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상현(자동차 저널리스트)

사진 | 최진호(Gooood Studio)



미션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주제는 ‘아빠의 차 고르기’입니다. 너무 쉽다고요? 뭐, 가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총각 때 꿈꾸던 멋진 스포츠카나 경쾌한 핫해치를 냉큼 질러도 괜찮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성능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용성, 공간, 연비, 심지어 AS까지 좋은 자동차를 제시해야 하잖아요. 자동차 시장을 둘러보세요. 이런 차 찾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 모든 걸 만족시키고 나면 값이 성층권을 뚫고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어딘가 하나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싼타페 MY17


자, 그렇다면 제가 생각한 답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미션을 가볍게 넘어서는 자동차가 하나 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부인과 자녀들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차,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입니다. 2000년 출시로부터 올해 말까지 백만 대 판매를 앞둔 현대자동차의 간판 SUV이자 2017년형으로 거듭나며 다시금 상품성을 끌어올린 모델이지요. 필자는 지난 5일 동안 이 차의 운전대를 잡은 채 그 가치를 섬세하게 진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싼타페가 아빠의 차로서 가장 적절한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볼까요?


싼타페 MY17


으레 SUV는 못생겼습니다. 근데 이 차, 분명 SUV지만 외모가 참 괜찮습니다. 도로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차라거나 매일 보는 사이라서 느끼지 못했던 거 같아요. 가만히 세워놓고 찬찬히 살펴보면 새삼 싼타페의 디자인이 무척 좋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특히 시승차가 입은 오션뷰 페인트가 차의 분위기를 잘 살려줍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하고, 젊은 듯하면서도 중후한 게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스퍼터링 휠이라고 일컬어지는 견고한 질감과 색상의 19인치 휠은 ‘고성능 버전’의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싼타페 MY17


출시(2012년)로부터 4년이 훌쩍 지났지만, 디자인 면에서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SUV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습니다. 사실 이 정도 크기의 차는 둔중해 보이기 쉬운데 싼타페는 그런 감이 별로 없는 걸 높이 살 만합니다. 여기에는 뒤쪽으로 갈수록 급격히 상승하는 윈도 라인과 문턱 부분을 까맣게 만든 게 주효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싼타페 MY17


2017년형 모델의 겉모습은 작년 6월에 페이스리프트된 싼타페 더 프라임과 같습니다. 초기형을 바탕으로 앞뒤 램프와 범퍼, 그릴 등을 바꿔 자극의 강도를 높였지요. 적절히 자리 잡은 육각 프론트 그릴과 ‘ㄷ’ 형태의 앞 범퍼 장식은 이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반면 일렬로 늘어선 데이라이트나 원형의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살짝 구식 느낌이 듭니다. 예전 모델의 사각 프로젝션의 경우 광도 면에서는 혹평을 받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참 멋졌는데 말이죠.


싼타페 MY17


어른스런 앞모습에 비해 뒷모습은 스포티한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40대 아저씨는 물론이고 20대 대학생이 타도 어색하지 않을 듯. 독특한 스타일의 리어 스포일러와 그래픽이 멋진 테일램프, 두툼한 리어 범퍼가 멋스럽습니다. 두 발의 원형에서 사다리꼴로 넘어온 머플러도 한결 도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싼타페 MY17


싼타페 실내에는 2017년형 고유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가장 먼저 시트인데요. ‘고동색’에 가까운 버건디 가죽시트가 추가됨에 따라 고급감을 바짝 끌어올렸지요. 아울러 대시보드를 가로지른 나무 장식은 제네시스 G80의 그것처럼 실제 질감을 살렸습니다. 


싼타페 MY17


천장은 스웨이드로 감싸 사치를 부렸습니다. 센터페시아에 브론즈 색 메탈 포인트가 들어간 점, 운전대 겉면이 타공 가죽으로 바뀐 점, 패들 시프터가 들어간 점도 비교적 소소한 변화지만 잘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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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실내 품질감도 제법입니다. 가격대가 비슷한 그랜저 HG에서 곧바로 갈아타면 싼타페 쪽이 한 급 아래의 질감으로 다가오는 건 자명한 사실. 그러나 SUV 라인업의 동생 격인 투싼에서 옮겨 오면 둘 간의 체급 차이가 명확히 느껴집니다. 물론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나무 장식과 스웨이드 재질의 천장이 제 역할을 한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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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요소도 생겼습니다. 방향제의 일종인 ‘에어소프트너’가 들어간 거죠.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향 원료부터 설계 구조까지 모두 고려해 향을 설정했다고 하니 관심 가져볼 만합니다. 다만 시승차에서는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는 걸 밝혀둡니다.


싼타페 MY17


싼타페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공간’입니다. 1열은 미니 버스처럼 탁 트인 시야와 공간감을 제공해 ‘내가 무척 큰 차를 몰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합니다. 2열의 경우 앞뒤 슬라이딩을 지원하며 등받이 각도가 제법 큰 폭으로 조절되어 성인 남성 두 명이 쾌적하게 탈 수 있습니다. 다만 시트의 쿠션감이 살짝 뻣뻣한 것은 SUV로서의 태생적인 한계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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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인 7인승 모델은 사진처럼 3열 시트를 지원합니다만 초등생 이상이 타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선대의 모델이 그랬듯 여전히 ‘임시 좌석’에 가까우며 2열을 통해 드나드는 것도 썩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따라서 만약 3열의 활용 빈도가 높은 입장이라면 싼타페보다는 맥스크루즈 쪽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맥스크루즈 6인승 모델은 2열 가운데 통로가 뚫려 있어 3열에 타기 편하고 그 공간도 제법 널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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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 역시 광활합니다. 안쪽 끝의 짐을 꺼내려면 허리를 접고 몸을 트렁크 안쪽까지 넣어야 할 정도로 큼지막합니다. 만약 2열 시트를 접는다면 ‘원룸 이사’ 정도는 거뜬할 거 같습니다. 짐 공간 오른편에는 12V 파워 아울렛과 220V의 가정용 전원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캠핑 문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듯 보이는데요. 기본형 바로 위 등급인 프리미엄부터는 옵션으로 전동식 트렁크를 장비할 수 있고 익스클루시브 스페셜부터는 이게 아예 기본으로 장비되는 것도 칭찬할 만합니다.


싼타페 MY17


고급화의 바람을 탄 데 따른 고가의 장비들도 그냥 넘어갈 수 없겠죠. 주변 상황을 ‘버드뷰’로 비추는 어라운드 뷰 시스템(145만원)은 골목길 지날 때나 주차 시 큰 차체에 대한 부담을 없애줍니다. 스마트키,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파노라마 선루프와 같은 것들은 이제 당연한 사양입니다.


싼타페 MY17


능동형 안전장비의 만재함도 칭찬할 만합니다. 전방의 레이더를 기반으로 한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은 실수로 앞차를 들이받는 일을 방지하고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은 앞차 유무에 따라 스스로 가·감속을 실행합니다. 카메라 기반의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후측방 경보 시스템도 유용한 안전장비입니다. 이러한 장비의 대폭 적용으로 현대자동차는 싼타페의 제품 포지셔닝을 중형 SUV에서 ‘프리미엄 SUV’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듯합니다.


싼타페 MY17


엔진은 4기통의 2.0L와 2.2L 두 가지. 서로 뿌리는 같지만 2.0L는 186마력, 41kg∙m, 2.2L 버전은 202마력, 45kg∙m의 최대출력과 최대토크를 내뿜습니다. 두 엔진 모두 유로 6의 친환경 규제를 거뜬히 만족하며 유럽 태생 디젤차들과 달리 요소수를 넣지 않아도 되는 게 큰 장점이지요. 구동방식은 전륜구동형을 기본으로 하되 옵션(210만원)으로 전자식 사륜구동을 더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대응하지 않고 있는데, 후계차에서 이 구동계가 더해지면 더욱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거라는 조언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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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2.2L 엔진의 사륜구동 모델입니다. 최고급형인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을 기반으로 내장의 고급화를 도모하는 파이니스트 패키지와 앞서 언급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가 들어 있고, 3열 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블루링크 및 AVM까지 탑재된 이른바 풀옵션 모델입니다. 제원상 차량 무게가 1,915kg이지만 웬만한 안전 및 편의 장비들이 적용되어 실제로는 2톤을 훌쩍 넘길 거라는 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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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가속은 둔중합니다. 액셀을 웬만큼 밟지 않고서는 속도를 붙이기가 영 힘들어요. 마치 네 바퀴에 끈끈이가 붙은 것처럼 시속 40km까지는 무척 무겁게 움직입니다. 사실 출시 초기(2012년)에 시승했던 모델은 초기에도 속도가 가볍게 붙었던 기억인데 아무래도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액셀 페달의 초반 가감에 따른 연료분사량을 보수적으로 조절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시속 40km를 넘기고 난 다음부터는 45kg∙m의 강력한 토크로 폭주하는 멧돼지처럼 내달릴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고속도로에서 흐름보다 빠르게 내달리는 데에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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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 AT는 8단 이상의 자동변속기가 널리 퍼진 현실에서 살짝 구식인 느낌. 사실 기어 단수가 적은 것보다 직결감이 떨어지는 게 아쉽습니다. 정지가속에 대한 얘기의 연장으로서 출발부터 바퀴가 서너 번 회전하기까지 변속기가 엔진 힘을 적잖이 흘립니다. 이렇게 되면 쓸데없이 엔진 회전을 높게 쓰게 되고 연비까지 나빠지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데 말이죠. 물론 변속기의 ‘부드러움’ 측면에서는 여전히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싼타페 MY17


형제차인 맥스크루즈 때도 그랬듯이 이 차는 하체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물론 전제는 싼타페의 덩치와 무게를 깔고 있지만요. 일단 승차감은 단단한 편입니다. 롱바디 버전인 맥스크루즈는 푹신하지만 싼타페는 확실히 스포티한 감각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취향에는 적절한 데 반해 50대 이상의 장년층은 살짝 꺼릴 수 있는 것도 맞는 얘기. 특히 1열보다 2열에서 좀 더 뻣뻣한 느낌입니다. 참고로 시승차의 타이어 공기압이 적정 수준보다 높은 40psi였으므로 이를 낮추면 승차감은 한결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다. 


싼타페 MY17


승차감을 살짝 양보한 대신 주행안정성과 코너링 감각은 수준급입니다. 육중한 차체를 생각하면 더욱 칭찬할 만합니다. 몸을 나름대로 재빨리 추스르고 코너링 한계도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있거든요.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내달릴 때도 안정감이 우수합니다. 확 굽은 길은 부담스럽지만 도심의 웬만한 코너라면 꽤 스포티하게 내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2.2L 엔진과 4WD, 여기에 각종 옵션이 듬뿍 담긴 시승차의 값은 4,280만원. 일순간 ‘비싸다’ 싶지만 차의 가치와 크기, 적용된 첨단 사양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간단히 얘기해 보죠. 호화 옵션을 만재한 중형 SUV의 값이 이 정도라면 꽤 매력적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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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운송비 등의 이슈로 인해 수평비교는 불가하지만, 문자 그대로 ‘참고’가 될 만한 걸 갖고 왔습니다. 일단 영국 시장입니다. 영국에서 시승차보다 옵션이 훨씬 부족한 싼타페 2.2 디젤 7인승 AT 모델을 사려면 4만1,000파운드(약 6,000만원) 넘게 내야 합니다. 여기에는 조수석의 전동시트도 빠져 있습니다. 심지어 영국에서 시승차에 입혀진 오션뷰 컬러를 더하면 645파운드를 추가로 받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무료지요. 이러면 국내 대비 50% 이상 비싼 값입니다.


그렇다면 차 값 저렴하기로 유명한 미국을 볼까요? 일단 미국에서 팔리는 싼타페(미국명 싼타페 스포츠)에는 가솔린 엔진만 올라가므로 저가형인 2.4L 모델로 대입해보겠습니다. 2.4 가솔린 4WD AT 모델에 스마트키와 내비게이션만 추가해도 3만5,800달러(약 3,970만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디젤 터보인 2.2L R엔진보다 자연흡기 가솔린인 쎄타 2.4 엔진의 값이 훨씬 저렴합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결국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싼타페의 ‘가성비’가 무척 높다는 걸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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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싼타페 구매를 고려하는 분께 두 가지 팁을 드리자면 꼭 ‘2.2L 모델을 살 필요는 없다’는 것과 ‘전륜구동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2.0L 모델의 엔진 출력도 충분하며 보유세(자동차세) 면에서 2.2보다 2.0이 10만원 가량 저렴하기 때문. 아울러 사륜구동도 ‘필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싼타페의 전자식 사륜구동은 본격적인 오프로드용이라기보다는 주행안정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 큰데, 경험상 전륜구동형의 달리기도 안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실 연비 면에서 전륜구동형이 사륜구동형보다 L당 1km 더 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인데요. 결국 차 값 저렴하고 유지 면에서 유리한 2.0L 전륜구동 모델을 3,000만원 중반으로 구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싼타페 MY17


이제 처음에 던진 미션에 대한 결과를 정리할 시간입니다. 아빠로서 가족용 차를 하나 골라야 한다면 분명 싼타페는 가장 먼저 고려할 만한 차입니다. 3,000만원 중반 대에 이토록 크고 듬직한 패밀리카를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교통안전에 대한 이슈로 뜨거운 요즘, 싼타페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스몰오버랩 대응 차체 구조로 재설계되었다는 점과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탑재된 게 주효했지요. ‘팩트’도 있습니다. 2017년형 싼타페는 미국 IIHS가 가장 안전한 차에 부여하는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특히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는 전 항목 최고 등급(G)을 받기도 했으니 그야말로 믿고 타도 될 터. 안전, 공간, 디자인, 가격 면에서까지 만족시키는 2017년형 싼타페. 이 정도면 최고의 패밀리카로서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백만 번째 프러포즈, 싼타페 1 Million 스페셜 에디션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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