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구 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6세대로 등장한 그랜저 IG의 렌더링]


IG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된 그랜저 6세대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그랜저는 매우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의 고급승용차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역동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건 국적이나 메이커를 불문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고급승용차에서 성능이 중요해졌다는 것이겠지요. 과거에는 고급승용차라고 하면 조금은 보수적이고,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보수적이면서, 커다란 차체에 뒷좌석 중심의 차량이 전형적인 고급승용차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EQ900 같은 차들은 뒷좌석 중심의 최고급승용차로 개발되어 시장에 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차체 디자인은 과거의 고급승용차들과 비교해보면 매우 적극적이고 유연한 모습의 이미지로 바뀐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 국내 최고급승용차였던 1세대 그랜저]


사실 그랜저 역시 첫 시작은 국산 최고급 승용차였습니다. 1986년에 나온 최초의 그랜저는 지금의 EQ900와 같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의 위엄 있는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가령 자수성가해서 최고의 CEO가 되면 반드시 타고 싶은 차 중의 하나처럼, 성공한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자동차로 많은 한국인들의 인식 속에 각인된 것이 바로 1세대 그랜저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나 이제 6세대로 진화한 그랜저 역시 변함없이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차로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1세대부터 6세대 그랜저의 스케치]


이전의 글에서도 한 번 설명한 일이 있습니다만, 그랜저(grandeur)라는 이름은 장대, 웅대, 화려, 장엄, 숭고, 권위, 위엄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준대형 고급승용차를 통칭하는 대명사처럼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그랜저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최고급승용차라는 위치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승용차라고 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6세대 그랜저의 초기 렌더링]


우리 대부분은 좋은 물건, 이른바 명품(名品) 한 개씩은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명품은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에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는 제품입니다. 물론 명품들 대부분은 가격도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직업상의 이유에서 고성능을 가진 고가의 컴퓨터나 오디오와 같은 전문장비를 직접 구해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요, 직업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시계나 액세서리, 그리고 여성들은 보석이나 핸드백 등 다양한 명품들을 가진 경우를 주변에서 보게 됩니다. 물론 그런 고가의 명품 구매가 자신의 소득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낭비’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이 자신의 생활 속에서 실용적 제품을 주로 쓰면서도 ‘자신에 대한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한 두 개의 명품을 구매하는 ‘작은 사치(?)’로 위안을 얻고, 그것을 아껴 쓰는 모습 역시 합리성을 따지는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6세대 그랜저 렌더링을 통해서 본 당당한 스탠스]


이런 모습은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대부분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가장들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이끌어 나가는 한국의 중추적 계층들입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들의 아버지이고 남편이며 형제이기도 하고, 동료, 때로는 우리들의 팀장님들이기도 합니다. 그분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쓰는 것에 더 행복해합니다. 그런 가장들이 선망하는 차는 무엇일까요? 물론 성공해서 최고경영자가 되면, 혹은 조직에서 수석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고급승용차를 타게 될 것이며, 그런 위치에 가기까지의 과정 역시 성공의 과정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그런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중년을 위한 ‘작은 사치(?)’가 그랜저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사치를 떠나 가족을 위한 넉넉하고 편안한 공간도 필요하고 가족처럼 소중한 분들과 함께라면 당연히 그랜저를 원할 것입니다.


[균형 있는 비례의 6세대 그랜저의 측면 렌더링]


새로 등장한 6세대 그랜저는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실용적 명품’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용적 명품’이라는 말은 모순(矛盾)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바꾸어 말하면 과하지 않게 개성을 표현하도록 잘 만들어진 고급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성격을 위한 6세대 그랜저의 차체 디자인은 측면의 C-필러의 쿼터 글래스(quarter glass)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1세대와 4세대, 5세대 그랜저의 쿼터 글래스]


그랜저에서 C-필러의 쿼터 글래스는 1세대 모델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후 4세대 TG와 5세대 HG에서도 쓰였는데요. 세단형 승용차에서 C-필러와 쿼터 글래스는 매우 중요한 디자인 요소입니다. 그것은 그 차량의 존재감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쿼터 글래스가 없이 굵은 C-필러는 뒷좌석의 존재감을 나타내 카리스마를 강조하게 됩니다. 그리고 쿼터 글래스를 달면 개방감을 보여주면서도 존재감을 나타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쿼터 글래스의 형태에 따라 차량의 성격이 어떤가를 보여줍니다. 6세대 그랜저의 C-필러와 쿼터 글래스는 성숙하고 역동적 이미지를 주는 삼각형 유리창 형태에 스테인리스 몰드가 결합되어 높은 품질감을 강조해 보여줍니다. 여기에 쿠페처럼 누운 뒤 유리와 높은 트렁크가 더해져 강인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6세대 그랜저의 전후면 스케치]


신형 그랜저의 앞모습은 새로운 형태의 캐스캐이딩 그릴(cascading grill)의 프레임(frame)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크레스트 그릴(crest grill)에 쓰인 수평 리브(rib)를 조합한 모습입니다. 그야말로 합리적 개성과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가 결합된 양수겸장(兩手兼將)이라고 할까요?


국산 최고급승용차로 시작한 그랜저의 역사는 이제 6세대에 이르는 30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서, 성공한 중년들을 위한 선물과도 같은 ‘실용적 명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오늘날 한국인의 중년이 원하는 차가 바로 6세대 그랜저가 보여주는 실용적 럭셔리며, 그러한 모습의 그랜저는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오늘날 한국의 중년의 표상일지도 모릅니다.

 


[6세대 그랜저의 최종 렌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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