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존재한다. 또한 이와 같은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는 생산 차종의 범위와 특성에 따라 다시 세분화 된다. 대부분의 차종을 생산하는 종합 제조사부터 독특한 차종만을 생산하는 특정 제조사까지, ‘극과 극’의 자동차 제조사들을 살펴본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만물상

 

경차부터 대형 세단, 승합 차량과 대형 트럭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동차를 생산하는 제조사들이 있다. 물론 이와같은 제조사 역시 처음부터 모든 차종을 생산했던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디비전을 분리하거나 기존 제조사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현재의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같은 종합 제조사에서 출시 된 차량들은 거리에서나 산업 현장 등 어디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제조사들은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거대 기업인 경우가 많다.

 

1)르노

 

자동차 산업의 발생 초기, 프랑스는 중심적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국민 자동차기업으로 불리는 르노가 대표적인 사례다. 1898년에 설립된 르노는 다양한 장르의 자동차와 F1, WRC 등의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인상적인 업적을 남겨 온 제조사다. 현재 르노는 전장 5,000mm가 넘는 F 세그먼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해치백, 왜건, 밴 등의 승용차량은 물론 버스와 덤프 트럭, 트랙터 등의 상용 분야까지 르노의 엠블럼을 부착한 차량들은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 메르세데스 벤츠

 

고급 및 고성능 자동차의 이미지가 강한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B세그먼트의 소형차부터 F세그먼트의 대형차, 스포츠카, 밴, SUV, 대형트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제조사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로 인한 군수 장비 생산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의 차량 기술발전을 이루어냈다. 특히 1960년대에는 상용차 분야에 진출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종합 제조사 중에서도 고성능 분야의 메르세데스 AMG, 호화 리무진 기종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등의 디비전 전략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벤츠의 이러한 면모는, 시장 장악력의 강화는 물론 새로운 기종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3)현대자동차

 

국내 제조사로는 1967년에 설립된 현대자동차가 이 범주에 속한다. 현대자동차는 앞서 예로 든 글로벌 종합 제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설립되었으나, 1970년대에 대한민국 경제와 압축성장 속에서 빠르게 발전했다. 세계적인 제조사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기술협력을 진행해 온 현대자동차는 세단 및 왜건 승합차는 물론 트럭 분야까지 다양한 장르의 자동차를 생산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례 없던 새로운 영역에서의 차량 개발에도 참여하며 후륜 구동 쿠페를 개발하는 등 라인업을 다양화하기도 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와 수소전지 자동차 등의 대체 에너지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SUV 전문 제조사

 

4륜 구동을 무기로 험로를 힘차게 내달리는 SUV 및 다목적 자동차는 원래 종합 제조사의 영역이 아니라 전문 제조사의 영역이었다. 아직도 이 분야 하나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종합제조사와는 차별화된 노선을 걷는 제조사도 존재한다.

 

1)허머

 

역시, 이 분야에서는 미국의 허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허머가 브랜드로 탄생하게 된 때는 1992년이었다. 당시의 제조사는 AM 제너럴로, 원형은 군용차 험비였다. 험비가 걸프전에서 활약하며 큰 관심을 모으자, 이를 민간 차량으로 개조한 것이 바로 허머의 자동차들이다. 허머는 H1, H2, H3 단 세 가지의 기종만을 생산하는 고집스런 모습을 보였다. 대신 성능은 확실했다 H1은 엔진룸으로 물이 유입되어도 시동이 유지되는 스노클기능을 장착해, 최대 152cm 수심의 강을 건널 수 있다. H2의 경우는 전장 5,171mm, 전폭 2,062mm, 전고 2,012mm, 휠 베이스 3,119mm, 공차중량 2,903kg의 거구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런 개성은 갈수록 환경 문제를 중시하는 트렌드와는 맞지 않았다. 2007년 영국 가디언 지는 최악의 연비 자동차(gas-guzzler) 10위 안에 이 자동차를 선정했고, 다수의 미국 언론들도 허머의 비경제성과 비환경성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미국 정부 역시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 선진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 수준으로 줄이는 교토 의정서 이행과 관련해 GM을 압박했다. 이런 문제로 GM은 여러 제조사에 허머 브랜드의 인수를 제안했으나, 별 성과가 없자 2010년 브랜드를 폐지했다.

 

 

2)랜드로버

 

허머가 미국을 대표한다면 랜드로버는 영국을 대표하는 SUV 명가다. 비록 주인이 여러 번 바뀌다 지금은 재규어와 함께 타타의 소유가 되었지만, 4륜 구동 SUV를 기반으로 한 험로 주행 능력만은 굳건히 지켜냈다. 현재 랜드로버는 크게 디펜더,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로 총 4가지의 SUV로 라인업을 이루고 있다. 랜드로버 중에서도 오프로드에 특화된 디펜더는 접근각(앞바퀴 경사각)과 이탈각(뒷바퀴 경사각)이 각각 40°를 넘어, 급경사의 험로를 쉽게 주파한다. 포르쉐의 카이엔과 함께 풀 사이즈 SUV에서 쌍벽을 이루는 레인지로버는 900㎜의 도강 능력도 갖추고 있다.

 

 

 

순수 스포츠카 혈통의 자존심

 

스포츠카는 다른 차종에 비해 제작 단가가 높고,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장르다. 따라서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제조사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제조사들은 자신들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엔진과 부품 하나하나에 고유의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1)로터스

 

콜린 채프먼(Colin Chapman)이 1952년에 설립한 로터스는 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통한다. 로터스가 제작하는 자동차는 모두 경량 2도어 스포츠카다. 에보라400은 중량이 1,395kg으로 로터스에서 가장 무겁지만 이 중량은 골프를 비롯한 B세그먼트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대로 로터스에서 가장 가벼운 자동차는 엘리스 스포츠로 866kg이며, 경차인 A세그먼트의 자동차들과 비교해도 가벼운 편이다.

 

 

2)부가티

 

세계적 셀러브리티들이 사랑하는 부가티는 단 한 차종만 생산한다. 현재 생산하는 기종은 시론(Chiron)이며, 이전 기종은 2005년부터 생산한 베이론이다. 베이론은 2015년 마지막 에디션 ‘라 피날레’를 끝으로 단종되었다. 참고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16년, 유로 2016 우승 직후 구입한 베이론은 2015년 생산 기종이다. 1909년, 에토레 부가티가 설립한 부가티는 유럽의 부호와 귀족들이 주 고객이었다. 그러나 세계 정세 급변으로 주 고객층인 그들이 몰락하자, 회사의 존립이 어려워졌고,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 부가티를 살리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1998년에 가서야 폭스바겐에 의해 부활하게 된다. 우여곡절을 겪은 제조사이지만, 기술에 대한 자존심과 완벽주의적 성향은 설립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의 틀을 깨는 제조사들

 

그런가 하면 고집과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제조사도 있다. 마니아들로부터는 정통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런 도전은 제조사의 생존 전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많다.

 

1)애스턴마틴

 

애스턴마틴은 1913년에 설립된 후 럭셔리 GT카를 표방하는 스포츠카만 생산해왔다. 그러나 2010년에 세단인 라피드를 선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포르쉐가 파나메라를 출시한 데 자극받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심지어 2016년에는 라피드의 전기 콘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에는 EU가 시행한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A세그먼트의 시그넷까지 선보이며 스포츠카를 고집하던 전통을 깼다.

 

 

2)마세라티

 

1914년에 설립된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사인 마세라티는 F1 그랑프리를 비롯한 모터스포츠에 사용되는 레이스카의 강자였다. 하지만 1957년에 돌연 레이스에서 은퇴를 발표한 후 5000GT, 미스트랄, 콰트로포르테, 기블리 등 모터스포츠 기술을 투입한 공도용 스포츠카 및 세단을 선보였다. 변신의 귀재인 마세라티는 2016년 르반떼를 공개하며, 풀 사이즈 SUV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테슬라 말고 우리도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전기자동차는 불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출 가스가 없고, 최대 토크가 가속 초기부터 발휘되는 등 이점이 많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피스커 오토모티브

 

2007년에 설립된 피스커 오토모티브는 미국의 테슬라를 잡겠다는 야심찬 목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제조사다. 피스커는 BMW Z8, 애스턴마틴 DB9 등의 디자이너로 알려진 헨릭 피스커가 설립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피스커는 GM에서 공급받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동력원으로, 럭셔리 4도어 쿠페를 생산 및 판매한다. 2014년 중국 자본에 인수된 후 양산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피스커는 최근 럭셔리 4도어 쿠페인 레베로를 발표했다.

 

 

이처럼 고유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특정 분야만을 고집하는 제조사가 있는 반면,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전략적으로 전통을 수정하는 제조사도 존재한다. 이러한 선택은 각각의 장점을 지닌다. 종합 제조사는 시류에 관계 없이 수익의 다변화가 가능하다. 전문 분야를 확고히 유지하는 제조사는 그에 대한 견고한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다. 어떤 형태의 제조사가 될 것인가는, 제조사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든 성공을 거두게 되었을 때, 생명력이 유지된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사의 영역과 정체성을 전략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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