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황욱익(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랠리


사전적인 의미의 모터스포츠는 모터(엔진)가 있는 기구를 이용해 기록을 겨루는 종목을 뜻합니다. 이전에는 모터스포츠 카테고리 안에 모터보트, 모터바이크 등이 포함되었지만, 현재의 모터스포츠는 자동차를 가지고 기록을 겨루는 것을 통칭합니다. 물론 자동차만 있다고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하는 사람(레이서)이 있어야 하고 경주차를 정비 관리하는 미케닉이 모터스포츠의 기본 요소인데요. 규모에 따라 운전자가 미케닉의 역할까지 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동차와 인간이 한팀이 되어 서로의 속도를 겨루다!


레이스 차량


현재 기록상 최초의 레이스는 1894년 프랑스의 신문인 <프리티주르날>이 주최한 126km 레이스입니다. 파리에서 출발해 루앙까지 누가 가장 먼저 도착하느냐를 겨루는 이 이벤트는 역사상 최초의 레이스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후 파리부터 보르도를 거쳐 파리로 돌아오는 경기와 파리에서 마드리드까지 달리는 레이스가 개최되었습니다. 초기 레이스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일반도로에서 치러졌지만, 안전성의 문제로 1903년 모든 자동차 레이스가 금지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레이스가 제대로 모터스포츠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시기는 1950년대입니다. 우후죽순으로 차와 운전자만 있으면 여기저기에서 열리던 레이스가 경주차 규격을 정하고 본격적인 서킷에서 열리는 시대가 찾아온 것입니다. 초기의 레이스는 대체로 귀족들이나 왕족들이 즐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투자한 만큼 좋은 성적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특성 탓이기도 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모터스포츠를 가리켜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라 부르기도 합니다. 


레이스 차량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구간에서 개최된 레이스는 현대의 랠리의 모습으로 발전하고 규격화된 서킷에서 규격화된 경주차가 참가하는 레이스는 포뮬러 레이스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자동차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규격화된 완전 경주차가 아닌 일반 자동차를 개조해 출전할 수 있는 투어링카 레이스, 시간을 정해 놓고 가장 먼 거리를 달리는 내구 레이스의 형태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모터스포츠가 발전함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자동차 메이커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거대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해 온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은 피할 수 없었나 봅니다. 매년 드라이버와 관람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졌고 호사가들은 ‘모터스포츠는 가장 위험한 스포츠’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죠. 기술발전이 빠르기는 했지만 충분한 검증과 테스트가 없었던 시기라 레이서라는 직업은 목숨을 건 베타테스터와 같았고 각 레이싱팀들은 우승을 위해 무리한 성능의 경주차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모터스포츠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개를 든 시기는 불과 1980년대 중반입니다. 물론 그룹B나 드래그 레이스에서는 안전보다 무모한 스피드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잦은 인명사고로 인한 손실이 컸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초의 모터스포츠는 1987년 진부령에서 열렸습니다. 일반도로에서 열린 이 레이스는 규정도 없었고 드라이빙 테크닉에 이해도 전혀 없던 시절입니다. 정해진 골인점에 먼저 들어오는 사람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경주 방식이었습니다. 이후 자동차 보급이 본격화된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해수욕장에서 랠리 형태로 펼쳐지는 비포장 레이스가 인기를 끌었고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개장하면서 어느 정도 규정을 갖춘 투어링카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모터스포츠는 복잡하다?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기계를 운용하다 보니 모터스포츠는 규정이나 경기 방식이 복잡합니다. 물론 출발해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는 사람이 우승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어떻게’ 라는 부분이 기술 발전에 따라 변형되었기 때문이죠. 기본 규정은 ‘가장 빨리 정해진 거리를 주파하는 것’ 혹은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먼 거리를 주파하는 것’입니다. 단지 모터스포츠를 즐기기만 한다면 세부적인 경기 규정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트로피의 무게감과 경기 방식, 어떤 차들이 어떤 카테고리에 출전하는지만 알고 있어도 모터스포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물구경, 불구경, 싸움구경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중 모터스포츠는 가장 재미있다는 ‘싸움구경’에 해당하거든요. 그래서 대표적인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만큼의 내용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포뮬러(오픈 휠)


포뮬러


포뮬러는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레이스를 위해 규격화된 차체를 가진 경주차를 말합니다. 양산용이 아닌 레이스만을 위해 제작된 경주차로 보통 머신(machine)라 불리죠. 레이스를 위해 최적의 설계가 되어있는 포뮬러는 타이어가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 형태로 운전석은 차체 중앙에 있으며 구동방식은 뒷바퀴를 굴림입니다. 포뮬러 레이스의 최고봉인 F1은 양산차에 사용할 신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하고 레이스에 적용해 달리는 R&D 센터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F1의 엔진 규격은 1.6ℓ V6 터보 엔진에 에너지회생 시스템입니다. 작년에 출범한 포뮬러E는 F1과 달리 완전 전기차입니다. 포뮬러의 다양한 카테고리는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엔트리급 포뮬러는 배기량 1.0ℓ부터 시작하며 F1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했던 F3는 직렬4기통 2.0ℓ 엔진을 사용합니다. 과거에는 F1을 필두로 F3000, F2000, F3, F4 등의 카테고리가 있었으나 현재는 F3와 GP2, GP3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혼다와 토요타가 엔진을 공급하고 달라라(Dallara) 섀시를 사용하는 슈퍼 포뮬러(구 포뮬러 니폰)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터보 엔진과 에탄올 연료를 사용하는 미국의 인디카 시리즈가 포뮬러(오픈 휠)에 해당하는데요.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드리븐’의 배경이 인디카 시리즈이며 여성 드라이버로 유명한 다니카 패트릭 역시 인디카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리고 포뮬러 레이스는 비포장이 아닌 규격화된 서킷에서 치러집니다. 



투어링카


투어링카


레이스 중에 가장 친숙한 카테고리가 투어링카입니다. 신판용 양산차를 개조해 레이스를 하는 투어링카 레이스는 유럽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카테고리는 그룹N으로 연간 2,500대 이상 판매되는 양산차에 직렬4기통 자연흡기엔진이 기본입니다. 2005년부터는 다운사이징과 터보엔진의 등장으로 S2000 카테고리가 그룹N을 대신하는데 1.6ℓ 직분사 터보엔진을 기본으로 대표적인 레이스로는 영국의 BTCC와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열리는 WTCC로 유럽 국가별로 별도의 투어링카 레이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DTM은 투어링카 레이스 중에 가장 배기량이 크고 출력이 높기로 유명한데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등 독일 메이커들이 직접 참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레이스 역시 투어링카 레이스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투어링카 레이스는 포뮬러와 마찬가지로 규격화된 서킷에서 열리며 비포장에서는 열리지 않습니다.  



GT


GT


Gran Touring의 약자인 GT 레이스는 양산차 중에 가장 빠르고 가장 배기량이 큰 차들이 출전하는 카테고리입니다. 다른 카테고리와 가장 큰 차이점은 그레이드에 따라 완전 개조가 가능하다는 점이죠.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GT 레이스는 레이스 태동 초기의 모습인 지역 간 이동에서 시작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지역과 지역을 이동하기 위해 개조가 필요했던 자동차의 현대적인 해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유럽 중심의 FIA GT와 일본의 슈퍼GT가 대표적인 레이스입니다. 예전에는 GT 레이스의 최고봉인 GT1이 인기를 끌었지만, 경기불황으로 인해 현재는 GT3 레이스가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닛산, 포르쉐 같은 경우는 아예 GT3 사양 스포츠카를 양산하기도 합니다. 



내구레이스 


내구레이스 차량


일반적으로 지정된 코스를 가장 이른 시간 안에 주차하는 방식을 스프린트 레이스라 부르는데요. 내구레이스는 시간을 정해두고 가장 먼 거리를 주파한 팀이 우승하는 방식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내구레이스의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게는 6시간부터 길게는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내구레이스는 자동차 메이커가 가장 공들이는 카테고리 중 하나입니다. 우승을 하는 것이 모든 팀의 목표겠지만 일단 자동차와 드라이버의 부담이 큰 내구레이스는 완주만으로도 큰 성과로 인정받습니다.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한 명의 드라이버가 완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1960년대부터 내구레이스는 두 명 이상의 드라이버가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내구레이스 시리즈인 WEC는 경주차 한 대당 3명 이상의 드라이버가 팀을 짜야 하며 중간 급유와 타이어 교체 등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내구레이스는 경기 시간이 긴 만큼 지루할 수 있기에 보통 캠핑이나 각종 이벤트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톡카 


스톡카


완전 경주차로 개조된 경주차들이 출전하는 레이스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나스카와 한국의 CJ슈퍼레이스 슈퍼6000클래스입니다. 포뮬러와 같이 규격화된 차체와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스톡카는 팀에서 아주 간단한 것들 외에는 공장 출고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미국 나스카는 팀이 다르더라도 토요타, 닷지, 포드, 쉐보레 등의 자동차 메이커에서 공급하는 차체와 V8 엔진만 사용할 수 있으며 원형 오벌트랙(트랙이 기울어져 있음)을 주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경기장 어디든 비슷한 구도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고요. 미식축구, 아이스하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입니다. 



원메이크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발


단일 차종으로 구성된 레이스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주관하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발(KSF)이 원메이크 레이스의 기본이죠. 원메이크 레이스는 레이스 입문자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평소 타고 다니는 차를 주말에 서킷에서 달린다는 선데이 레이스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원메이크 사양 모델을 출시하기도 하며 간단한 안전 장구만 갖추면 누구나 쉽게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원메이크 레이스 중에도 고출력 프로 리그가 있는데요. 포르쉐 카레라컵이나 페라리 챌린지, 폭스바겐 시로코 R 컵, 람보르기니 블랑팡 같은 레이스입니다. 이런 레이스는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경주차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메이크 레이스인 KSF는 클릭을 시작으로 쎄라토, 포르테 쿱, 아반떼, 벨로스터 터보, K3 쿱, 제네시스 등 다양한 차종이 출전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KSF -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 2015] 행사 스케치 및 후기 



짐카나, 오토크로스


짐카나, 오토크로스


가장 기초적인 모터스포츠 카테고리입니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 파일런을 세워두고 임의의 코스를 만들어 기록을 경쟁하는 짐카나는 안전운전교육에도 활용되기도 합니다. 북미에서는 오토크로스라고 부릅니다.



카트 


카트


누구나 한 번쯤 온라인에서 접해 보셨을 카트는 ‘고카트’에서 유래했습니다. 프레임과 엔진으로 구성된 간단한 구조로 모터스포츠 입문용이나 유소년들이 엔트리 포뮬러로 가기 위한 경력을 시작하는 카테고리입니다. F1의 살아있는 전설 미하엘 슈마허는 만 4세부터 카트를 타기 시작해 15세에 독일 주니어 카트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아일톤 세나, 루이스 해밀턴과 페르난도 알론소, 젠슨 버튼, 세바스찬 베텔 등 현역 F1 선수들 대부분이 카트부터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랠리 


랠리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모터스포츠는 랠리입니다. 투어링카 레이스의 한 카테고리인 랠리는 서킷이 아닌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서 기록을 경쟁하는 카테고리입니다.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는 F1과 더불어 모터스포츠 최고봉으로 불리는데요. 랠리는 카테고리에 따라 비개조, 부분개조, 완전개조로 나눠집니다. 완전개조 카테고리는 사륜구동 경주차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밖에 APRC(아시아 퍼시픽 랠리)와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다카르 랠리도 랠리의 대표적인 랠리 경기입니다.


2014년부터 WRC에 출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은 출전 첫해, 독일 랠리에서 드라이버 부문 1, 2위, 제조사 부문 1위에 오르며 첫 우승의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작년과 올해에도 좋은 성적으로 랠리 대회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높이고 있으며 ‘더 랠리스트’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드라이버 공개 오디션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WRC 랠리드라이버 선발 오디션 – 더 랠리스트 


이처럼 모터스포츠는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자동차에 대한 역사와 자부심만큼 큰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취향에 맞는 모터스포츠의 팬이나 선수가 되어 보시길 권해봅니다. 충분히 즐기는 사이 대한민국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도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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