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I 황욱익 (모터스포츠 칼럼리스트)


 

현대자동차_뉘르부르크링 24시_내구레이스


레이스의 종류는 경기 운영 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레이스의 목적은 지정된 거리를 누가 가장 먼저 완주하느냐인데 이런 방식을 주로 스프린트 레이스라고 합니다. 육상으로 따지면 단거리 경주와 비슷합니다. 주로 스프린트 레이스는 총 주행 거리가 200km 미만인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보는 F1이나 KSF 같은 레이스가 전통적인 스프린트 레이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스프린트 레이스와 함께 현시대 레이스를 대표하는 또 다른 줄기로는 내구 레이스(인듀로 레이스, enduro race)가 있습니다. 내구 레이스는 스프린트 레이스와 달리 주행거리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일정한 시간(주로 6시간 이상) 동안 누가 더 많은 거리를 갔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되죠. 이번에는 레이스의 큰 카테고리 중의 하나인 내구 레이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동차와 인간, 기술력이 집약된 내구 레이스


현대자동차_뉘르부르크링 24시_내구레이스


정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해야 하는 내구 레이스는 말 그대로 자동차와 인간, 기술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레이스입니다. 내구 레이스의 주행거리는 적게는 1,000km 이상, 레이스 시간으로 6시간 이상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내구 레이스에서 주행거리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기록의 스포츠인 만큼 서킷에서 열리는 내구 레이스에서도 몇 바퀴(랩)를 달렸느냐도 기록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쉽게 설명해 완주를 위해 안전과 성능의 밸런스가 중요한 자동차 경주의 마라톤쯤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내구 레이스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2명 혹은 3명 이상의 드라이버가 팀을 이뤄야 하며, 연료 급유와 드라이버 교체, 기타 경기 중 발생하는 피트 인 상황도 모두 전체 레이스 시간에 포함됩니다. 각 내구 레이스 별로 차이는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한 명의 드라이버가 출전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됩니다. 그래서 경주차 한 대당 보통 2명에서 3명의 선수가 번갈아가며 레이스에 출전하게 됩니다. 



[뉘르부르크링 24시간 SP2T 클래스에서 1위한 현대자동차]


유럽은 내구 레이스의 종주 대륙이라 불릴 만큼 모터스포츠의 탄생과 함께 내구 레이스를 즐겨온 곳입니다. 가장 유명한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비롯해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 이번에 현대자동차가 출전해 클래스 우승을 기록한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중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FIA(세계모터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WEC 캘린더 중에 하이라이트로 꼽힙니다. 유럽에서는 위에 언급한 내구 레이스 외에도 다양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내구 레이스가 많습니다. 특정 차종만 출전할 수 있는 레이스를 비롯해 각 국가별, 지역별로 다양한 레이스를 운영 중입니다. 



내구 레이스로 얻는 것과 기대할 수 있는 것


현대자동차_뉘르부르크링 24시_내구레이스


내구 레이스는 철저하게 드라이버와 자동차의 기술력을 겨루는 레이스입니다. 가장 유명한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1923년 처음 시작했는데요. 자동차 회사들은 가혹한 조건의 내구 레이스에 출전해 기술력을 겨루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자동차의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내구 레이스의 원래 목적이 약간 퇴색되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은 여전히 내구 레이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고급 브랜드의 대명사인 재규어나 벤틀리, 캐딜락, 애스턴 마틴, 페라리, 포르쉐 같은 회사들은 지금도 내구 레이스에 투자하는 예산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만큼 내구 레이스에서의 성적은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 입증에 중요한 기틀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_뉘르부르크링 24시_내구레이스


그러나 내구 레이스는 보는 즐거움에 대해서는 스프린트 레이스에 비해 지루한 편입니다. 6시간 이상 경기장에서 레이스를 보는 것도 지루하고 TV 중계를 본다고 해도 지루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내구 레이스를 주최하는 프로모터들은 묘안을 내기 시작했는데요. 레이스 외에도 충분한 즐길 거리를 만들어 관람객들이나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것입니다. 실제 내구 레이스가 열리는 경기장에 가보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은 하나의 커다란 자동차 테마파크처럼 변신합니다. 각종 콘서트와 이벤트를 비롯해 자동차와 레이스 관련 문화 콘텐츠를 공급합니다. 이런 이벤트나 문화 콘텐츠는 직접 경기장에 갔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관람객들은 레이스와 관련 이벤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내구 레이스의 지루함을 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내구 레이스는 스프린트 레이스와 비교하면 다양한 하위 클래스가 존재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일정 자격만 갖추면 참가 문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뜻입니다. 실제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 모터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자기 차로 직접 즐길 수 있는 내구 레이스 프로그램이 많은데 이는 철저하게 참가하는 사람들의 재미를 위한 것입니다. 보는 사람보다 참가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FIA World Endurance Championship(WEC)



F1이 포뮬러 레이스의 최고봉이고 WRC가 랠리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것처럼 WEC는 내구 레이스의 최고봉입니다. 세브링 12시간 내구 레이스와 상파울루 6시간 내구 레이스를 비롯해 인터콘티넨탈 르망 컵 등 세계적인 내구 레이스를 한 개의 시리즈로 엮은 WEC는 지난 2012년 출범했습니다. 현재 클래스는 LMP1, LMP2, LMGTE Pro, LMGTE Am 등 4개의 클래스로 운영 중입니다. FIA에서 주관하는 다른 레이스들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를 돌며 경기를 치르는데요.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멕시코, 미국, 일본, 중국, 바레인을 돌면서 경기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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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WEC는 세계 각지의 걸출한 내구 레이스를 한데 묶은 종합선물세트와 같습니다. 벨기에의 스파 프랑코샹 서킷에서 열리는 6시간 내구 레이스를 비롯해 프랑스의 르망에서 열리는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WEC 출범 이전부터 권위 있는 내구 레이스로 유명했는데요. FIA가 2012년 이런 형식의 내구 레이스를 묶어 출범시키면서 좀 더 집중력을 높이고 팬들을 모을 수 있는 경기로 만들었습니다. 



현대자동차_뉘르부르크링 24시_내구레이스


WEC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는 매년 6월 프랑스 르망에서 펼쳐지는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입니다. 1923년에 출범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WEC 전체 캘린더를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우승해야 할 정도로 권위가 있습니다. WEC가 순회하는 경기 일정 중에 가장 긴 코스에서 열리는 것도 의미가 있고 1923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통인 24시간 내구 레이스라는 점만으로도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는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전쟁터이기도 합니다. 그 외 영국의 실버스톤과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일본의 후지 스피드웨이 등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서킷에서 치러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Spa 24 H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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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스파 프랑코샹 서킷]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벨기에의 스파 프랑코샹 서킷에서 열리는 내구 레이스입니다.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가 처음 열린 다음 해인 1924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르망과 더불어 세계 3대 내구 레이스로 불립니다.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15km 트랙(1924년부터 1949년), 14km 트랙(1953년부터 1973년), 7km 트랙(1979년부터 현재) 시절로 나뉩니다. 물론 중간에 서킷의 개보수로 인해 열리지 않았던 적이 몇 번 있지만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의 역사는 르망 다음으로 길다는 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현대자동차_뉘르부르크링 24시_내구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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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와 2010년대 간 80년 동안의 차이]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가 WEC와 가장 크게 구분되는 점은 투어링카 기반의 내구 레이스라는 점입니다. WEC가 내구 레이스의 폭을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까지 넓힌 데 반해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친숙한 대중차 메이커나 정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또한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타이틀은 내구 레이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참가하는 경주차는 대부분 투어링카 레이스에 적합한 규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프로토 타입이나 경주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경주차 보다 양산형 경주차에 초점이 있죠. WEC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혹독하기로 소문난 스파 프랑코샹 서킷을 투어링카로 24시간 달린다는 사실만으로 아찔해질 정도입니다. 그만큼 자동차의 내구성, 성능과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전조차도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레이스(24 Hours Nürburg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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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르부르크링 24시간에 출전한 현대자동차 i30 N]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레이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내구 레이스로 지난 1970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성지, 녹색 지옥,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서킷이라 불리는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리는 내구 레이스는 24시간 레이스 외에 WEC의 캘린더에도 있습니다. 차이점은 24시간을 달리는 것과 6시간을 달리는 것뿐입니다. 워낙에 뉘르부르크링 자체가 유명하기도 하지만 노르트슐라이페(북쪽 코스)와 GP 슈트라케(GP 서킷)을 통합한 22.81km의 서킷은 크고 작은 코너를 비롯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고저 차를 가진 코너와 블라인드 코너 등 최악의 코스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서킷에 비해 경주차의 혹사도가 매우 높으며,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드라이버의 배짱이 두둑하지 않으면 완주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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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다른 내구 레이스에 비해 짧지만, 난이도는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24시간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는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양산형 기반의 투어링카만 출전할 수 있습니다. 클래스도 다양해 배기량별로 다양한 메이커의 다양한 경주차들이 출전합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혹독했다고 하는데요. 경기 중간에 우박을 동반한 눈이 내리며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고, 잦은 사고와 리타이어도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올해 현대자동차가 이 대회에 출전해 클래스 1위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두 개의 클래스에 벨로스터 터보와 i30 터보 경주차 등 3대가 출전했는데요. 모두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올해 레이스는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선보인 고성능 브랜드인 N의 공식 데뷔 무대기도 했는데요. 본격적인 고성능차 경쟁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내구 레이스의 소개를 통해 모터스포츠의 다양한 매력과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모터스포츠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의 자동차 성능 확보 및 전반적인 기술 수준 극대화를 위한 담금질을 지속하고 있다는 현대자동차, 이를 통해 얻은 모든 것이 고성능 N 브랜드 개발과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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