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사진 | 최진호(Gooood Studio)


맥스크루즈는 현대자동차 SUV 라인업의 꼭대기에 자리하는 모델입니다. 이는 여러 사실을 암시합니다. 가령 현대자동차의 SUV 중에서 가장 크다던가, 가장 비싸다던가, 가장 고급스럽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맥스크루즈를 대할 때 이러한 예상이 적중하기를 바라왔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프리미엄 SUV로서의 가치'를 원했던 것이지요.


더 뉴 맥스크루즈


하지만 맥스크루즈는 우리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해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맥스크루즈'가 그러했습니다. 사실 베라크루즈가 단종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족보가 애매했고, 무엇보다 내·외관이 중형급 SUV인 싼타페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서 사람들 대부분이 맥스크루즈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얼마 전 생김새를 손질하고 내장을 개선해 진정한 기함급 SUV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제 앞에 등장한 레드멜롯 컬러의 '더 뉴 맥스크루즈'가 그 결과물로서, 이번 시승을 통해 그 가치를 면밀히 검증해 보았습니다.


더 뉴 맥스크루즈


처음 대면하는 순간에는 "무척 크다"는 소리가 혀를 타고 튀어나올 만큼 그 크기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SUV로서는 상당한 차체 길이(4,905mm)를 품고 있는데 이는 싼타페와 비교 시 무려 205mm나 길쭉한 것이며 1,885mm의 폭 또한 기함 에쿠스(1,900mm)에 육박합니다. 2,800mm의 휠베이스(앞 뒤 바퀴 사이의 거리)는 싼타페 대비 100mm 길어서 이 차가 대형 SUV급의 덩치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맥스크루즈 트윈스포크 타입 휠


상당한 길이지만 차체의 비례감과 '자세'는 무척 긍정적입니다. 해치게이트와 D필러(뒤쪽 차체 기둥)를 눕혀 둔해 보이지 않고 높이를 1.7m 아래로 묶어 제법 스포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새로 바뀐 트윈스포크 타입의 휠도 SUV보다는 스포츠 세단에 어울릴 듯한 생김새로써 한층 더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맥스크루즈 후부반사기


선대의 맥스크루즈는 수수한 인상이었던 데 반해 이번 모델은 여러 포인트에서 화려함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빽빽해진 헥사고날 그릴이나 메탈 컬러 장식의 프론트 & 리어 범퍼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후부반사기 주변이나 프론트 안개등(주간주행등) 쪽의 크롬 장식도 여기에 일조합니다. '램프'들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범퍼 양쪽 끝에는 LED 광원의 주간주행등과 안개등이 자리를 틀었으며 이를 세로 방향으로 배치해 이채로운 느낌입니다.


맥스크루즈 다이나믹 벤딩 라이트 탑재


LED 테일램프는 점등 방식을 바꾸어 전보다 한결 산뜻해졌습니다. 헤드램프의 경우 기존 사각 형태 프로젝션이 원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한편 이 헤드램프는 '첨단'을 달리는데, 상·하향 모두 제논 광원을 지원하며 반대편 차선의 차나 앞차를 감지해 자동으로 상향등을 켜고 끄는 오토하이빔(HBA) 기능도 포함합니다. 아울러 운전대를 돌리는 방향을 따라 전조등을 비추는 다이나믹 벤딩 라이트(DBL)도 장비되어 있습니다.

시승차의 색깔 탓에 눈에 쉽게 띄지는 않지만, 헤드램프 아래쪽에 블랙 장식을 더한 것도 강한 인상을 연출하는 요소입니다. 일종의 '눈화장'인데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차체 금형의 변화 없이도 신형으로서의 이미지를 잘 전달하고 있는 듯합니다.


더 뉴 맥스크루즈 센터페시아


다양한 변화를 겪은 외관과 달리 실내는 달라진 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계기판을 제외하면 이전과 동일한 셈이죠. 다만 '풀옵션'에 해당하는 파이니스트 에디션은 디테일의 변화가 많습니다. 내장재가 버건디 컬러로 단장되고 시트는 퀼팅 처리되며 클러스터 주변이 인조가죽으로 마감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대시보드의 나무 장식이 무광으로 바뀌며 질감이 강조되고, 직물 재질의 천장이 그랜저나 에쿠스에 적용되었던 스웨이드(트리코트) 내장재로써 프리미엄 SUV로서의 고급감을 선사합니다.


더 뉴 맥스크루즈의 내부 인테리어


시승차는 파이니스트 에디션보다 한 급 낮은 프레스티지(3,907만 원) 트림입니다. 여기에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206만 원)과 3열까지 커버하는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111만 원), 7인승 시트(20만 원)가 추가되었고 네 개의 카메라로 차량 주변을 한 번에 비추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88만 원),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167만 원)도 채택되어 있습니다.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에는 차선이탈 경보 장치(LDWS), 스마트 하이빔(HBA), 가·감속까지 알아서 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자동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AEB)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추가된 안전 및 편의장비에 해당합니다. 앞쪽 그릴과 범퍼를 살펴보면 이들을 구현하기 위한 레이더 센서나 카메라가 더해진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뉴 맥스크루즈 시트


실내는 넓습니다. 정말 넓어요. 특히 2열 공간이 어마어마합니다. 시트 슬라이딩 기능을 활용해 뒤쪽으로 끝까지 밀면 리무진 부럽지 않은 무릎 공간이 생성됩니다. 2열 승객이 자신의 무릎 공간을 조금만 양보한다면 3열도 제법 앉을 만합니다. 3열을 펼친 상태에서도 제법 큰 짐 공간이 있어 '구색 맞추기용 좌석'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헤드룸이 갑갑하고 방석과 등받이의 쿠션감이 딱딱해 성인 또는 장거리 주행에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조언하자면 시승차에 적용된 7인승 시트보다는 기본의 6인승 모델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벤치식 시트의 7인승과 달리 6인승 모델은 독립식 시트로서 훨씬 좋은 착좌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3열에 드나드는 과정이 훨씬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참고로 국내 SUV 가운데 독립식의 2열 시트를 제공하는 모델은 맥스크루즈가 유일합니다. 이는 맥스크루즈의 막강한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맥스크루즈 2.2L 디젤 엔진


시승차는 'R 엔진'으로 유명한 4기통 2.2L 디젤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의 파워트레인을 갖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SUV로서 올해부터 추가된 V6 3.3L 가솔린 엔진도 선택할 수 있지만 'SUV=디젤'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국내 실정과 유류비 측면에서의 불리함 탓에 판매는 2.2L 디젤에 집중될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주행거리가 많지 않다면 가솔린 모델도 무척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연비와 자동차세(배기량에 따라 부과)에는 불리하나 유지 및 관리 측면에서 커먼레일 디젤보다 훨씬 유리하며 진동, 소음, 승차감이 4기통 디젤보다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편의장비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었을 때 가솔린 모델이 디젤보다 저렴한 것도 매력입니다.


더 뉴 맥스크루즈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


유로 6에 대응하는 새 2.2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는 45kg∙m를 자랑합니다. 출력은 차의 크기 비해 살짝 약하다고 여겨지지만 막강한 토크는 2톤에 이르는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로도 2.2 디젤 엔진의 맥스크루즈는 속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답답함을 떠올릴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커다란 19인치 휠이 기본이라는 점,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점, 상시 사륜구동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지요. 특히 터빈이 적극적으로 돌기 시작할 무렵, 즉 1,800rpm 정도부터는 우악스럽게 땅을 박차고 나갈 수 있어 추월이 무척 용이합니다. 다만 정지가속, 즉 멈추어 있다가 바퀴가 서너 번 회전하기까지는 살짝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최고속도의 경우 여러분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간선도로 제한속도의 두 배 정도까지는 쉽게 올라설 수 있으며, 고속도로 제한속도의 두 배쯤은 약간의 인내심만 있다면 정복할 수 있습니다. 4기통 엔진을 품은 풀 사이즈 SUV의 실력치고는 제법이지요.


더 뉴 맥스크루즈 서스펜션


인상적인 부분은 하체입니다. 길쭉하고 무거워서 '정말 별로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계가 상당히 높습니다. 2~3열의 승차감을 위해 리어 댐퍼와 스프링을 무르게 세팅하고 서스펜션의 상하 작동 거리도 앞쪽보다 길게 가져갔음에도 허둥거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언제나 네 바퀴가 땅을 완전하게 접지하고 있는 느낌이 일품이고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양산 브랜드의 SUV 가운데 상당히 좋은 축에 듭니다. 혹자는 "서스펜션이 무르다"며 이 차의 운동성을 깎아내릴 수도 있겠지만, 한계가 높고 주행안정성이 좋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더 뉴 맥스크루즈 전면


진동과 소음이 아주 잘 억제되어 있다는 것도 맥스크루즈의 강점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페이스리프트 때 흡차음재를 보강해 NVH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는데 실제 운전할 때도 체감 가능한 수준입니다. 4기통 디젤임에도 진동과 소음이 잘 억제되어 있고 노면 소음이나 바람 소리의 침입도 적어 '기함급 SUV'로서의 가치를 잘 챙겼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이번에 도입된 ISG(아이들링 스톱 & 고) 시스템은 작동의 세련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시동이 다시 걸릴 때 타사의 ISG 시스템에 비해 다소 시간이 더 소요되며 이때 필요 이상으로 엔진을 회전시키는 바람에 출발이 거칠게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더 뉴 맥스크루즈 뒷모습


최근의 SUV 열풍에도 불구하고 맥스크루즈는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서두에 언급했듯 동생 싼타페와의 선 긋기 내지는 차별화에 실패한 게 원인이겠지요. 무엇보다 싼타페의 상품성이 워낙 훌륭하고 공간적인 여유도 흠 잡을 데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맥스크루즈를 선택해야만 하는 동기를 갖지 못했을 겁니다. 


맥스크루즈 리어램프


하지만 SUV를 찾되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이 차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상품성과 고급성이 한층 개선되었고 차급에 따른 장비 면에서도 싼타페보다 우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뒷좌석의 탑승 빈도가 높다면 독립식 시트를 갖춘 맥스크루즈 쪽이 더욱 매력적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하체의 완성도 면에서도 싼타페보다는 맥스크루즈 쪽이 근소하게 우세합니다. 특히 주행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맥스크루즈 5도어 개방 사진


맥스크루즈의 기본형 모델, 즉 익스클루시브의 값은 3,294만 원. 여기에는 19인치 휠&타이어와 풀오토 에어컨, 전동식 1열 시트,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 2열 열선 시트, 스마트키,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등의 편의장비가 만재되었습니다. 따라서 널찍한 공간과 SUV 카테고리 내에서의 프리미엄을 즐기고 싶다면 이 차는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차급과 장비에 비해 합리적으로 책정된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그 선택지에서 최고로 꼽힐 만한 자격까지 있으니까요.



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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