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우성(GQ KOREA 기자)


며칠 전에는 자고 일어나니 눈이 내렸습니다. 전국에 첫눈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날 아침 출근길엔, 갑자기 시동이 걸리지 않던 자동차 옆에서 아버지 손을 잡고 같이 떨었던 날의 아침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손가락의 두께, 아버지가 덮어주셨던 코트에 밴 냄새가 아직도 생각나니까요. 


눈 내리는 외부에 주차된 차량들


추억은 늘 아름답습니다만, 곤란한 상황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이제 현실적인 얘기를 좀 해볼까요? 그날 아침은 무척 추웠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같이 떨었어요. 아버지는 집에 들어가셨다가 다시 나오셨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기다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출근길 정체는 5분이라는 시간만으로도 좌지우지될 수 있으니까, 마음이 점점 급해졌습니다. 보험회사에서도 “길이 막힌다”는 말만 반복했던 모양이에요. 나중엔 아예 느긋한 마음으로 아버지와 나눴던 농담이 생각납니다. 그러다 보험회사에서 도착했고, 점프 케이블로 두 개의 배터리를 연결해 시동을 거는 데 성공했습니다. 간단한 조치였죠.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배터리 방전시 필요한 점프케이블


배터리 방전, 겨울에 아주 흔히 발생하는 일입니다. 하물며 휴대전화 배터리도 너무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순식간에 닳아버리곤 하잖아요? 자동차 배터리는 겨울이 깊어지기 전에 반드시 점검이 필요합니다. 일반 승용차 배터리의 수명을 약 3년~5년 정도로 봅니다. 주행거리는 약 5만 킬로미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해도, 3년과 5년의 차이는 꽤 크죠? 일단 점검을 한 번 받아보세요.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배터리 상태를 점검해두시는 건 겨울을 무리 없이 나는 데 꽤 중요한 일입니다. 


어쩔 수 없이 외부에 장기간 주차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을 땐 낡은 옷이나 헝겊으로 배터리 주변을 둘러주는 게 적잖이 도움됩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배터리 보온재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더불어 점프 케이블을 갖춰두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를 부르지 않더라도 주변에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으니까요. 그 차의 배터리와 내 차의 배터리를 연결해 다시 시동을 거는 일, 몇 가지 주의사항만 미리 알아두면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 Cartoon ‘원&하나’ #16 질투


소복이 눈 덮인 자동차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눈이 소복하게 쌓인 데다 꽁꽁 얼어버려서 영 곤란한 아침 말입니다. 와이퍼도 같이 얼어버린 것 같고 걸레로 닦는 데도 한계가 있죠? 


이런 상황에 대비해 ‘눈 제거 주걱’을 하나 정도 갖춰두는 것도 중요한 월동 준비입니다. 일단 주걱으로 눈을 제거하고 서리 제거 버튼을 눌러 유리창 온도를 높여주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서리제가 내린 자동차 앞 유리


이럴 때 뜨거운 물을 붓거나 열쇠나 칼 같은 금속으로 유리창을 긁는 것은 금물입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급격한 온도 차이 때문에 유리 자체가 상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한겨울 추위에는 부었던 물이 얼음을 녹이고 다시 얼어붙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합니다. 그렇게는 안 하시는 게 좋아요.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금속으로 긁는 것 역시 유리를 상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자동차 히터 송풍구


히터도 중요한 점검 포인트입니다. 여름에 에어컨을 실컷 쓰다가, 온화한 가을을 몇 개월 보내고 나면 그 새 필터에 먼지가 쌓여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히터를 켰는데 어딘가 묵은 것 같은 냄새, 창고에서 나는 것 같은 곰팡이나 먼지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고민하지 마세요. 바로 필터를 교환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자동차 계기판


필터의 역할은 의외로 중요합니다. 겨울철에는 대부분 창문을 닫아두고 운행하시죠? 그럴 때 실내 공기가 매캐해지기 시작하면 운전 피로도가 급상승합니다. 바로 졸음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런 냄새가 날 때 방향제를 설치하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임시방편일 뿐이에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필터를 교환하는 겁니다. 필터 역시 혼자서도 갈 수 있는 부품입니다만,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서 이것저것 챙기는 김에 한꺼번에 정비를 받는 것도 확실하겠죠? 


현대자동차 Cartoon ‘원&하나’ #23 마스크


자동차 타이어


다음은 타이어입니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타이어는 자동차의 모든 영역 중 유일하게 지면과 닿아있는 부분이니까요. 이 바퀴 하나가 바닥과 닿아있는 면적은 A4 반장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좁은 면적에서 확보해야 하는 접지력이 겨울철 안전을 모조리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타이어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죠.


타이어 공기를 채우는데 필요한 에어컴프레셔


타이어 관리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일단 공기압 체크를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지거든요. 그럼 타이어 수명, 제동 거리 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게다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계절에는 여러모로 타이어가 혹사당하게 마련이에요. 무심하게 운전할 땐 모를 수도 있지만, 아주 결정적인 상황에서 후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겨울철 도로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미끄럽거든요. 괜찮아 보이는 길도 사실상 얼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점검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하는 거죠. 타이어 공기압 체크는 반드시 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더불어 타이어 수명도 같이 체크해두세요. 마모가 심한 타이어로 겨울을 나는 건 정말이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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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매뉴얼 #69, 타이어 마모 등급(TREAD WEAR)과 타이어 교체


스노체인


스노체인도 하나씩 갖춰두시는 게 좋습니다. 요 몇 년 사이 아주 짧은 시간에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잦아졌죠? 갑자기 쌓인 눈앞에서, 준비가 안 된 운전자들은 사실상 방법이 없어요. 그럴 땐 전륜과 후륜, 심지어 사륜이라도 맥을 못 추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구동방식에 따른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네 개의 타이어가 접지력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 구동 바퀴에 감을 수 있는 체인을 준비해두는 건 아주 핵심적인 겨울나기 준비입니다. 스프레이 형식으로 구동력을 확보하는 제품도 많이 나와 있죠? 결정적인 타개책은 아니더라도, 임시방편으로서 좁은 빙판길을 효율적으로 탈출하는 방안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가장 간편한 스노체인. 스프레이 체인의 효과와 올바른 사용법


자동차 타이어와 휠


하지만 역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스노타이어로 교환하시는 거예요.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 타이어는 그 목적과 결과 자체가 다릅니다. 흔히 빙판길에서는 전륜구동이 유리하고 후륜구동은 맥을 못 춘다는 말씀 많이 하시죠? 겨울용 타이어를 끼우면 눈이 갑자기 쌓였거나 반질반질하게 얼어있는 도로에서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주행성능, 제동거리, 코너링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겨울철 점검 부품 중 하나예요. 이거 하나만은 반드시 챙기시길 바랍니다. 요즘은 스노타이어를 구매하면 기존의 타이어를 겨울 내내 보관해주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해요. 아주 편해졌죠? 스노타이어야말로 안전한 겨울철 운전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겨울철 안전운전을 위한 필수 조건, 윈터타이어


자동차 엔진룸


더불어 부동액도 점검하셔야 합니다. 냉각수가 얼어버리면 정말 큰 일이니까요. 부동액 교환 주기는 약 2년 정도로 봅니다. 2년이 안 됐더라도 꼭 챙겨보세요. 워셔액도 겨울에 얼지 않는 제품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눈이 쌓인 후에 얼룩이 생겼는데 워셔액마저 얼어버리는 상황이 닥치면 참 곤란합니다. 마침 햇빛이 앞에서 들이치는 상황이라면 얼룩에 햇빛이 반사돼서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밤새 눈이 많이 쌓일 것 같은 날은 와이퍼를 세워두세요. 그래야 얼지 않으니까요. 얼어있는 상황에서 와이퍼를 무리해 작동시키면 모터가 상할 수도 있습니다. 작은 핀 하나를 어딘가에 놓아두는 것도 좋습니다. 워셔액이 나오는 입구가 얼어있는 경우, 그저 핀으로 살짝 찔러만 주면 상황이 좋아지기도 하거든요. 


눈 내리는 겨울철 도로


또 뭐가 있을까요? 


아, 눈이 내린 후에는 제설을 위해 염화칼슘을 쓴다는 거 다 아시죠? 이 염화칼슘이 차체에 닿으면 부식의 위험이 있습니다. 분초를 다투는 일은 아니지만, 오래되면 분명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거죠. 부지런히 세차를 해주시는 것도 중요한 겨울철 차량 관리법 중 하나입니다. 


이제 겨울은 점점 깊어질 예정입니다. 갑자기 눈이 오는 날도, 어젯밤에 내린 비가 아침에 얼어있는 날도 있을 거예요.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에 서 있었는데 폭설이 내리는 날도 있을지 모릅니다. 주차해두고 얼마간 시간을 보내고 나왔는데 시동이 안 걸리는 오후를 만날 수도 있죠. 겨울은 종종 극단적입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오늘 알려드린 몇 가지를 반드시 챙겨보세요. 한결 느긋한 겨울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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