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태영(모터 트렌드 기자)



지난 포스팅에서는 자동차의 기본 ‘제원’(諸元)에 숨겨진 의미를 확인했습니다. 아주 단순한 숫자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물론 자동차 제원의 범위는 실제로 훨씬 다양합니다. 여느 전자 제품들과 다르게 자동차는 움직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의 기본 제원만큼이나 ‘성능’을 표시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여기서 성능이란 ‘달리기 능력’을 말하는 것이지요. 


자동차 제원표 보는 방법 #1 주요 제원 용어 해석


자동차 제원


자동차의 ‘달리기 성능’이란 무엇일까요? 이 주제는 아주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려운 부분입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지요. ‘최고 속도’나 ‘가속력’, ‘연비’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모두 ‘달리기 성능’ 안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 다릅니다. 다시 말하면 자동차의 달리기 성능 제원은 저마다의 목적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올바르게 비교하고 선택하기 위해서 다양한 관점의 ‘달리기 성능 제원’이 필요한 것이지요.


자동차 제원



자동차 제원: 가속성능


가장 대표적인 달리기 제원이 ‘가속 성능’입니다. 흔히 ‘제로백’이라고 말하는데요. 이것은 정지한 자동차가 급가속해서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0→100km/h). 기록을 보면 보통의 자동차가 8~15초대, 고성능이나 고배기량 자동차가 4~7초 사이, 슈퍼카 혹은 하이퍼카라 불리는 자동차가 2~3초대를 기록합니다. 정지가속, 자동차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제조사가 공개해야 할 권고 사항이 아님에도 많은 자동차 회사가 자발적으로 정지가속 성능을 공개합니다. 정지 가속은 특정한 부분만 발달해서는 절대 좋은 기록을 만들 수 없습니다. 엔진(출력, 방식)과 변속기 성능, 무게, 응답성, 각종 소프트웨어 등이 모두 조화를 이뤄야만 좋은 기록이 가능하지요.


자동차 가속 성능


하지만 0→시속 100km 정지가속만으로 자동차의 성능이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변수가 대단히 많기 때문이지요. 사실 0→시속 100km의 기록만 원한다면 네바퀴굴림이나 경량화, 짧은 기어비 같은 가속력에 도움을 주는 요소로 유리한 세팅을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자동차는 시속 100km까지 빨리 달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속 성능 전반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0-200m, 0-400m 주파나 추월 가속 시간 등도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레이스로직 사의 정밀 측정기

[레이스로직 사의 정밀 측정기. 가속 성능을 측정하는 여러 방식 중 최근엔 정밀 GPS와 차속 센서 등의 정보를 통합하는 측정기를 활용 ]


0-200m, 0-400m 주파 시간은 국내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측정방식입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자주 쓰는 측정 방식으로, 400미터 거리를 다른 차보다 빨리 가속하는 드래그 레이스( Drag race)에서 이어진 측정 방식입니다. 즉 두 대의 자동차가 드래그 스트립(Drag strip)이라 불리는 400미터 경주장 출발점부터 결승선까지 누가 더 빨리 가속하느냐는 것이 핵심 주제입니다. 이 측정 방식은 0→시속 100km 가속과 다르게 엔진 출력과 구동력 배분, 공기역학 성능 등이 좀 더 영향을 줍니다.

사실 이 데이터 역시도 일반적인 자동차에 크게 중요한 달리기 제원이 아닙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0-400m 기록보다 시속 60→100km/h 혹은 시속 100→130km/h 같은 추월 가속 시간을 중요하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드레그레이스 머신

[ 현대자동차가 외부 튜너와 함께 손잡고 미국 세마쇼(SEMA SHOW)에서 선보인 드레그레이스 머신 ]



자동차 제원: 마력당 무게비


‘마력당 무게비’라는 말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자동차의 무게를 엔진 출력으로 나눈 것으로 보통 1마력(hp/ps)이 감당하는 무게를 비율로 나타내서 비교하기 쉽게 만든 겁니다. 예를 들어 120마력을 발휘하는 엔진을 얹고 무게 1,200kg인 자동차와 200마력 엔진을 얹은 1,600kg인 자동차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마력당 무게비는 전자가 10, 후자가 8로 운동 성능 측면에서 후자가 유리한 조건입니다(마력당 무게비는 낮은 쪽이 유리합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수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합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력당 무게비



자동차 제원: 최고속도


그밖에 ‘최고속도’도 중요한 요소겠지요? 모두 아시겠지만, 최고속도는 평지에서 자동차가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속도를 말합니다. 최고속도는 엔진 출력이나 기어비뿐만 아니라 공기역학 성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높은 속도에서 자체를 안정시키고 속도를 더 내기 위해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지요. 최고 속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운포스(공기가 차체를 누르는 힘) 수치 등도 자동차의 성능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고속도 제원에서 일부 차종은 ‘자율제한’이라고 표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속 250km(자율제한)’ 같은 것인데요. 이것은 안전이나 법규상의 문제로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자율적으로 제한했다는 뜻입니다.   


자동차 최고 속도



자동차 제원: 제동 성능


자동차에서 가속 성능만큼 중요한 것이 제동 성능입니다. 얼마나 빨리 정지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지요. 보통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나 시속 60km에서 정지까지의 시간과 거리로 나타냅니다. 일반적인 자동차를 기준으로 시속 100km→ 0 제동은 2.8~3초/37~42m 정도이고, 시속 60km→ 0은 1.8~2.3초/13~17m 수준입니다(측정 방식과 운전자의 몸무게 등에 따라 다릅니다). 흔히 제동 성능은 ‘브레이크의 성능’이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브레이크 성능 외에도 무게나 타이어의 성능, 서스펜션의 구조, 전자제어 장비의 개입 시점 등 다양한 요소가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제동 성능

[ 제동성능은 제동토크 뿐 아니라 타이어의 슬립률도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



자동차 제원: 선회능력


그렇다면 선회능력은 무엇으로 평가할까요? 선회는 측정이 어려워서 아주 단순한 횡 G(횡가속) 데이터 정도로만 나타냅니다. 여기서 ‘횡가속’이란 자동차가 선회할 때 원심력에 의해 차가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힘이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직전까지 자동차가 선회할 수 있는 최대 능력을 표시한 것이지요. 측정 방식에 따라 저마다 다르지만 보통 고성능 스포츠카가 0.8~1.05g를 기록합니다. 물론 횡G란 어디까지나 아주 단순한 참고 자료입니다. 횡 G가 높다고 코너링 성능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코너링 성능을 발휘하는 하드웨어의 기본 잠재력이 높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올바른 이해입니다.


자동차 선회 능력



자동차 제원: 서킷 랩타임(lap time)


최근엔 서킷 랩타임(lap time)도 자동차의 운동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제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특정 서킷을 달려서 만든 가장 좋은 기록을 의미합니다. 이런 성능 평가 방식으로 주목받는 대표적인 곳이 독일의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 서킷입니다. 뉘르부르크링은 크게 2가지 코스로 구분됩니다. 그중에서 북쪽에 있는 길이 22.81km, 73개 코너로 구성된 노르트슐라이페(Nordschleife)는 어렵기로 유명한 서킷입니다. 서킷의 고저차도 크고, 블라인드 코너와 헤어핀, 고속 코너가 어지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자동차 회사가 이곳에서 랩타임에 도전하고 그것을 훈장처럼 공개하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자동차도 이미 이곳에서 다양한 자동차를 개발하고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

[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을 달리는 벨로스터 터보 ]


이상으로 자동차 성능에 관련된 제원과 그것에 담긴 의미를 알아봤습니다. 자동차 성능의 제원은 특정 자동차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원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어 필요한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터트렌드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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