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디자인만큼 눈길을 끄는 것이 엠블럼이다. 이는 자동차의 엠블럼이 대부분 차체 전면과 후면의 중앙 즉, 눈에 가장 잘 띄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엠블럼은 국가 혹은 단체의 전형적 표본이 되는 상징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에게 있어 엠블럼이란 해당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시각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와같은 자동차 제조사의 엠블럼은 대부분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10cm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해당 제조사의 역사와 유래가 담겨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전세계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 중, 그 나라를 대표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조사들의 엠블럼의 의미와 유래에 대해 알아본다.

 

 

동물을 형상화한 엠블럼

 

엠블럼의 테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동물이다. 각 동물들의 자태, 그리고 자연에서의 습성 등은 자동차의 성능과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테마가 된다. 종류 역시 맹수에서부터 상상 속의 동물까지 다양하다.

 

먼저, 이탈리아의 슈퍼카 제조사인 페라리의 엠블럼은 말을 형상화했다. 노란색의 방패형 프레임 안에 뛰어오르는 말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를 ‘프랜싱 호스(Prancing Horse)’라고 한다. 엠블럼 바탕의 노란색은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의 레이싱팀 스쿠데리아 페라리와 연관이 있다. 노란색은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본거지인 마라넬로 지역을 상징하는 색이다. 엠블럼 하단의 ‘S F’라는 알파벳은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의미한다. 페라리의 이러한 엠블럼은 우수한 성능과 고성능을 지향하는 외관과 내부의 디자인적 요소 및 품질을 상징한다.

 

 

페라리의 대표적 라이벌인 람보르기니의 엠블럼은 황소다. 과거 트랙터를 제조하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페라리 250 GTO의 클러치 고장 때문에 엔초 페라리를 찾아갔다. 하지만 트랙터 제조사라는 이유로 수모를 당한 뒤, 복수를 위해 창업했다는 일화가 있다. 황소가 람보르기니의 상징 이 된 데는 몇 가지 인연이 있다. 우선,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된 고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생일이 4월 28일로, 이는 황도 12궁 가운데 황소자리에 해당하는 날짜라는 점이다. 또한 오랫동안 유럽인들이 사랑해 온 스포츠인 투우 경기의 주인공이 황소라는 사실에도 유래한다. 실제 람보르기니의 주요 자동차는 당시 유명했던 투우의 이름을 따 온 것이 많다. 강한 심장과 높은 출력, 그리고 터보의 열풍 속에서도 그들이 고집하는 자연흡기 엔진은, 영락없이 거친 숨을 내뿜는 황소의 이미지인 것이다.

 

 

2016년 6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비행기에 적용되던 기술이던 터보차저와 선루프 등을 자동차에 적용시킨 것으로 유명한 사브의 엠블럼은 왕관을 쓴 그리핀이다. 그리핀은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진 상상 속의 동물로, 고대 이집트에서 기원했다. 또한 중세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진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늘과 땅 모두를 오갈 수 있는 맹수인 만큼 항공기와 자동차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이룬 기업의 면모를 상징하기도 한다. 9000, 9-5 등 사브의 플래그십 기종의 트림명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그리핀이 쓴 왕관은 모든 자동차들의 제왕이 되겠다는 사브의 포부가 담겨있었다.

 

 

양산차 시장과 모터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강자로 자리잡아 온 푸조는 사자를 형상화한 엠블럼을 사용한다. 사자는 푸조 공장이 위치한 프랑스의 벨포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푸조의 엠블럼은 푸조 가문이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브랜드의 상징으로 사용해,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푸조의 창업자 아르망 푸조(Armand Peugeot)의 아버지인 에밀 푸조(Emile Peugeot)가 당시의 지역 금 세공사이자 조각가에게 의뢰해 탄생한 것이다. 초기의 푸조 엠블럼은 화살을 밟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었다. 이후, 푸조의 사자 엠블럼은 회사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변화를 거쳤다. 현재의 엠블럼은 2010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푸조의 사자는 강인함과 품질, 신뢰를 상징한다.

 

 

 

방패를 형상화한 엠블럼

 

자동차 제조사 중에는 방패를 기본적인 틀로 하는 엠블럼을 가진 제조사도 적지 않다. 방패는 유럽에서 기사 및 영주를 의미했다. 이는 곳 유서 깊은 가문 및 그 가문의 영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제조사의 역사가 깊으며, 뿌리내린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복서 엔진이라고도 불리는 수평대향 엔진을 비롯해 자동차 역사에 있어 큰 족적을 남겨 온 포르쉐는 큰 방패 속에 작은 방패가 있는 엠블럼으로 유명하다. 먼저 큰 방패에는 사슴 뿔과 검정, 붉은색의 띠가 그려져 있다. 이 문장은 슈투트가르트 지방을 지배했던 뷔르템베르크(Württemberg) 가문의 문장이다. 포르쉐가 설립된 지역이 슈트트가르트 지방이기 때문이다. 작은 방패에는 ‘슈투트가르트’의 알파벳과 검은색 말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슈투트가르트 지방의 문장이다.

 

 

미국 대통령의 의전용 자동차로 쓰이는 캐딜락이라는 명칭과 엠블럼은 자동차의 도시인 디트로이트를 개척한 프랑스 이민자 앙트완 모스 카디야(Antoine de la Mothe Cadillac)에서 영감을 얻었다. 크레스트(Crest)로 불리는 방패모양 엠블럼은 카디야 가문의 문장에서 가져왔다. 유서 깊은 가문인 만큼 십자군 방패를 본뜬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패 문양 안의 검은색은 지혜를 상징하며, 금색은 부를 뜻한다. 또, 적색은 용기, 은색은 청결과 풍요, 청색은 기사의 용맹함을 나타낸다. 1902년 설립된 캐딜락 또한 110여 년의 역사와 함께 엠블럼이 33번에 걸쳐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

 

 

 

기하학적 조화를 중시한 엠블럼

 

독일 자동차는 기계적 정밀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를 기반으로 우수한 성능과 내구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만큼 엠블럼 역시 원과 도형의 기하학적 조화를 통해 깔끔하고도 유행을 타지 않는 형태를 갖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은 ‘세꼭지별’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메르세데스-벤츠는 고틀립 다임러의 DMG(Daimler-Motoren-Gesellschaft)와 칼 벤츠의 벤츠 앤 시에(Benz & Cie)가 손잡고 설립했다. 메르세데스는 DMG의 엔지니어였던 에밀 옐리넥의 딸인 메르세데스 옐리넥의 이름을 딴 것이다. 1902년 9월, DMG가 이 메르세데스의 명의 특허권을 획득하면서 그에 걸맞는 새로운 엠블럼을 고민해야 했다. 이 때 고틀립 다임러가 과거에 별을 엠블럼으로 사용한 사실에 착안, 1909년 6월에 세꼭지별을 엠블럼으로 등록한다. 세 꼭지 별은 각각 품격, 부, 신뢰를 의미하며, 육지, 바다, 하늘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벤츠의 열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BMW의 엠블럼은 4등분된 원 안에 푸른색과 흰색이 교차한 형상이다. 이는 항공기의 프로펠러라고 알려졌다. 이는 과거 비행기가 등장하는 광고에서 비행기의 프로펠러가 있어야 할 위치에 BMW 엠블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까지도 이는 BMW 엠블럼의 상징에 대한 유명한 해석이었으나, 최근에는 독일 바이에른주 깃발의 컬러에서 유래했다는 해석이 좀 더 힘을 얻고 있다.

 

 

콰트로로 유명한 아우디의 엠블럼은 1932년에 등장했다. 이 엠블럼은 올림픽의 오륜기와 비슷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상징의 원리는 비슷하다. 오륜기가 5개의 대륙을 상징하는 것처럼, 아우디의 엠블럼은 독일 삭소니 지방의 4개 자동차 브랜드를 상징한다. 1900년대 초,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경제가 악화되자, 위기를 느낀 아우디(Audi), 반더러(Wanderer), 호르히(Horch), 데카베(DKW)라는 4개의 자동차 제조사는 하나의 회사로 합병을 단행한다. 그리하여 단일 회사로 설립된 제조사가 아우토 유니온(Auto Union)이다. 맞물린 네 개의 원은 각 제조사와 결속을 의미한다. 초기의 엠블럼에는 각 원에 기존 제조사의 엠블럼과 이름이 담겨있었지만, 폭스바겐 그룹에 인수된 후 네 개의 원과 Audi라는 알파벳만 남게 되었다.

 

 

 

알파벳과 도형의 만남

 

알파벳은 동물이나 기하학적 도형만큼 강력한 엠블럼 디자인의 요소다. 특히 머릿글자와 도형을 합친 엠블럼은 강한 인상을 준다. 이는 추상적 도형보다 전달력이 강하며, 단순한 문자표기 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까닭이다.
  
지난 2013년, 글로벌 경제전문지 <포춘>은 전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했다. 역시 가장 많은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198개였는데 2위가 88개 브랜드를 보유한 일본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토요타이다. 토요타는 1937년 설립된 이래 엠블럼의 디자인 변화가 매우 적었다. 1989년부터 현재 자사 영문명의 머릿글자이기도 한 ‘T’를 변형한 엠블럼이 ‘TOYOTA’ 앞에 붙은 점을 제외하면, ‘TOYOTA’라는 알파벳의 배열이나 키가 되는 컬러 역시 그대로다. 다소 심심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오랜 기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온 브랜드라는 자부심과 고집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토요타의 엠블럼은 ‘T’를 테마로 한 것이지만, 타원형의 유연성을 이용해, 토요타의 ‘T’, ‘O’, ‘Y’, ‘A’를 모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다양한 장르에 걸친 토요타의 안정적인 기술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 역시 알파벳을 활용한 엠블럼을 사용한다. 최초의 엠블럼은 포니에서 볼 수 있었던 ‘HD’라는 알파벳의 조합이었다. 단순하지만 강한 시인성으로, 현대자동차의 초창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엠블럼은 1992년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알파벳 D가 빠졌고, 남은 ‘H’는 타원 안에 들어갔다. 거의 현재와 유사한 이 엠블럼은 반듯하고 딱딱한 과거의 현대자동차 이미지에 이별을 고했다. 이 엠블럼은 2002년 12월 ‘심플 & 스마트’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이미지로 새로 태어나, 오늘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여기에서 나아가 입체감을 부여하고 보다 날카로운 인상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설립 이후 반 세기를 바라보는 제조사의 업력과 전통을 상기시키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자동차 제조사의 설립 배경과 과정이 모두 다르듯, 제조사를 상징하는 엠블럼도 각양각색이다. 엠블럼은 자동차 제조사의 역사와 동고동락하며 그 역사를 내포하고 있다. 반대로, 이 말은 엠블럼을 알면 자동차 제조사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동차 엠블럼은 제조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조사를 나타내는 엠블럼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하나의 연대기와 같다.

 

 

F1 머신도 추월 불가능한 '페이스카'의 세계

자동차의 역사를 담고 미래를 비추는 사이드 미러

색(色)을 알면 자동차가 보인다

 

 

 VIEW_H는 네이버 포스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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