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우성(GQ KOREA 기자)



자정을 막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아파트 단지에서 친구를 배웅하고 큰길로 향하던 건널목 앞이었습니다. 어떤 교향곡을 크게 들으면서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화로운 하루의 마무리였죠. 

그때 ‘쿵’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상했어요. 그 소리는 스피커를 통해서 들린 것 같기도 하고 밖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팀파니를 크게 치는 소리 같기도 했어요. 


비 오는 날 접촉사고 발생


고개를 갸웃거리다 스피커 탓인가 싶어 볼륨을 줄였다 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창문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어요. 어디서 누가 던진 돌 같은 게 차에 맞았을 수도 있었고, 술에 취한 누군가가 차 근처에 와서 툭 하고 넘어졌을 수도 있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지붕에 내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단 몇 초안에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했습니다.


자동차 사이드미러


사이드미러를 보니 감이 좀 잡히더군요. 뒤에 서 있는 차와 제 차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습니다. 백미러를 보니 확실히 알았습니다. 뒤 차 운전자가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황급히 끄는 걸 봤습니다. 당황했을 거예요. 급하게 전화를 끊고 차 문을 열고 나오려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같이 내렸어요. 


경미한 자동차 접촉사고 대처법


내려서 보니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뒤에 서 있던 차가 제가 타고 있던 차를 살짝 쳤어요. 아주 살짝. 그러니까 저는 거의 충격이 없었고, 이 소리가 차를 친 소린지 음악 소리인지도 잘 몰랐던 거였어요. 뒤 차 운전자는 아마 가까이 서 있다가 전화를 하는 동안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오른발을 살짝 놓쳤거나 미끄러졌던 것 같습니다. 


자, 여기서부터 설명 들어가겠습니다. 


이런 식의 접촉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절대 당황하지 말 것


아주 가벼운 사고를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사실 어떤 경미한 사고라도 교통사고는 참 괴롭고 당황스럽습니다. 머리칼이 쭈뼛 서는 것 같은 충격, 순간 긴장하는 근육, 머리가 하얗게 표백되는 것 같은 몽롱한 느낌까지. 그러다 차에서 내리면 다리가 좀 풀린 것 같기도 하고, 아까 갑자기 놀라서 긴장했던 근육이 좀 아픈 것 같기도 하죠. 그래서 화가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일단, 이 모든 충격과 감정으로부터 한 발 떨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피해자든 가해자든, 사고를 일부러 내는 경우는 없을 테니까요. 교통사고는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심하지 않은 접촉사고라면 일단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세요. 당황하지 말고 차에서 내려서 사고 지점을 확인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죠?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면 심하게 당황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침착하게, 차에서 내려 사고 지점을 확인하는 겁니다. 


자동차 사고 시 기록해야할 사항


다음은 기록입니다. 


1. 차량의 파손 부위와 상태가 잘 보이도록 가까이에서 촬영합니다.

2. 좀 멀리 떨어져서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촬영합니다. 20~30m 떨어진 거리에서 다른 각도로 서너 장 정도 촬영해 두세요. 신호등이나, 일방통행 등의 표시가 있다면 사고 상황과 함께 찍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 상황을 정확히 기록해야 나중에 사고 처리에도 정확하게 쓸 수 있으니까요. 

3. 앞바퀴가 돌아가 있는 각도도 촬영해두세요. 아까 말씀드렸던 제 경우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너무 명확한 경우지만, 그 자체가 모호해서 시비를 가려야 하는 경우도 흔하니까요.

4. 마지막으로 상대 차량의 블랙박스도 촬영해두시면 좋습니다. 가해자가 본인의 블랙박스 영상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고 후에 없다고 발뺌할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은 보험회사에서 블랙박스 사진을 다 확보 하기도 합니다만, 침착하고 자료를 챙겨둔 만큼 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 시 삼각대 세우기


아주 중요한 얘기를 했습니다. 네 가지를 꼭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그 전에 몇 가지 매우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배려예요. 


가해자로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아픈 데는 없으세요?” 이런 말 한마디가 상황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물론 피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분노해 봐야 좋을 일 없으니까요. 더불어 이런 말은 어떨까요? 


“어서 사진 찍어두세요. 사진 찍으시는 동안 제가 흰색 스프레이로 표시하고 삼각 표지판도 세워두겠습니다. 보험사에도 지금 연락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흰색 스프레이로 그어놓은 표시도 정황 파악에 큰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삼각 표지판은 다른 차들이 겪을 혼잡을 최소화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고요. 어느 한쪽이 이 모든 걸 챙기기 벅찰 수 있으니, 피차 빠르고 원활한 수습을 위해서 할 일을 하는 겁니다. 


사건에 관한 메모하기


여기까지 하셨다면 이제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셔도 좋습니다. 그런 다음 메모할 준비를 해두세요.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을 겁니다. 제 경우는, 사고를 당했던 그 날 밤엔 전화기도 지갑도 집에 놓고 나온 참이었습니다. 너무 가까운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가해자분 전화기로 사고 현장을 기록하고 그 사진을 제 전화기로 전송했어요. 그분은 정석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중하게 사과하셨고, 제가 원하는 모든 걸 들어줄 준비가 돼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셨어요. 


자, 안전한 곳으로 차량을 옮겼다면 서로의 신상을 확인하고 연락처를 교환하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름과 연락처는 서로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신분증이나 자동차 등록증을 건네는 것은 스스로 가해자라는 걸 인정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잘잘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면 신중하셔야 해요. 물론 제 경우에는 뒤에서 제 차를 친 분이 내리면서 이미 지갑을 꺼내서 신분증을 들고 계셨어요. 경미한 사고이기도 했지만, 충분히 신사다운 분이었습니다. 


피해 보상 절차


이번 단계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할 겁니다. 피해 보상 절차를 어떻게 할지, 이제 결정해야 하니까요. 


피해 상황이 경미하고 몸이 불편하지도 않다면 현장에서 합의를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계좌 송금한 내역과 함께 계좌이체증을 확보한 후에 합의를 마무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도 보험사와 함께 처리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무리 가벼운 사고라도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좋으니까요. 게다가 정말 경미한 사고라도 하루 이틀이 지난 후에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목이 뻣뻣하다거나, 허리가 아플 수도 있습니다. 교통사고 당일은 몸이 받은 충격을 전혀 모를 수도 있어요.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면, 보험사에 처리를 의뢰하는 편이 피해자나 가해자나 합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라면 합의금을 제시하는 일 자체가 어렵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범퍼에 흠집이 나긴 했는데, 이걸 얼마에 수리할 수 있을지 전혀 정보가 없었거든요. 아까, 사고가 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한 직후에 보험사에 연락했다면, 아마 이 단계쯤 보험회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겁니다. 


자동차 사고 시 보험사 활용


이후는 절차에 따르시면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얼마에 합의를 봐야 하는지, 망가진 차를 고치는 비용과 혹시 몸이 아파질 경우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험사는 매뉴얼을 갖고 있으니까요. 개인이 액수를 직접 제시하고 수락하는 과정보다 그편이 훨씬 깔끔해요. 저는 가벼운 접촉 사고를 세 번 정도 경험했습니다. 모두 보험사와 처리했고, 비교적 깨끗하고 원활하게 마무리됐어요. 사고라는 건 정말이지 부지불식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벌어지니까요.


가벼운 접촉사고 대처


자, 어떠세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요령은 아주 가벼운 접촉사고의 대처입니다. 가장 흔하게 발생할 수 있지만, 적잖이 당황스러운 경우라 어물쩍 넘어가거나 빠뜨리기 쉬운데요. 가장 중요한 조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가해자라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일단 빠르고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 그리고 피해자의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미리 취하는 거예요. 피해자의 경우라면 당황하지 말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오늘 말씀드렸던 절차를 차근차근 밟으시면 됩니다. ‘사고 부위를 확인하고, 곳곳을 촬영하고, 안전과 정황 증거를 확보한 후에, 안전한 곳에서 보험 처리를 기다리는 것’까지요. 


배려, 이 한 가지만 침착하게 실천에 옮기시면 어떤 사고라도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자동차 사고 시 배려하는 자세 가지기


하지만 이 모든 조언에 앞서, 무엇보다 모두의 안전운전이 최고겠죠?


늘 조심하고 배려하는 방어운전과 양보운전의 습관이야말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보험입니다. 도로에 나가는 모든 순간, 매일매일 사고 없이 늘 안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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