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I 유정열(여행작가)



부산은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산과 바다와 사람이 만든 지금의 풍경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1876년 개항을 시작으로 한때 수출 물량의 90%를 실어 나를 만큼 큰 항구도시로 성장했죠. 6•25전쟁으로 피란민이 대거 유입되었고 그 이후 고속성장을 거쳐 부산시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오늘은 여름 피서지의 대명사인 해운대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빌딩 숲을 밝히는 야경을 만납니다, 걷기코스로 인기가 높은 이기대와 부산의 상징 오륙도를 소개하고 드라마 촬영지인 죽성마을 세트장과 수영만 요트경기장 등을 차례로 돌아볼 텐데요. 부산의 대표적인 풍경 속으로 함께 떠나 보시죠.



고운 최치원이 반한 바닷가, 해운대


[늦은 오후,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본 이국적인 풍경]


여름 휴가철 첫손에 꼽히는 곳은 해운대입니다. 울긋불긋한 파라솔이 해변을 채우고 파도를 만끽하는 피서객들의 모습은 흔하게 만나는 여름 풍경입니다. 휴가철이 끝나 한산하기만 해운대는 신라시대 학자 고운 최치원이 새긴 글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최치원이 벼슬을 버리고 가야산으로 향하던 중 이곳에 들렀는데요.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머물며 자신의 자(字)인 해운(海雲)을 바위에 새겨 넣었다고 하죠. 해운대 옆, 동백섬 등대 아래 바위에 ‘해운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파도소리와 어울리는 갈매기 대신 비둘기가 먹이를 탐하고 있다]


아침 일찍 해운대해변에들어섰습니다. 지나간 여름의 발자국을 씻어내듯 파도는 연신 모래사장을 들락거립니다. 밀려나갔던 파도는 다시 밀려들어오며 공허한 마음을 채웁니다. 가을 아래 조용한 바닷가의 풍경은 잔잔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긴 밤을 보내고 산책을 나온 연인과 조깅을 하는 외국인,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가족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기도를 올리는 할머니가 오늘 해변의 주인공들입니다.


바닷가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그 자체로 여행의 감성을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조금 기다리자 달맞이고개 너머에서 태양이 솟아오릅니다. 찬란한 아침은 해변을 노랗게 물들입니다. 간밤의 달콤한 잠을 깨고 뻗친 햇살은 역동적입니다. 어제와 같은, 내일도 만나게 될 아침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더없이 생생하고 밝습니다. 



[한동안 기도를 올린 할머니, 누구의 안녕을 빌었을까?]



낭만적인 바닷가 성당, 죽성성당


해운대에서 아침을 먹고 기장군으로 향했습니다. 혹시 드라마 ‘드림’을 기억하시는지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스포츠에이전시로서 꿈을 좆는 내용인데요. 이 드라마 촬영을 위해 기장군 죽성마을에 성당을 지어 주인공들이 생활하고 격투기 연습을 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성당이 아닌 세트장인 셈이죠.



[한적한 바닷가에서유명 관광지로 변모한 죽성성당]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지어진 세트장은 등대와 갯바위, 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무척이나 낭만적입니다. 입소문을 통해 사진촬영 명소로 SNS를 뜨겁게 달구면서 커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마침 방문했을 때도 한 커플이 웨딩촬영하고 있었는데요. 마치 CF의 한 장면처럼 화사하고 예쁜 모습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시절을 기억하고픈 이들에게 이만큼 괜찮은 배경은 없겠죠. 죽성성당 인근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도 좋고 바닷가에 앉아 쉬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죽성성당 앞 갯바위는 소위 멍때리기 좋은 곳이다]


[셀프로 웨딩 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찾는 죽성성당]


한가지 더, 죽성성당은 세트장이기 때문에 제대로 지어 올린 건물은 아닙니다.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 기장군이 재건공사를 연말까지 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이기대 섭자리


이기대는 해안절벽 아래 평평한 암반을 이루는 지명입니다. 이기대란 이름에는 두 명의 기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킨 후경치가 빼어난 이곳에서 축하연을 벌였다고 합니다. 수영 출신의 두 명의 기녀가 왜장을 술에 취하게 한 뒤 끌어안고 바다로 뛰어들어 죽었고 두 기생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 해서 이기대(二妓臺)라고 합니다. 주변 경관이 뛰어난 곳이지만 예전 이곳은 군작전 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1993년에 민간인에게 개방되었습니다.



[바다 보며 걷기 좋은 이기대, 아름다운 섭자리로 가는 길]


이기대해양공원 안에 섭자리가 있습니다. 섭자리란 해안가 절벽이 있는 곳으로 해조류가 많아서 붙은 지명입니다. 예전 섭자리 일대에는 ‘잘피’라는 해조류와 물고기들도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부산시민들에게는 해산물에 술 한잔 하는 곳인데요.자연산 회와 장어구이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선착장 주변에 있습니다.

섭자리에는 너른 바위가 바닷가에 툭 튀어 나와있고 이곳에서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위 옆에는 자잘한 자갈들이 파도에 이리저리 굴러가며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해운대를 바라보면 고층빌딩과 광안대교가 망망한 바다에 우뚝 서있습니다. 갯바위 근처에서 가만히 앉아 쉼 없이 들락거리는 파도소리를 듣는 것도 괜찮은 곳이죠. 


[이기대 해양공원은 다양한 지질층을 살펴볼 수 있는 지질공원]


이곳의 해돋이도 일품입니다. 동트기 전에 노출을 오래 주어 파도가 번지는 느낌을 주는 촬영을 많이 합니다. 저는 해가 지기 전 빛을 1/400로 줄여주는 ND필터를 사용해 장노출로 촬영했습니다. 장노출은 특성상 화질이 부드럽고 서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삼각대는 필수입니다.


거대한 해안절벽으로 이루어진 이곳에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놓았는데요.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의 이름은 이기대 둘레길로 ‘이기대해안산책길’또는‘갈맷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걷기 코스로, 자전거 코스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섭자리에서 본 해운대, nd필터에 F22의 조리개로 16초 정도의노출]


[이기대공원에서 오륙도로 가는 길은 자전거 마니아들의 인기 코스]


이기대 해안길 끝에는 오륙도가 있습니다. 용호동 아파트단지 밑 바닷가에 올망졸망하게 모여있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오륙도가 커 보였고 그 앞에서 해녀가 파는 해산물을 맛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다 옛날이야기 입니다. 대신 이곳에 절벽위에 만든 스카이워크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스카이워크가 있는 승두말, 오륙도는 승두말이 순산한 섬이라고 전해진다]


바다 쪽으로 9m 정도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U자형 전망대로 바닥이 강판유리로 제작됐습니다. 덧신을 신고 걸으면 발아래로 까마득한 절벽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보여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데요. 마치 공중에 붕 떠있는 기분이 드는 것에 심장이 쿵쿵 뛰며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산책로에서 본 스카이워크와 오륙도]


스카이워크 옆으로 오륙도가 옹기종기모여 있습니다. 오륙도는 동쪽에서 보면 섬이 6개로 서쪽에서 보면 5개로 보인다고 하죠. 이제 해는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 가고 오륙도를 휘감고 불러오는 가을바람이 머리카락을 놀려댑니다. 



[오륙도는 국가명승 제 24호로 지정되어 있다]



부산에서 만나보는 아름다운 야경


부산의산은 해안과 낙동강을 따라 연달아 있습니다. 금정산, 백양산, 구덕산, 천마산, 달음산, 장산, 황령산, 봉래산 등이 신체검사 시간에 줄 서서키를 재듯 우뚝 솟아 있습니다. 산마다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지만, 그 중 황령산은 부산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바로 옆 봉우리인 금련산도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만 황령산은 360도 조망을 자랑하죠. 동쪽을 바라보면 광안대교와 수영만, 멀리 해운대 달맞이 고개까지 보입니다. 남쪽으로는 부산항과 영도 일대를, 서쪽으로는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 북쪽으로는 시청이 자리한 연제구 일대를 볼 수 있습니다. 



[황령산 봉수대, 밤에는 추워서 겉옷을 꼭 챙기세요]


풍경이 좋아서 그런가요? 가는 길은 좀 험합니다. 연제구청에서 산 중턱에 위치한 물만골마을을 지나 가파르고 굽이도는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전망대 겸 주차장에 닿습니다. 여기서 등산로를 따라 봉수대까지 걸어가야 하는데요. 사람이 붐비는 주말이 아니라면 봉수대 아래 KT중계탑까지 차량으로 이동해도 됩니다. 황령산에서 야경을 보는 위치는 봉수대와 봉수대 아래에 있는 카페전망대, 암봉 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



[황령산 암봉에서 본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영롱한 불빛은 아름답습니다. 하늘에 별이 있다면 땅 위에는 골목과 낮은 집과 높은 집에서 별처럼 반짝입니다. 불빛은 점점 짙어가는 어둠 속에서도 마음 한쪽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황령산 암봉에서 본 연제구 일대와 산 속에 자리한 물만골마을 야경]


[낭만적인 불빛을 보려 많은 사람들이 황령산을 찾는다]


야경명소를 한군데 더 추천해 드리면바로 수영만 요트경기장입니다. 부산의 마천루인 마린시티를 배경으로 요트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무척 이국적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잔잔한 수면에 드리워진 고층 빌딩과 요트들의 반영은 사진의 좋은 소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화 ‘태풍’과 ‘무방비도시’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습니다. 이날 구름이 잔뜩 머금은 날씨에 해가 질 무렵이었습니다. 마침 구름 사이를 뚫고 들어 온 햇살이 고층빌딩에 닿았는데요. 매우 드라마틱한 장관이펼쳐졌습니다. 



[수영만요트경기장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반영을 촬영하는 것도 좋다]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가까운 동백공원으로 가면 또 다른 모습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동백공원 입구에 있는 더베이101이 화려한 조명으로 빛나고 푸른 밤하늘과 어우러진 마천루가 또 다른 장관을 수놓습니다.


원래 주차장 안쪽에 선착장이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포인트였는데요. 군 작전지역이어서 그런지 밤에 입구를 막아 놓았더라고요.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더베이101에서 피쉬앤칩스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겠죠. 



[왼쪽이 더베이101이고 오른쪽이 마린시티 마천루이다]


[동백섬 주차장에서 본 마린시티 야경, 왼쪽에 광안대교가 보인다]


이 밖에도 천마산과 봉래산도 추천해드리는 야경명소입니다. 또는 다대포해변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음악분수인 ‘꿈의 낙조분수’를 즐겨도 좋을 것입니다. 이상으로부산의 대표적인 명소를 돌아봤습니다. 지금도 매혹적인 풍경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마음속으로 흘러갑니다. 여러분에게 기억 속에 한 장면 남을 부산, 이번 주말여행으로 어떠신지요.  



부산에서 맛보는 별미


내호냉면

내호냉면은 이북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부산에서 가장 오래 된 밀면 전문 식당입니다. 밀가루에 고구마전문을 사용해 만든 면발과 한우사골육수를사용,양념장이 얹어져서 나옵니다. 매콤하면서도 쫄깃한 면과 평양냉면처럼 담백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 부산 남구 우암번영로26번길 17(우암동 189-671), 051-635-2295


[담백하고 시원한 내호냉면집의 밀면]


18번 완당집

얇은 피에 소를 조금 넣고 빚은 완당집 입니다. 올해로 66년 된 오래된 식당으로 중국식 완당이 아닌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육수와 완당이어서 담백합니다. 완당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유부초밥이나 김밥 등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 부산 중구 비프광장로 31 지하1층(남포동 3 가 1), 051-245-0018


[멸치육수를 사용해 느끼하지 않은 18번 완당집의 대표메뉴인 완당+면]


마가만두

초량동 차이나타운에 있는 만두전문점입니다. 만두를 한 입 배어 물면 육즙이 입안에 퍼집니다. 만두 3종세트라 불리는 군만두는 고소하고 찐만두와 물만두는 담백합니다. 단, 만두 먹을때 뜨거우니 조심해야 하며 크림새우를 곁들여 먹거나 마무리로 볶음밥도 괜찮습니다.

▶ 부산 동구 대영로243번길 56(초량동 563), 051-468-4059



[육즙 가득한 군만두, 반찬으로 나오는 오이채도 맛있다]



여행정보


▶ 해운대 송림주차장: 부산 해운대구 우동 701-3, 051-747-5177

▶ 죽성성당: 부산 기장군 기장읍 죽성로 326(죽성리 134-5), 카페 백프로 주변에 주차

▶ 이기대도시공원 주차장: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로 68(용호동 15-15)

▶ 오륙도 스카이워크: 부산 남구 오륙도로 137(용호동 산197-4)

▶ 황령산: 부산 남구 황령산로 391-39(대연동 산53-58)

▶ 수영만요트경기장: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84(우동 1393)

▶ 동백공원 누리마루APEC하우스주차장: 부산 해운대구 우동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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