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l 황욱익 (모터스포츠 칼럼리스트)



요즘 굉장히 ‘핫’한 스포츠 모델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아반떼 스포츠’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작정(?)하고 만든 아반떼 스포츠는 지금까지 나온 현대자동차의 4도어 스포츠 모델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아반떼 스포츠를 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너무 인기가 많은 나머지 한참을 기다리기만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성이면 하늘도 감동한다고 아반떼 스포츠를 아주 제대로 경험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워낙 주변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가 좋아 기대가 컸는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아반떼 스포츠를 일반도로가 아닌 서킷에서 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여러 가지로 ‘핫’한 아반떼 스포츠. 그럼 무엇이 다를까요? 사실 겉모습은 일반 아반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아반떼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분이 아니면 아반떼 스포츠와 아반떼의 겉모습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 차종을 같이 놓고 보면 어딘가 모르게 날렵한 느낌이 있고 낮은 차체가 눈에 띈다면 바로 아반떼 스포츠일 겁니다. 실내를 보면 일반 아반떼와 아반떼 스포츠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우선 탄탄한 시트가 다르고, 안전벨트도 강렬한 빨간색입니다. 별거 아닌 흔한 옵션처럼 보여도 빨간 안전벨트는 아반떼 스포츠에만 제공되며 시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변속기도 수동과 DCT(듀얼 클러치)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스포츠 감성에 집중했다는 의미입니다. 자세히 봐야 하는 몇 가지 외에 시각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는 점이 일부 마니아들에게는 불만 사항이지만 트렁크에 붙어 있는 스포츠 엠블럼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전 세계 마니아들에게도 통용되는 사실입니다. 이 엠블럼 하나면 모든 것이 설명되거든요. 



KSF의 아반떼 스포츠 원메이크 클래스 



현재 국내에는 양대 레이스 리그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이하 KSF)는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현대자동차 원메이크 레이스입니다. 원메이크 레이스는 각 클래스별로 단일 차종만 출전할 수 있는 클래스입니다. KSF에서 당당하게 한 클래스를 아반떼 스포츠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기에 출전하는 아반떼 스포츠는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하지만 서킷을 달리기 위한 튜닝을 거쳐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다음 포스트에서 심도 있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아반떼 스포츠 그 자체에게 포커스를 두도록 하겠습니다. 

아반떼 스포츠를 서킷에서 타게 된다?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 많을 겁니다. KSF의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생각보다 많은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서킷 이벤트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제 기억에는 몇 년 전 출시했던 쏘나타 터보의 시승 행사가 강원도 태백에 있는 태백 레이싱파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때도 KSF 경기 중에 있었던 깜짝 이벤트였습니다. 

올해 KSF는 지난 4월 개막전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총 6라운드를 소화합니다. 이중 제네시스 쿠페 클래스는 총 7라운드,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와 K3쿱 클래스는 6라운드, 그리고 지난 5월에 인천 송도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레이스에 정식 데뷔한 아반떼 스포츠 클래스는 총 5라운드로 치러집니다.



아반떼 클래스 서킷 시승 행사는 지난 9월 10일부터 11일 양일간 펼쳐진 KSF 5라운드에서 열렸습니다. 기대가 큰 차종을 원래 성격에 맞게 서킷에서 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공식적인 이벤트 명칭은 ‘아반떼 스포츠 서킷 익스피리언스’ 입니다. 이 이벤트의 목적은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스포츠 모델을 직접 서킷에서 체험해 보는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각 10명씩이었으며 세이프티카 선도 아래 총 3랩을 주행했습니다. KSF의 뜨거운 열기 속에 아반떼 스포츠를 직접 서킷에서 체험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서킷 주행이 달랑 3바퀴라 짧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게 속도제한이 없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서킷 주행은 생각보다 힘든 편입니다. 모든 신경을 운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높은 편이라 처음 서킷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주행거리 입니다. 



인제 스피디움 A 코스를 달리다!



‘아반떼 스포츠 서킷 익스피리언스’는 KSF 5라운드가 열리는 인제 스피디움의 A 코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간략하긴 하지만 레이스에 출전하는 과정과 흡사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졌습니다. 드라이버 브리핑 룸이 마련된 24번 피트에 모인 참가들은 각자 면허증을 확인하고 드라이버 브리핑을 준비합니다. 참가자들은 사전에 KSF 페이스북(페이스북에서 KSF로 검색) 페이지에서 응모한 사람 중에 추첨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점심시간에 진행된 이벤트에 참석한 사람은 토요일 10명, 일요일 10명으로 총 20명입니다. KSF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레이스 소식과 함께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 공지가 올라오는 곳이므로 주시하시면 서킷 주행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접수가 끝난 후에는 드라이버 브리핑이 이어집니다. 이벤트 당일은 KSF 5라운드가 열리고 있었는데 참가자들은 KSF의 선수들과 똑같은 코스는 달리게 됩니다. 드라이버 브리핑에서는 실제 레이스전에 열리는 브리핑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코스 설명, 아반떼 스포츠의 상세 설명, 위급 상황 발생 시 대처법, 코스 내 주행방법, 깃발 신호 등에 대해 현 KSF의 경기위원장인 김상덕 위원장님이 손수 브리핑을 진행하셨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된 깃발 신호에 대해 꼼꼼하게 읽으신 분들이라면 익숙하실 겁니다.



모터스포츠의 레이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이번에 주행하게 될 인제 스피디움 A 코스는 총 길이가 약 2.577km로 그다지 긴 편은 아니지만 고저 차가 심해 매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함이 있는 코스입니다. 코너의 개수는 총 13개로 이중 우측 코너가 8개 좌측 코너가 5개입니다. 예전에도 같은 코스에서 여러 차종을 시승했었는데 인제 스피디움의 코스는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곳입니다. 



저는 비가 내리는 일요일 이벤트에 참가했는데요. 서킷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대상이었던 토요일 이벤트에 비해 속력이 조금 더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노면이 미끄러운 만큼 안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우선 저의 주행 조건은 일단 빗길(거의 폭우), 세이프티카 선도 상황, 짧은 서킷 주행(약 3랩)에 원래 페이스 약 60% 정도였습니다. 스포츠 모드를 사용했고 배정된 차는 약 5,000km 정도 주행한 DCT 모델이었습니다. 일요일 이벤트 참가자 중에서 서킷 경험이 있거나 운전 경력(면허증 취득 연도)이 높은 사람과 서킷 주행이 처음인 사람들로 나뉘었습니다. 작은 이벤트지만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헬멧을 착용하고 서킷에 들어갔습니다. 인제 스피디움의 긴 피트 로드를 출발해 본격적인 코스에 들어섰을 때는 거의 폭우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차 안에 비치된 무전기에서는 선도차(세이프티카)의 인스트럭터가 친절하게 코스 설명과 노면 설명을 이어갑니다. 첫 랩에서는 전체적인 코스를 익히고(이때도 속력이 낮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본격적인 주행이 시작된 두 번째 랩에서는 속력을 더욱 올렸습니다. 이날 기록한 최고속력은 약 160km/h 정도였습니다. 폭우에 가까운 빗길 주행치고는 꽤 높았습니다만 그만큼 아반떼 스포츠의 기본 세팅이 안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비슷한 속력을 기록했는데 모두 아반떼 스포츠의 성능에 만족하는 듯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빗길이라 평소 페이스를 조금 낮춘 것인데요. 맑은 날 다시 타면 더 재미있게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빗길이긴 했지만 아반떼 스포츠의 가속력은 작은 엔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경쾌합니다. 가볍고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맛이 살아 있습니다. 정확하게 변속되는 DCT 변속기도 잘 움직이고 무엇보다 하체를 비롯한 섀시의 세팅은 웬만한 수입차 못지않습니다. 빗길에서도 거의 흐트러지지 않으며 직선 주로에서는 차체가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보다 안정감을 줍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소비자들에게 불만 사항으로 지적된 MDPS의 움직임도 훨씬 능동적이고 즉각적입니다. 이벤트 종료 후 KSF 아반떼 스포츠 클래스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그들 역시 만족감이 매우 높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아반떼 스포츠 서킷 익스피리언스’는 차의 성격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속도제한도 없고 KSF가 열리는 서킷에서 전문 드라이버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같은 공간을 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재미있고 특별한 경험이 되었을 겁니다. 앞으로도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로서 서킷 이벤트나 안전운전 이벤트로 대중들과 만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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