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사진 | 최진호(Gooood Studio)



아반떼AD 시승기


여러분 나름의 '재화 선택 원칙'은 무엇입니까? 제 경우는 두 가지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비싼 건 제값을 한다'는 것과 '많이 팔리는 게 좋다'는 것이지요. 사실 첫 번째 원칙은 깨질 때가 있기도 합니다. 브랜드 가치 등의 요소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비싸게 매겨진 경우 원칙이 무시되기도 하니까요. 이럴 때는 소비자로서 일종의 배신감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신념은 결국 두 번째의 것으로 수렴하게 되더군요. 바로 '많이 팔리는 게 좋다'는 결론이죠. 이는 자동차 쪽에서도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즉 많이 팔린 차가 좋은 차이고, 좋은 차라서 많이 팔린다는 논리입니다.


아반떼AD 리어램프


현대자동차 아반떼가 그런 차입니다. 많이 팔린 자동차. 이 차는 1990년 10월의 1세대 모델(엘란트라, J-1)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 대 넘게 팔렸습니다. 단일모델 1,000만 대 판매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최소한 1,00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이 차를 인정했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구매로까지 이어진 것일 테니까요. 보태어 이 차를 중고차로서 구입한 2세대 오너들과 그 차를 함께 탄 연인, 친구, 가족까지 더하면 지구촌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아반떼를 인정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반떼AD 정지 사진


이번에는 '많이 팔린 자동차', 현대자동차 아반떼의 6세대 모델을 시승했습니다. 현재(2015년 11월) 기준, 아반떼AD는 1.6L GDi(가솔린)과 1.6L e-VGT(디젤), 1.6 LPi의 세 가지 엔진을 갖고 있습니다. 1.6 가솔린은 6단 수동 또는 자동변속기가 조합되고 LPi 모델은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워트레인 조합은 선대 모델인 5세대 아반떼(MD)와 동일합니다만, 1.6 디젤의 경우는 변속기가 토크컨버터 식의 6단 AT에서 7단 DCT(더블클러치)로 바뀌어 효율과 성능을 끌어올린 게 특징입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1.6L 디젤과 7단 DCT가 조합된 1.6 e-VGT 모델. 최고사양인 2,125만원의 프리미엄 트림에 세이프티 선루프(44만)와 인포테인먼트 패키지(147만), 라이트 패키지(59만),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39만)이 옵션으로 더해진 차량으로서 이른바 '풀옵션' 모델에 해당합니다. 


아반떼AD 정면과 라디에이터 그릴


'피닉스 오렌지' 페인트를 바른 차체가 상당히 젊은 느낌을 자아내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선대 모델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쿠페 형태의 납작한 옆모습 탓에 언뜻 봐서는 구형과 헷갈릴 정도지요. 하지만 이를 두고 "변한 게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과거 디자인 방향성이 애매했던 현대자동차가, 이제는 누구나 '아반떼의 디자인'이라고 느낄 수 있는 모델을 내어놓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울러 플루이딕 스컬프처에 해당하는 신형 제네시스(DH)와 쏘나타(LF)와의 성공적인 패밀리룩을 이루었다는 점도 칭찬할 부분입니다. 


아반떼AD 범퍼와 헤드램프


실질적으로는 디테일에서 구형과 다른 점이 많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범퍼를 이룬 요소 가운데 라디에이터 그릴이 가장 전진 배치된 점과 양 끝 안개등의 처리 방식이 최신 모델이라는 걸 충분히 일깨우고 있거든요. 아울러 트렁크 끝을 잡아 올린 부분은 현대차 금형 기술이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 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옆쪽에서는 리어 도어에 쿼터글라스가 추가된 것이 눈에 띕니다. 이는 단가 면에서 불리하지만 2열 탑승객의 시야를 좋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반떼AD 실내 인테리어


실내는 MD와 완전히 다른 차가 되어버렸습니다. 수직 기조의 디자인에 화려함을 강조했던 MD와 달리 AD는 수평 형태의 센터페시아로 담백한 느낌입니다. 맏형인 쏘나타에서 이미 익숙해진 터라 신차로서의 느낌보다는 익숙함을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디자인 자체만 놓고 보자면 MD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MD는 전 세계 소형차를 통틀어 실내가 가장 화려한 축에 들었으니까요. 이는 완성도나 좋고 나쁨을 떠나 '디자인에 더 신경을 쓴 쪽'이 MD라는 얘기입니다. 


아반떼AD 내장재


내장재의 질감은 지적할 만한 부분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소형차를 소형차답지 않게 만들 줄 아는 회사거든요. 아반떼 XD 이후부터 이 차는 늘 라이벌에 비해 감성품질이 좋은 축에 들었었는데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겁니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의 플라스틱의 재질감이 떨어지는 게 유독 거슬렸고 천장 쪽도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몸이 닿는 부분, 즉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이룬 가죽의 질감은 무난한 편에 속하지만 눈으로써 보이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더군요. 물론 1,300만원 대부터 출발하는 가격과 콤팩트카라는 급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아반떼AD 실내디자인


모든 옵션이 탑재된 모델로서 장비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HID 헤드램프와 LED 광원의 데이라이트, LED 테일램프를 장비하고 있으며 앞뒤 열선 시트, 앞쪽 통풍 시트, 시동 버튼을 포함한 스마트키를 갖추고 있습니다. 뒤쪽에 사람이 머물면 자동으로 트렁크를 개방하는 스마트 트렁크와 후방 사각지대를 감지하는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 에코-노말-스포츠 모드를 오갈 수 있는 통합주행모드도 달려 있습니다. 장비가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라서 역시 '편의장비의 현대자동차'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부분입니다.

안전장비의 경우 전 트림에 차별이 거의 없습니다. 몹시 칭찬할 만한 부분이죠.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이 '기본형'부터 들어가고 차체자세제어장치(ESC)와 샤시통합제어시스템(VSM), 후방충격 저감 시트, 급제동 경보 시스템도 전 트림에 기본으로 장비됩니다. 아울러 법제화에 따라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도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기본기가 좋다'는 점을 이유로, 아반떼AD는 가장 저가 트림인 '스타일(1,384만~1,600만원)'의 가치가 상당하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아반떼AD 엔진 1.6 디젤


지금부터는 달리기에 관한 걸 논할 시간. 앞서 말했듯이 시승차는 유로 6에 대응하는 1.6L 디젤 엔진을 얹어 136마력의 최고출력과 30.6kg·m의 강력한 최대토크를 자랑합니다. 여기에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아우른 7단 DCT(더블클러치)를 물려 앞바퀴로 동력을 전하는 게 파워트레인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 시동을 끄고 출발 시 즉각적으로 시동을 거는 ISG(아이들링 스톱 &고) 시스템을 다는 노력까지 더해짐에 따라 경유 1L로 무려 18.4km를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효율은 디젤 엔진에 대한 오랜 노하우로 다져진 동급 유럽 라이벌과 비교했을 때조차도 우위를 가질 정도입니다.


아반떼AD 달리기 성능에 관하여


높은 효율을 갖고 있음에도 동력성능을 양보하지 않은 것도 특징. 막강한 토크를 바탕으로 시내와 고속도로 양쪽 모두에서 속도를 무척이나 쉽게 올릴 수 있고, 평소 저회전 영역으로 순항하며 주행할 때도 넉넉한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부드러운 주행감도 인상적입니다. 으레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토크컨버터식 AT에 비해 주행감이 거칠 수 있는데 현대자동차의 7단 DCT는 이러한 약점을 완벽히 감추고 있는 덕분입니다. 다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에서 변속기가 클러치를 붙일 것인지 뗄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한다거나, 반 클러치 상태를 길게 유지해 출력이 새 나가는 느낌을 자아내는 부분은 향후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세팅은 변속기의 수명에도 좋지 않으니까요.


아반떼AD 패닝샷


소음과 진동, 즉 NVH 쪽의 평가에서는 만점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타보았던 디젤 콤팩트카들 가운데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품고 있으며 진동도 동급의 가솔린차 수준입니다. 이 정도라면 소비자가 '소음과 진동이 싫어서 디젤을 포기한다'는 논리를 펼칠 수가 없을 거예요. 가속할 때의 음색이 다소 무거운 느낌이긴 하나 음량이 작은 편이고, 이때의 부밍음을 잘 억제하고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습니다.


아반떼AD 패닝샷


하체의 감각은 운동성 내지 달리기 성능보다는 '좋은 승차감'에 포커싱되어 있습니다. 앞뒤 좌석 모두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걸 느낄 수 있거든요. 특히 '서스펜션이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한다'는 점에서 MD보다 긍정적입니다. MD의 경우 특정 요철을 무시해버리고 쿵쾅거린다거나 슬라롬과 같은 연속된 스티어링 조작을 차체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AD는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좌우로 기울어지는 롤링이나 앞뒤로 끄덕거리는 피칭도 적은 편이어서 절대적인 운동성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콤포트성과 스포츠성의 양립은 차체의 초고장력 강판(AHSS)의 적용률을 기존 23%에서 53%까지 끌어올린 점과 구조용 접착제의 확대 적용(120m)과 같은 기본기 강화에 따른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아반떼AD 주행컷


고속에서의 안정감 또한 MD보다 한층 개선되었고 스티어링 계통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이 눈에 띕니다. 운전대를 좌우 연속으로 돌릴 때 모터 특유의 관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회전이 시작된 이후 조타감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줄었습니다. 다만 운전대에 노면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모터와 감속기 쪽에서 살짝 여과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는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든 EPS(전자식 파워스티어링)들이 풀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아반떼AD 스티어링과 센터페시아


시승하는 동안 계기판의 트립컴퓨터가 기록한 연비는 '기록적'이었습니다. 가령 고속도로를 달릴 경우 L당 20~23km를 맴도는 수치를 보이기도 했으며 시내에서도 16km/L 정도의 연비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7단 DCT의 공이 큰 것으로 여겨집니다. 항속 기어(7단)를 길게 가져간 것과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기계식 클러치로서의 마찰 덕에 출력을 남김없이 바퀴로 전하는 까닭이죠.


아반떼AD 후면


사실 아반떼처럼 대중적이고 평범한 자동차의 경우 시승기를 쓰는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튀는 구석이 있으면 글에서 그 부분을 강조해주면 되는데, 특색이 없으면 그럴 수 없는 까닭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잘 팔리는 차가 왜 좋은 차인지를 깨닫게 해주었거든요. 아반떼AD는 출시 첫 달(9월)부터 내수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고, 10월에도 무려 약 1만2,800대가 팔려나가며 1등의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슈퍼 노말'을 강조하며 품질과 성능의 상향평준화를 이룬 아반떼AD. 벌써부터 이 차를 인정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6세대 아반떼를 시승한 저의 입장에서, 그들 선택의 이유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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