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자동차 핸들


‘핸들링’. 여러분은 이 단어의 정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습니까?

자동차에 관한 광고와 시승기, 대화에서 무척 자주 등장하는 말이지만 이에 관해 완벽하게 설명하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성능과 헷갈려 한다거나, 운전대의 무게를 두고 자동차 핸들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지요.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이 단어를 쓰고 말하는 사람과 읽고 듣는 사람 간에 의사전달이 제대로 될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심지어 자동차 전문가들조차 핸들링에 관한 정의가 엇갈리는 걸 보면 지금이라도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자동차 핸들링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핸들링에 관한 정의가 무엇이고, 요즘 나오는 EPS 타입의 자동차에서 왜 핸들링이 중요하며, 핸들링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차는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시죠.



좋은 핸들링의 첫 번째 의미: 스티어링 휠의 피드백이 좋은 것


스티어링 휠의 피드백


자동차 운전은 사람의 손과 발에 의해 행해집니다. 속도를 올리고 내릴 때는 발을 사용하고, 진로를 결정할 때는 손을 씁니다. 이 중에서 ‘손을 써서 진로를 결정할 때’는 스티어링 휠이라는 도구가 사용됩니다. 이른바 ‘핸들’이라고 불리는 그것이죠.

인간의 신체 중 감각이 가장 예민하다고 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손’일 것입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말이죠. 그래서 자동차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손이라는 예민한 도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은 운전대를 통해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입수할 수 있습니다. 운전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의 손은 스티어링 휠을 통해 조작에 대한 타이어의 반응과 노면의 감촉, 스티어링 계통의 위화감 등을 다양하게 감지하고, 그 정보를 참고해 손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


요컨대 운전자가 코너를 돌아나가고자 선회를 시작했다고 칩시다. 그 의도대로 차가 움직인다고 느끼려면 운전대를 통해 앞 타이어의 접지감과 노면 정보가 충실하게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운전자는 운전대의 반력이 약해지는 등의 이유로 앞 타이어의 접지가 약해지는 느낌이 들게 되면 선회각을 줄이거나 속도를 낮추는 입력을 함으로써 차를 지속적으로 조종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차를 모는 게 어려워집니다. 스티어링 휠로부터 손까지의 ‘정보 전달’이 안 된다면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그저 시각적인 감각에 의해 차를 몰아야 할 터이니 얼마나 불안할까요? 그래서 스티어링 휠은 자동차의 앞바퀴 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운전자의 손까지 충실하게 전달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역할을 잘할 경우 “스티어링의 피드백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며, “핸들링이 좋다”는 말에는 이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 피드백


‘스티어링 피드백의 중요성’은 그저 선회 시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쭉 뻗은 도로를 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티어링 피드백은 간과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운전대를 중립 부근에서 머물게 해도 운전대를 통해 다양한 흔들림이 전달되고, 운전자는 그 흔들림을 감지하고 억제하며 직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운전을 하고 있다면 그 어떤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우리는 운전대를 통해 자동차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며, 그 정보 전달이 잘 이뤄지는 자동차를 두고 우선적으로 ‘핸들링이 좋다=스티어링 휠의 피드백이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좋은 핸들링의 두 번째 의미: 드라이버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


스티어링 휠


우리는 지금까지 ‘손’은 인체에서 가장 예민하고 정보처리 능력이 뛰어난 까닭에 자동차와의 교감 내지는 소통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운전하기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자 할 때 스티어링 계통에 공을 들입니다. 아무리 둔한 운전자라 할지라도 운전대를 잡고 잠시라도 차를 몰아보면 이 차가 좋은지 나쁜지 판가름하게 될 터이니까요. 여담일 수도 있는 얘기지만 이러한 느낌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일반인’과 ‘자동차 전문가’가 나뉠 뿐,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는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감각을 통해 좋은 차와 나쁜 차를 (나름대로라도) 구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주행


이처럼 우리가 운전을 할 때는 수시로 차와 교감을 합니다. 차를 몰 때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자신의 생각을 입력하고, 그에 따라 진로를 컨트롤하며 차와 커뮤니케이션하지요. 이때, 자동차가 얼마나 자신이 입력한 생각대로 움직여 주는가에 따라서 핸들링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운전자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는 자동차’가 좋은 핸들링을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동차 타이어


드라이버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진로를 불과 몇 센티미터 안팎으로 섬세하게 조종합니다. 그 도구로써 사용되는 스티어링 휠에 손으로 자신의 진로를 입력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에 따라 자동차가 정확하게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운전자는 차가 자신의 뜻을 따라주지 않는다고 여기게 됩니다. 이때는 위와 반대로 ‘핸들링이 좋지 않은 차’라고 결론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조향 장치


물론 중립 부근에서 운전대를 머물게 하거나 미세 조향을 할 때 차의 감각이 흐리멍덩하다고 해서 꼭 핸들링이 나쁜 차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장년층을 겨냥한 대형차나 오프로드 성향의 SUV의 경우 운전대의 입력에 따른 반응이 지나치게 날카로우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까닭이죠. 이러한 일종의 ‘유격’을 어느 정도에 설정하는지는 결국 차의 컨셉트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대중성이 강한 모델에서는 중립 부근의 유격을 의도적으로 두는 세팅을 즐겨왔었는데, LF 쏘나타와 DH 제네시스 세대부터는 그 폭을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자동차 서스펜션


내가 가고자 하는 진로만큼 운전대를 돌려 차의 방향을 트는 것. 이때의 소통이 잘 될수록 좋은 핸들링이라고 강조하였는데, 사실 이러한 기준 하에서 핸들링이 좋은 차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동차 핸들링에 영향을 끼치는 게 그저 스티어링 계통과 어시스트 모터(+모터 위치)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티어링 기구는 물론이고 서스펜션의 작동과 타이어의 성능, 차체의 성능, 에어로 다이내믹스 등 자동차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고루 조화를 이루어야만 운전자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는 ‘핸들링이 좋은 차’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핸들링이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건 가속이 빠른 차나 제동력이 좋은 차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해당합니다. 



왜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핸들링이 나쁘다는 것일까


전통적인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의 원리는 유압, 즉 유체를 펌프로 가압하여 축적해 둔 상태에서 밸브를 열어 순간적으로 힘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순간적으로 힘을 낸다’는 것인데, 이 덕에 조향을 할 때 이질감이 없이 자연스럽고 모터와 같은 저항이 없으므로 타이어와 노면의 감촉도 잘 전달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


그렇다면 왜 EPS(전동 파워스티어링)는 핸들링이 나쁜 것일까요? 우리는 그 답을 모터라는 존재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전에 설명한 적이 있었듯이 EPS의 핵심은 ‘운전대를 가볍게 하는 역할을 모터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운전대의 힘을 덜기에 모터는 너무 회전이 빠르고 토크도 크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EPS에는 반드시 ‘감속기’가 추가되며, 여기에는 웜기어와 평기어가 쓰이게 됩니다. 근데 이게 돌아갈 때 ‘윙’하는 특유의 노이즈가 발생하고, 만약 모터와 감속기가 실내에 장비되는 칼럼식 EPS에서는 이러한 위화감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운전자는 불편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전동 파워스티어링


특히 모터라는 물체는 상당한 관성을 갖는데, 이 때문에 모터가 회전을 시작하고 멈추고 또다시 역회전할 때는 커다란 관성이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모터는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갖고 있어서 운전대를 좌우 연속으로 돌릴 때는 모터의 관성이 운전대의 감각이 부정적인 영향(큰 관성으로 인해)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때는 운전대에 응답의 지연이 나타나며 촉각적인 위화감을 전달하는데 이는 밸브를 염으로써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유압식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제입니다.


스티어링 휠


간단한 예로 중립에서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에 모터의 회전이 아주 조금이라도 지연되거나 감속기의 마찰이 있다면 ‘우리의 예민한 손’이 이를 즉각 감지하고 불편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다가 갑자기 모터가 회전하고 관성이 커지면 어시스트 량이 커지게 되니 운전대가 가벼워지며 타이어의 응답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게 되어 다시금 위화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손은 무척이나 예민해서 모터의 존재와 관성, 감속기의 마찰, 어시스트량의 변화와 타이밍의 미묘한 차이까지 모두 감지하며 ‘유압식의 자연스러운 핸들링’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EPS의 단점 극복이 좋은 핸들링을 만드는 지름길


사실 EPS의 단점은 모든 메이커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 세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운전대의 감각에 대해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지요. 근데 2세대 제네시스(DH) 이후부터는 달라졌습니다. 이 차는 랙타입 EPS라서 그런 게 아니냐고요? 칼럼타입 EPS의 LF 쏘나타와 아반떼 AD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EPS 특유의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좋은 핸들링의 조건, 즉 앞쪽 타이어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과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주는 것에 대한 능력이 한층 진보했다는 얘기지요. 


EPS 단점 극복


특히 LF 쏘나타의 경우는 독일 브랜드의 EPS 적용 모델과 비교해서도 동등 이상의 좋은 핸들링을 갖고 있다고 느껴졌기에 “핸들링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앞 타이어가 얼마나 제대로 땅을 붙들고 있는지 전달하는 능력이 아주 우수해서 이른바 ‘고속안정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코너에서는 운전대의 반력에 대한 과장이 없어서 타이어의 한계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느끼기 용이했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입력을 하였을 때 반응이 매우 정직하고 뚜렷해서 운전이 즐거웠습니다.


핸들링과 코너링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자동차 핸들링은 그 정의만 안다면 그렇게 복잡한 얘기가 아닙니다. 설령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이를 느낄 수 있으니, 이제는 여러분도 자동차를 대할 때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초보라서 그런 게 불가능하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정보를 표현하는 능력의 차이만 있을 뿐, 손을 써서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운전대로부터 정보를 받을 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운전자라면 결국 ‘휴먼 컨트롤드 머신’으로서의 자동차를 몰고 있는 것이니까요.



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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