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자 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세번째 주인공, 김수자 작가]


인간이 이룬 과학은 문명을, 문명은 예술을, 예술은 다시 인간을 꽃피웁니다. 이런 선순환적인 고리에서 바라보는 예술의 가치는 측정되지도,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에서 볼 수 있는 김수자 작가의 작품이 그러합니다. 김수자 작가는 메츠퐁피두센터와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등 저명한 세계적 미술관들에서 개인전을 펼쳐왔습니다. 이번에 개막한 ‘마음의 기하학(Archive of Mind)’ 전은 관객의 참여와 오감으로 전해지는 감흥으로 예술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김수자 전

[전시를 앞두고 열띤 취재가 이루어진 기자 간담회]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2014년부터 10년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진 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후원활동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에게 대규모 신작 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작가는 작업 활동에 전환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한국 현대미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 번째 전시로, 30년간 소리, 빛, 이불보 등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등의 작업을 통해 자아와 타자에 대한 이슈를 탐구해 온 김수자 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축사를 전하는 김민수 현대자동차 브랜드전략실장]


기자간담회장에서 현대자동차 브랜드전략실장은 축사에서 앞으로도 더욱 많은 분들이 예술을 즐기는 공감의 장이 마련될 수 있길 바라며 지속적인 후원으로 한국 문화예술계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했습니다. 이어서 소개된 작가와 작품소개 슬라이드 그리고 현장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이번 전시의 기대감이 전문기자들 사이에서도 높게 형성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김수자 작가가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 9점을 우선 만나보겠습니다.



1. 마음의 기하학, 2016, 관객 참여 퍼포먼스와 설치, 19m 타원형 테이블, 16 채널 사운드 퍼포먼스 ‘구의 궤적’, 15분 31초


김수자 전

 [관람객 참여형 작품 ‘마음의 기하학’]


첫 번째 전시실의 작품은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전개됩니다. 하나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는 참여형 워크숍입니다. 작가는 캔버스의 기능을 하는 19m 길이의 거대한 타원형 나무탁자 위에 관람객이 찰흙 덩어리를 공모양으로 만들어 놓길 요청합니다. 김수자 작가는 작업 초창기에 '보따리'의 개념을 물질과 비물질을 감싸는 방법론으로 풀어냈던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작가가 요구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찰흙을 감싸며 굴리는 순환적인 행위는 관객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물질로, 다시 물질에서 무(無)로 전환되도록 만듭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두 손바닥에 가하는 균형적인 힘 사이의 양극성과 마음의 모서리를 깎는 정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2.  구의 궤적, 2016, 작가의 클레이볼 굴리는 퍼포먼스와 가글사운드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16 채널 사운드, 총 15분 31초

  

김수자 전

[사운드 퍼포먼스 ‘구의 궤적’을 경청하는 작가와 기자들]


또 하나는 구를 만들어 놓는 행위와 함께 공간과 소리를 느껴보는 것입니다. 마음의 기하학에 이어 두 번째 작품 ‘구의 궤적(Unfolding Sphere)’입니다. 이 작품은 <마음의 기하학>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사운드 작업으로, 둥근 물체가 표면에 닿으며 굴러가는 소리와 가글 소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객들은 찰흙을 손으로 빚고 사운드를 감상하며 오감을 충족시키는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3. 몸의 기하학, 2006-2015, 작가의 요가매트, 185 x 63.5cm


[새로운 개념의 회화 ‘몸의 기하학’]


마음의 기하학 옆 전시실에서는 '몸의 기하학'이 전시되었습니다. 2006년부터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의 소재는 의외로 매우 친숙합니다. 어떤 소재인지는 직접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몸이 가진 중력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몸의 흔적을 통해 나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4. 몸의 연구, 1981, 작가의 퍼포먼스 사진에 의한 실크스크린 연작, 각 54.5 x 55.5cm

 

김수자 전


몸의 연구(A Study on Body)는 1980년대 초에 신체, 평면, 그리고 공간의 역학 구조에 대한 실험으로 작가의 퍼포먼스를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이미 앤디 워홀(Andy Warhol)을 통해 실크스크린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을 것입니다. 이 실크스크린 작품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연관되어 온 작가의 퍼포먼스 프로젝트에 드러난 세계의 수직적·수평적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5. 숨, 2004/2016, 새틴 위에 디지털 자수, 작가의 사운드 퍼포먼스 ‘직조공장’ 중 한 숨의 시퀀스, 180 x 61cm


김수자 전


숨(One Breath)은 작가가 “바느질 작품”을 중단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제작한 “디지털 자수” 작품인데요. 이 작품은 호흡 사운드 퍼포먼스 ‘직물 공장(The Weaving Factory)’의 음파 그래픽의 한 숨을 자수로 수놓은 것입니다. 들숨과 날숨이 만들어 내는 파동은 직물 사이를 누비는 바느질을 통하여 그 구조와 형식을 보여 주며, 음과 양, 삶과 죽음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6. 연역적 오브제, 2016, 석고로 본뜬 작가의 양 팔과 손, 나무 테이블, 152 x 74.5 x 76cm


김수자 전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는 작가의 신체를 직접 캐스팅해 제작한 조각입니다. 작품에서 두 팔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태로 놓여 있는데요. 디테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 손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은 서로 맞닿아 있어서 ‘비움’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7. 실의 궤적 V, 2016, 스틸 이미지, 16mm 필름, 사운드, 21분 48초


김수자 전

      [실의 궤적(Thread Routes)의 새로운 시리즈 챕터(Chapter V)]


직물을 짜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행위와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의 정제된 기하학적 구조가 대조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이것은 직물을 짜고, 감싸고, 풀어내는 행위에 대한 작가의 인류학적 탐구의 정점을 보여주는데요. 이를 위해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나바호족과 호피족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경이로운 경관을 배경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직물 문화의 퍼포먼스적인 요소와 자연, 건축, 농업, 젠더 관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적 연관성을 이보다 잘 표현한 작품은 없을 것입니다.



8. 연역적 오브제, 2016, 철, 페인트, 거울, 지름: 1.5m x 높이: 2.45m (조각), 10 x 10m (거울)


김수자 전

   [10 x 10m 거울을 포함한 대형 작품과 김수자 작가]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는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마당에 설치한 야외 조각입니다. 이 작품은 ‘우주의 알(Cosmic Egg)’로 알려진 인도 브라만다의 검은 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보따리’작품의 또 다른 표현인데요. 브라만다 형태를 새로운 보따리로 형상화하기 위해 오방색 띠를 두른 타원체를 표현했습니다. 작품 하단의 거울평면은 타원형의 오브제를 지지하는 플랫폼이자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화창한 날일수록 빛의 반사와 거울에 비치는 하늘과 오방색 조각 작품이 한데 어우러지며 더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9. 호흡, 2016, 필름 설치작품


 

김수자 전

 [1cm당 천여 개의 스크래치로 직조된 특수 필름 소재의 작품인 ‘호흡’]


호흡(To Breathe)은 특수필름을 이용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입니다.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Reina Sofia) 미술관에서 ‘거울 여인(A Mirror Woman)’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한 후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요. 공간의 허공성(void)을 건축물의 표면으로 확장하고 보따리의 개념을 빛의 언어로 비물질화함으로써, 회화에 대한 작가의 초기 명상의 결정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며…


김수자 전


지난 30년 동안 김수자 작가는 하늘과 땅, 인간의 관계성을 생각하며 몸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조형적, 기하학적 표현으로 풀어보는 실험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 실험이 이번에 소개해드린 9점의 작품을 통해 현재에 와서 다시 연결되고 소통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을 통해 만난 김수자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고국에서 열게 되어 뜻깊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는데요. 전시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의 말처럼 "세계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김수자 작가의 진면목을 조명한 이번 ‘마음의 기하학’ 전이 관람객의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고 동시대 삶과 예술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김수자 전

[삼청동 나들이오시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꼭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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