 함께 맞춰 일정하게 커집니다. 정숙한 내부에서 주행감을 살짝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완전히 제어하지 않은 듯, 딱 기분 좋은 수준입니다. 


아슬란


6단 자동변속기는 움직임도 매끄럽고, 반응성도 좋습니다. 신경질적으로 동력을 받아내기 보다 차의 성격을 고려해 약간 여유롭게 움직입니다. 스포츠 주행보다는 일상주행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세팅한 흔적이랄까요? 반면 변속기를 수동 모드에 놓고 변속할 때는 운전자의 지시에 따라 즉각적으로 움직입니다. 


아슬란 시승기


아슬란의 하체는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세팅됐습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 방식입니다. 시승차인 G330의 경우 크기가 큰 휠과 타이어(245/40 R19 사이즈)를 달았음에도 승차감이 대단히 좋습니다. 차의 성격을 고려해 ‘승차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세팅이지요. 이 차는 저속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과 고속에서 안전성이 특히 돋보입니다.

서스펜션의 댐퍼는 시내의 요철 구간을 통과할 때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반응합니다. 반면 속도가 오를수록 묵직하고 탄탄한 느낌으로 대응합니다. 현대차가 원하는 서스펜션 세팅의 ‘해답’을 찾은 듯합니다.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스포티한 영역까지 넘보는 세련된 준대형 세단에게 어울리는 세팅입니다.


아슬란 시승기


코너링 성능도 안정적입니다. 회전을 시작할 때 차체가 좌우로 요동치는 롤링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합니다. 연속되는 코너에서 차체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추스르는 모습도 차분했습니다. 특히 노면이 불규칙한 구간에서 모든 타이어가 제 몫을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견고한 차체 강성과 유연한 서스펜션의 조화가 이뤄낸 결과입니다. 결과적으로 고속으로 코너링 할 때도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카처럼 정교한 피드백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믿고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아슬란은 앞바퀴굴림 준대형차라는 레이아웃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장단점을 충분히 소화하고 잘 정리한 모델이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 차의 성격에 맞춰서 운전하고, 경험하는 소비자를 위한 ‘정답’이겠지요. 그랜저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쉽게 만든 흔적은 없었습니다. 준대형차라는 관점에서 완성도는 그랜저보다 세련되고 높았습니다. 

아슬란이 틈새 모델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틈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목적이라는 생각입니다. 확실한 것은 차급마다 다른 차별성이 존재했고, 그것을 대형차를 만들어본 노하우로 충실히 녹여냈다는 점입니다. 지금, 아슬란이라는 자동차를 주목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GQ Korea의 정우성 기자도 디자인 감성을 직접 느껴보고자 아슬란 시승을 진행했습니다. 정우성 기자는 어떤 느낌이었을지 이어지는 시승기를 통해 들어보시죠.


[정우성 기자] 아슬란(ASLAN) 시승기, 그 품위와 안정에 대하여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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