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태영(모터 트렌드 기자)



7단 자동변속기 상용화로 이슈가 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에는 8단과 9단 자동변속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최근에 등장한 아반떼나 쏘나타에 7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2011년부터 이미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쿠페 등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있습니다. 물론 업계 전체로 본다면 9단 자동변속기가 상용화된 브랜드도 있고, 10단 변속기 개발을 시작한 변속기 전문 업체도 있습니다. 


벨로스터 터보에 사용된 7단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

[벨로스터 터보에 사용된 7단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


이처럼 자동차 변속기에 계속해서 다단화가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 경쟁 이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모두 알다시피 최근 자동차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반대로 ‘공해’는 줄이는 일입니다. 차세대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차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보급까지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기에, 업계는 현재의 내연기관 기술을 최대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6단에서 7단으로 효율을 높인 벨로스터 터보

[6단에서 7단으로 효율을 높인 벨로스터 터보]


이런 관점에서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엔진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외에도 연료 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경량화나 공기역학 성능 개선을 비롯해 변속기의 다단화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따지고 보면 자동차 변속기는 엔진 다음으로 출력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는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변속기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변속기 다단화는 곧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변속기 다단화는 곧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변속기가 다단화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속주행 시 엔진 회전수를 최대로 낮추면서도 자동차의 운동 성능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 위함이지요. 즉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변속기 최고 단수의 기어비를 낮추고, 동시에 확대된 기어비의 폭을 세밀하게 제어하기 위해서 더 많은 단수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변속기를 다단화에서 얻는 효과는 주행 조건에 맞춰 엔진 회전수를 훨씬 다양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연비에 도움을 주고(보통 5~10% 향상), 정숙성과 가속 성능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드라이빙을 제공하는 제네시스

[이상적인 드라이빙을 제공하는 제네시스]


물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동차의 변속기는 단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겠지요. 연료 효율이나 운동 성능에 도움을 주니까 말이지요. 어차피 자동으로 변속 되는 것이기에 운전자의 편의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10단을 넘어 13단이나 15단 같은 다단화 변속기를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실제로는 변속기 다단화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현대 제네시스에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

[현대 제네시스에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8단 이상의 변속기에 대해서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기어 단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무게’ 증가로 이어지고 더불어 변속기 원가가 높아져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합니다. 새로운 다단화 변속기를 도입할 때마다 내구성 검증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고장 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리비용을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하나둘 타협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변속기 다단화에 따라 자동차의 가속 성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패들 시프트

[변속기 다단화에 따라 자동차의 가속 성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패들 시프트]


‘ZF’나 ‘아이신’, ‘게트락’ 등 변속기 전문 업체들과 협업으로 최근엔 더 가볍고 소형화된 다단화 변속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고급 차에 사용되는 8단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기존 6단 자동변속기 수준의 가격으로 공급될 정도입니다. 그만큼 개발비용과 원가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뜻입니다. 또 엔진 다운사이징이라는 추세에 따라 저속 토크가 향상된 터보차저 엔진이 많아지면서 다단화 변속기의 촘촘한 기어비를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동변속기의 발전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가고 있다

[자동변속기의 발전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가고 있다]


더블클러치 자동변속기(DCT)의 보급도 다단화 변속기의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더블클러치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기존 수동기반 반자동 기어나 토크컨버터 타입 자동변속기에서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졌습니다. 변속기 부피가 한층 작아졌고, 또 가벼워졌습니다. 하드웨어 이상으로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정밀한 제어도 가능해졌습니다.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그러모은 현대자동차의 비밀병기, ‘7단 DCT’


스포츠카의 변속기는 높은 출력을 감당해야 하고 내구성 확보, 경량화도 고려해야 합니다

[스포츠카의 변속기는 높은 출력을 감당해야 하고 내구성 확보, 경량화도 고려해야 합니다]


변속기의 다단화는 여전히 대형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형차일수록 연료소비가 많아 연비 개선이 더 요구됩니다. 더불어 높은 출력을 내는 대배기량 엔진을 얹는 만큼 여유 출력을 이용해 오버드라이브(Overdrive) 기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어 단수가 많아지면서 최적의 효율을 내는 엔진 회전 구간을 활용해 매끄러운 가속감과 정숙성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쿠페가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수동변속기 다단화의 걸림돌은 운전자가 매번 변속하기에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수동변속기 다단화의 걸림돌은 운전자가 매번 변속하기에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수퍼카뿐 아니라 소형차에도 7단 이상의 자동변속기가 달리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다단화 변속기는 21세기 자동차에 필수 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동변속기가 6단에서 진화를 멈춘 것에 비한다면 자동변속기의 다단화는 짧은 시간 대단히 빠르고, 또 효율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이미 7단 수동변속기를 상용화한 모델도 있지만, 업계 전체로 봤을 때 극히 일부분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다단화된 변속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것은 서두에 밝힌 것처럼 자동차 회사들이 궁극적으로 자동차의 효율 향상과 공해 저감 지향하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속도와 RPM을 제어하는 것 이상의, 변속기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닫고 주목해보면 좋겠습니다.



모터트렌드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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