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I 황욱익 (모터스포츠 칼럼리스트)



서킷


레이스는 주로 서킷이라는 공간에서 열립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일반도로에서 폭주를 ‘레이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레이스, 혹은 레이싱은 안전이 확보된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룰 아래 진행되는 경쟁을 뜻하지 길거리에서 난폭운전을 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길거리 폭주와 난폭운전, 보복운전에 대해 처벌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데요. 폭주의 경우, 벌금 40만원에 면허취소 등의 처벌이 내려집니다. 이 처벌은 현재 한국의 도로교통법 중에 가장 무거운 처벌인 음주운전과 같은 등급이죠. 그만큼 위험하고 다른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근거입니다. 

이번에는 레이스가 열리는 서킷을 소개할까 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3개의 상성 서킷과 한 개의 휴면 서킷, 한 개의 스트리트 서킷이 있습니다. (카트 서킷은 제외) 서킷의 시설은 전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대동소이합니다. 서킷을 이루고 있는 시설물 등, 각각의 요소를 알고 있으면 모터스포츠를 이해하기 좀 더 쉽습니다. 무엇보다 모터스포츠가 폭주와는 다른 개념과 체계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서킷은 대표적으로 전라남도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과 강원도 인제의 인제 스피디움이 있습니다. 강원도 태백의 태백 레이싱 파크는 현재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테스트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버랜드 안에는 용인 스피드웨이가 있지만, 레이스보다 자동차 메이커나 수입사들의 론칭 행사나 드라이빙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스트리트 서킷인 송도 스트리트 서킷은 인천 송도 자유무역지대 안에 있는 일반도로를 활용한 것입니다.


서킷


전라남도 영암에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의(이하 KIC) 상설 서킷을 예로 들어 설명해드릴까 합니다. 참고로 KIC는 F1을 유치할 수 있는 F1 서킷과 상설 서킷 두 곳으로 나뉩니다. 취재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주관하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이하 KSF) 3차전 때 진행했습니다. 현재 4개의 클래스(K3 쿱, 아반떼, 벨로스터 터보, 제네시스 쿠페)로 운영되는 KSF는 레이스 입문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원메이크 레이스부터 세미프로까지 출전할 수 있는 클래스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패독 (Paddock)


서킷


서킷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구간으로 피트의 뒤편을 의미합니다. 사실 패독은 아무나 출입을 하거나 경주차 외 자동차가 출입할 수 없는 구간입니다. 관람객들은 관람석으로 입장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패독을 출입하려면 별도의 패스를 구매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F1을 비롯한 대부분의 레이스에서는 입장권 외에 패독 패스와 주차권을 따로 판매합니다만 한국은 아직 이런 인식이 자리 잡지 않아 대부분 관람객들이 패독으로 입장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주차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레이스의 긴박함이 가득한 구간이기도 한데 그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고 경주차의 이동이 빈번한 곳입니다. 



피트 (Pit)


서킷


피트는 경주차를 보관하거나 정비하는 일종의 개러지입니다. 이 공간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며 레이스 운영을 위한 각 팀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입니다. 레이스 준비 중에는 피트 내부에서 경주차를 수리하거나 준비를 하지만 레이스 중에는 피트 로드라는 외부 공간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피트 개러지는 각종 공구와 레이스에 사용할 타이어, 물품 등을 적재하는 공간과 드라이버들이 쉴 수 있는 공간, 손님들을 위한 공간, 팀 회의 및 레이스 데이터를 분석하는 공간도 함께 있습니다. 피트로드의 건너편을 피트월이라고 부르는데요 피트월은 각 팀들이 레이스 상황을 지켜보거나 레이스 중인 드라이버에게 신호를 보내는 사인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트 개러지를 포함해 피트로드, 피트 월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구역이며 별도의 출입 패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레이스 도중에는 허가된 인원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컨트롤타워 (Control Tower)


서킷


이곳은 서킷 운영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서킷 운영 사무실을 비롯해 프로모터 사무실, 방송실, 검차장, 기록실 등 서킷을 통제하는 모든 사무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헤드쿼터라고 불리기도 하며 입구에는 서킷의 등급과 출입 가능한 패스가 붙어 있습니다. 



관제실


서킷


서킷에 있는 모든 CCTV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레이스 때는 경기위원회와 각 오피셜 위원회 인원들이 사무를 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전체적인 레이스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경기위원장과 관제위원장, 각 오피셜의 책임자들이 업무를 봅니다. 레이스 상황을 파악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나 패널티 발령 등 레이스의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관제실은 보안 시절에 해당하므로 출입 자격을 갖춘 인원 외에는 출입할 수 없습니다.



기록실


서킷


레이스는 기록의 경기입니다. 어느 선수가 빠르고 누가 먼저 체커기를 받았는지는 레이스 때 각 선수들에게 분배되는 폰더(기록계)를 통해 기록됩니다. 모든 서킷에는 폰더가 작동할 수 있는 감지기를 스타트 라인에 설치하면서 기록 계측과 통과 유무에 따라 주행 랩을 실시간으로 기록합니다. 지금이야 모든 운영이 전자화 되었지만 예전에는 스무명 가까이 되는 오피셜들이 직접 스톱워치를 들고 기록하기도 했었습니다. 이곳에서 기록된 각 선수의 기록은 경기 끝난 후에 컨트롤타워 1층에 있는 게시판에 게시됩니다. 이것을 기록지라고 하는데 기록지에는 경기위원장, 심사위원장, 기록위원장의 서명이 완료되어야 기록으로 인정 됩니다.



방송실


컨트롤타워 꼭대기에 있는 방송실은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서킷 전체를 조망하기 좋으며, 레이스 중계나 공지사항을 방송하는 곳입니다. KSF를 비롯한 모든 레이스에서는 현장 방송 중계를 진행하는데 아나운서와 해설자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KSF에서는 국내 유일의 모터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인 서승현 아나운서와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클래스에 출전 중인 이진욱 선수, 그리고 저까지 세 명이 장내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방송실은 모든 정보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기도 하며 코멘터리 부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심사실 


서킷


컨트롤타워 1층에 있는 심사실은 선수들에게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운영되는 곳인데 경기 중에 발생한 분쟁 사항을 조정하거나 처벌을 내리는 곳입니다. 일단 심사실에서 호출이 오면 무조건 출석해야 합니다. 경기 중 각 포스트에서 올라온 보고서와 관제실의 영상을 바탕으로 페널티가 부과되거나 잘잘못을 가리는 역할을 합니다. 심사위원회는 KSF를 공인하는 단체인 대한자동차경주협회에서 파견된 심사위원과 프로모터 파견 심사위원 등 최대한 공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들의 사무실입니다. 서킷 내의 경찰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미디어센터 (Media center)


프레스룸이라고 불리는 미디어센터는 기자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거나 작성한 기사를 송고할 수 있는 사무실인데요. 레이스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니터와 레이스 후에 기록지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하게 됩니다. 공식적으로 서킷 내의 정보가 가장 빨리 전달되는 곳이며 출입은 매체에 소속된 혹은 공인된 미디어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 가능합니다. 또한, 각 팀에서 배포되는 보도자료를 비치하거나 경기 후 진행되는 입상자 공식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리드 (Grid)

 

서킷


그리드는 경주차가 스타트 하는 공간입니다. 바닥에는 순위별로 지정된 위치가 있으며 스타트할 때 지정된 위치를 사용해야 합니다. 레이스 이벤트 중에 그리드 워크는 그리드가 일반 관람객들에게 개방되는 이벤트로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경주차와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며 실제 레이스가 열리는 서킷을 직접 출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KSF 2라운드인 송도 스트리트 서킷 경기의 그리드 워크 때입니다. 



포스트 (Post)


서킷


포스트는 경기 중 발령되는 깃발을 표시하거나 경기의 안전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초소입니다. 코스 중간 중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며 오피셜(플랙 마샬)이 상주하는 공간입니다. 모든 포스는 스타트라인에 있는 메인 포스트의 지시를 받아 깃발을 표시하는데 메인 포스는 경기의 시작과 끝, SC(세이프티카 투입) 등을 컨트롤 합니다. 



파크퍼미 


서킷


경기를 마친 모든 경주차는 파크퍼미로 들어와야 합니다. 이곳에 진입한 경주차는 오피셜의 통제에 따라 이동할 수 있으며 팀 미케닉이나 스탭들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입니다. 경기 종료 후 경주차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입상한 경주차는 검차장으로 이동해 불법개조는 없었는지 검차를 받게 됩니다. 



검차장 

 

서킷


모든 경주차는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검차장에서 이상 유무를 확인 후 팀 피트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검차장에서는 담당 오피셜이 불법개조는 없는지, 규정에 맞게 세팅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검차를 마치면 검차를 마쳤다는 씰(스티커)을 발급받는데 지정된 위치에 부착해야 합니다. 만약 검차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규정에 맞게 세팅을 수정한 후에 다시 검차를 받아야 합니다. 검차를 통과하지 못한 차는 레이스에 출전할 수 없으며 경기 종료 후에는 경우에 의무검차(경지 전 검차와 상태가 같은지)를 진행합니다.  



의료, 구난 팀 


서킷


어찌 보면 서킷에서 가장 중요한 팀이 의료, 구난 팀입니다. 레이스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안전과 구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레이스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점들이 길거리 폭주와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의료, 구난 팀은 경기 중 발생한 사고처리와 응급조치, 환자 이송을 담당합니다. 세이프티카를 비롯해 지게차, 구난차, 소방차 등 의료, 구난 팀은 단일팀으로 가장 규모가 큽니다. 각 분야 전문 인력과 전문 오피셜로 구성된 의료 구난 팀은 전문성이 가장 뛰어난 팀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대회 기간 내내 출동준비를 마친 이들이 출동하지 않을수록 좋겠지만, 서킷에서 발생하는 위급상황은 이들이 아니면 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서킷에는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료, 구난 팀이 상시 대기하며 만약에 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습니다. 

 

서킷


지금까지 간단하게나마 레이스를 운영하는 시스템과 서킷에 각 구역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끼실 수 있겠지만, 더욱 재미있는 레이스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실제 KSF가 한 번 열릴 때마다 투입되는 인원은 200여 명이 넘습니다. 각 업무의 인원들을 포함해 현장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오피셜까지 합친 인원은 웬만한 중소기업 인력 규모를 뛰어넘습니다. 그만큼 레이스는 복잡하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경기 중에 발생하는 각종 분쟁에 대해 최대한 공정한 판정을 내리고 팬들에게는 더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관람객들이 보는 레이스는 자동차와 드라이버뿐이지만 이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전문 인력들이 땀 흘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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