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자동차를 모는 이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자아내는 건 역시 ‘기름값’일 것입니다. 공인연비보다 본인 차량만 연비가 나쁜 것 같고, 이에 따라 혹여 차를 정비할 때가 되었는지, 운전습관이 엉망인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지요. 이처럼 “어떻게 하면 연비가 잘 나오냐?”는 고민, 여러분도 가져 본 적 있으시죠? 같은 차를 타는 동호회의 어떤 사람은 13km/L이 나온다는데 나는 왜 9km/L에 머무는 건지 말이에요.



이런 고충을 아는 자동차 전문가들과 여러 매체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기름값 아끼는 법’에 관한 많은 조언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현실에 대입할 경우 거리감이 컸던 게 사실. 가령 이런 거죠. ‘급’ 자가 들어가는 행동을 피하고 트렁크를 싹 비울 것을 강권하며, 속도는 서서히 끌어올리며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할 것. 아마 이렇게 운전했다가는 뒤 차에게 연신 하이빔과 경적 세례를 받거나 “자동차만 관리한다”며 집에서 쫓겨날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경제운전’이나 ‘기름값 아끼는 방법’을 금세 포기하고 현실에 무릎을 꿇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이런 연유로 이번에는 더욱 현실적인, 최신형 자동차의 특성에 맞는 기름값 절감 방법을 알리고자 합니다. 사실 연비를 좋게 만들 방법은 너무 많습니다. 그걸 기억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 모조리 실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다룰 핵심적인 5가지 팁들만 기억한다면 가뿐히 지금보다 좋은 연비를 낼 수 있을 겁니다. 한층 현실적인 꿀팁을 활용해서 기름값도 절약하고 환경도 지켜봅시다.



하나, 느긋한 가속보다 ‘항속’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동차가 기름을 먹는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2) 자동차가 가속 의사를 인지하고 3) 엔진의 실린더에 연료를 분사하거나 스로틀 보디를 열어주는 것. 이때의 연료 분사량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양에 비례합니다. 결국 액셀 페달을 깊이 밟으면 기름을 많이 먹고 적게 밟을수록 기름을 덜 먹는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이 때문에 과거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액셀 페달을 조금만 밟으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정지상태에서 바퀴를 굴릴 때, 즉 가속 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적게 밟아 서서히 가속하는 걸 당부했지요. 너무나 맞는 말입니다. 위의 원리에 대입해보면 연료 분사량이 줄어 모두가 ‘연비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매 신호마다 오른발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출발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편해지고자 타는 게 자동차 아닐까요. 무엇보다 변속기의 다단화가 진행된 오늘날에는 이게 꼭 맞는 말도 아닙니다. 구형 차의 경우 수동변속기는 5단, 자동변속기는 4단 기어가 전부라서 최고 단에 물려도 엔진이 빠르게 회전해 연료 절약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게 사실. 항속하며 기름을 아끼는 것보다 서서히 가속하며 연료를 절약하는 게 중요했지요. 반면 요즘에는 소형차에까지 6단 자동변속기가 보급되어 있어 최고 단에 물렸을 때의 연료 절감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결국 골골거리며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오히려 재빨리 가속한 뒤 톱 기어로 항속하는 게 연비에 유리하다는 논리입니다.


자동차 연비절약

[정체 구간이 아니면 항속에 집중하자]


살짝 여담이지만 자동차 입장에서도 약한 힘으로 가속하는 건 이른바 ‘고부하 조건’에 해당합니다. 일부 직분사 엔진 차들의 경우 이때 까르륵거리는 노킹을 수반하는 게 그 증거죠. 따라서 무조건 서서히 가속하기보다는 원하는 속도까지 빠르게 끌어올린 뒤, 그 속도를 유지하며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적게 밟는 게 연비에 유리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둘, 타이어는 연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자동차 부품 중 하나입니다


필자는 늘 ‘타이어의 중요성’에 관해 강조해 왔습니다. 자동차와 도로를 잇는 유일한 매개인 타이어.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동차가 제 성능을 낼 수 없다는 게 골자였지요. 타이어 관리는 딱히 어려울 게 없습니다. 공기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마모가 많이 진행되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자동차 연비절약


만약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지면 연비가 나빠지고 주행안정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심할 경우는 스탠딩 웨이브 현상이 발생, 휠에서 타이어가 빠져버릴 수도 있죠. 그래서 타이어 공기압은 늘 철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적어도 매월 한 번 이상은 체크가 필요하죠. 현대자동차 승용 모델의 적정 공기압은 대게 30~34psi. 이보다 정확한 수치를 알고 싶다면 운전석 도어 문턱에 붙은 레이블을 확인하면 됩니다. 취향에 따라 연비를 중시하는 입장이라면 2~3psi를 더 넣어도 좋습니다만 가장 이상적인 건 메이커의 권고 수치를 따르는 것입니다. 다만 공기는 열을 받으면 팽창하므로 주행 후 두어 시간 정도 지난 다음 냉간 시 공기압을 점검하는 걸 추천합니다(휴대용 공기압 체크기는 오픈 마켓에서 만 원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자동차 연비절약

하나 더하자면 새 타이어 선택 시 ‘구름저항 또는 회전저항(RR)이 적은 제품을 찾는 것’입니다. 이른바 에코 타이어나 친환경 타이어로 일컬어지는 것들은 차를 타력으로 굴러가게 해 좋은 연비에 도움을 주니까요. 이걸 어떻게 체크하냐고요? 지난 2012년 12월 1일부터 에너지관리공단의 ‘타이어 효율 등급제’ 실시에 따라 타이어 제조사는 모든 승용차용 타이어에 회전저항계수와 젖은 노면 제동력 지수를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회전저항계수가 1에 가까운 제품을 선택하면 기름을 아끼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요. 이 결과는 각 타이어 제조사 또는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http://bpms.kemco.or.kr/tire/)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셋, 메이커가 권장하는 엔진오일을 사용하세요


자동차가 힘을 내어 굴러갈 때는 필연적으로 동력성능을 깎아 먹는 ‘저항’이 있기 마련입니다. 바퀴의 구름저항과 변속기의 저항, 공기저항 등이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엔진 자체에도 저항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 중에는 실린더 내벽과 피스톤 간의 저항이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엔진 내부에는 마찰을 줄이기 위한 윤활유(엔진오일)가 들어 있습니다. 


자동차 연비절약


특히 최근에는 친환경이 자동차의 핵심 가치로 떠오름에 따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메이커들이 저점도의 ‘저마찰 엔진오일’을 권장합니다. 구체적으로 5W20 수준의 엔진오일을 순정으로 채택, 엔진의 마찰 저항을 줄여 좋은 연비를 이끌어낸다는 원리예요. 물론 엔진오일의 역할은 윤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폭발로 인해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기도 하고 연소에 따른 불순물을 정화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설령 순정 엔진오일일지라도 EQ900 3.3 트윈 터보 등의 고출력 차량에는 비교적 고점도의 합성유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자동차 연비절약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일부 자동차 전문가나 정비사들은 고가의 합성 엔진오일을 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개의 운전자에게 이건 계륵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는 메이커가 권장하는 순정의 저마찰 엔진오일도 충분하다는 소리죠. 엔진 보호의 목적을 우선 고려해 고점도 오일을 쓰면 연비가 나빠지고 가속이 둔해질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자신의 주행 환경과 운전 스타일을 우선 고려, 일반 차량에는 메이커가 권하는 저마찰 엔진오일을 쓰는 걸 추천합니다. 



넷, 히터와 시트 열선, 운전대 열선은 마음껏 틀어도 됩니다


가끔 이런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름 아끼기 위해 히터를 틀지 않는다”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생각해봤더니 찬 바람 나오는 에어컨을 틀면 연비가 나빠지니 히터도 으레 그럴 거라고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 듯합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히터 틀면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계시는 분이요.


자동차 연비절약

[히터는 있던 거니, 가을부터 편하게 쓰세요]


하지만 히터가 연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엔진 힘을 빼먹는 에어컨과 달리 히터는 그저 엔진의 열을 실내로 보내주는 개념에 가깝거든요. 물론 이때에는 블로어 모터를 돌리기 위해 전기가 필요하고, 그로 인해 발전기가 돌기도 합니다. 발전기는 엔진에 벨트로 걸려 있어 일종의 부하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고요. 그러나 이게 출력이나 연비에 끼치는 영향은 일반적인 운전자가 느끼기 어려울 만큼 미미합니다. 따라서 여름철에 사용하는 에어컨과 달리 동절기의 히터나 스티어링 휠 열선, 시트 열선은 기름값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써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섯, 창문 여는 것보다는 에어컨 트는 걸 추천합니다


요즘 같은 여름에 자동차 에어컨을 틀면 연비가 나빠진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뜨거운 공기를 제거하고 찬 바람을 보내려면 필연적으로 콤프레셔(압축기)가 돌아야 하는데, 이게 엔진에 걸려 있어 출력을 저하시키고 기름을 많이 먹게 만드는 것이지요. 보통 에어컨을 틀고 다니면 많게는 20%까지 연비가 나빠지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경차나 소형차 등의 저출력 차량에서 더욱 두드러지곤 합니다. 그래서 기름값에 예민한 운전자 중 일부는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다니기도 하죠.


자동차 연비절약

 [속도와 창문개방 정도에 비례해서 공기 저항도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것과 에어컨을 트는 것 중 어떤 게 기름을 많이 먹을까요? 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자동차 전문 언론과 기관들이 테스트를 해왔던 게 사실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때그때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연다고 획기적으로 기름을 아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는데요. 필자는 창문 개방보다 에어컨 트는 걸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자동차 연비절약

 [에어컨 필터 교체와 관리는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창문을 열고 달리면 다른 차량 바퀴의 회전력으로 튄 도로 위의 돌이나 이물질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고 에어컨 틀었을 때보다 운전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고 내장재의 오염도 무시할 수 없지요. 무엇보다 더운 날은 창문을 열어도 더울 수밖에 없는 노릇. 최신 차량일수록 기술의 발전 덕에 에어컨 작동에 따른 기름 소모율이 줄고 있습니다. 이른바 ‘에코’ 모드에서는 에어컨 콤프레셔의 작동 빈도를 최소화해 기름을 절약하거나, 가속 환경 등 엔진에 부하가 걸릴 때는 에어컨이 저항으로 덜 작용하게끔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에어컨 때문에 기름값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시원하고 쾌적하게 운전하시길 바랍니다.



마치며 추가로 전해드리는 TIP! 국내 시판 중인 차량 연비, 한눈에 보는 방법


그동안 자동차의 연비를 확인하기 위해 제조사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던 분들, 이제는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홈페이 (bpms.energy.or.kr/transport_2012)를 확인하면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모든 차량의 연비를 한번에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이죠. 


자동차 연비절약

 [존재 자체가 유류비 절감 꿀팁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참고로 2016년 6월까지 기준으로, 국내에서 팔리는 차량을 ‘표시연비 좋은 순’으로 정렬할 경우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15인치 휠 기준 22.4km/L)가 연비 1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토요타의 프리우스(15인치 휠),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17인치 휠 모델, BMW 320d ED, 기아 니로 등이 뒤를 잇고 있군요. 물론 제조사나 모델명, 배기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으로 정렬하여 볼 수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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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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