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용 자동차는 공도용 자동차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지만, 공도를 달리는 양산차의 미래에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지난 10월 초, 2016 파리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트랙용 머신, RN30 콘셉트카 역시 곧 선보일 고성능 N브랜드 라인업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산 고성능 자동차의 탄생을 기다려 온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RN30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2016 파리모터쇼의 이목 집중시킨 RN30

 

이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대열에 들어선 만큼, 이제 현대자동차의 주요 신차와 콘셉트카는 주요 모터쇼에서, 전 세계 자동차 미디어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는, 당시 국내 사전 계약 중이었던 i30를 기반으로 한 현대자동차의 트랙용 머신인 RN30 콘셉트카가 화제를 모았다. 이미 i30를 비롯한 현대자동차의 콤팩트 해치백 차량들은 랠리, 내구 레이스 등을 통해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기종을 베이스로 한 고성능 차량을 N 브랜드의 첫 차량으로 선보인다는 점도 이슈가 됐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 BMW의 고성능 디비전 M에서 핵심적인 인물이었던 알버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기종을 하나의 브랜드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의 난점을, 유럽적 해법으로 풀어나가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N 브랜드를 공개했으며, 이제 그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게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 고성능 N, RN30 주행 영상

 

 

신기술 적용된 견고한 차체, 다루기 쉬운 고성능의 기반

 

한국의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유명인이 된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RN30에 대해 “고성능 자동차 마니아들이라면 누구나, 특별한 기술이나 노력 없이도 강렬한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자동차”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다루기 쉬운 고성능’은 바로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기종을 개발하는 데 있어 적용하고자 했던 유럽적 해법을 압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 해법은 기본적으로 효율화다.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강화한 경량 차체와, 터보차저를 적용한 엔진으로 적은 배기량으로도 강력한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자동차의 개발인 것이다.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캐스캐이딩 그릴과 헤드라드이트가 이루는 첫인상은 i30를 계승한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트랙용 자동차의 특성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유럽 디자인센터가 디자인한 RN30의 차체는, 기존 i30와 달리 전폭이 1,950㎜로 30㎜ 넓고, 전고는 1,355㎜로 84㎜ 낮다. 시선을 옮겨 차체의 측면을 살펴보면 지면과 거의 닿을 듯한 사이드 스커트가 눈에 띈다. 이는 주행 시 전면부 에어인테이크 홀 좌우의 사이드 스플리터로 들어온 공기가 보다 빠른 유속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한 의도이기도 하다. 기압은 유속이 빠른 곳이 느린 곳보다 낮다. 따라서 주행 시 자연스럽게 차가 노면에 강하게 밀착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여기에 C 필러 상단부를 거의 뒤덮듯 하고 있는 대형 스포일러가 공력 특성에 의한 접지력 강화 및 밸런스 조정의 방점을 찍고 있다.

 


 



접지력 강화와 함께 경량화는 트랙용 자동차에 있어 핵심적인 덕목이다. 통상 이러한 자동차에 있어서는 탄소섬유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탄소섬유의 가격은 매우 고가로, 이를 자동차 전반에 사용하게 될 경우 차량의 가격 또한 수직상승한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세계적 화학기업인 바스프와의 협업으로, 고성능 자동차에 필요한 경량 소재를 개발해 적용했다. 바디 패널은 바스프의 특허 소재인 엘라스토리트를 사용해, 유동성 높은 고분자 물질의 성형에 적합한 반응사출 성형법으로 만들어냈다. 버터플라이 방식으로 열리는 도어를 장착해도 힌지 등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가벼운 소재 덕분이다. 여기에 기존 플라스틱과 달리 표면 처리를 금속만큼이나 매끄럽게 해 자유로운 도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것도 바스프와의 협업을 통해 얻어낸 RN30 바디의 특장점이다.

 

바스프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첨단 소재들은 내부에도 적용된다. 자동차 전복 시 운전자를 보호하는 롤 케이지의 바는 발포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인 인피너지 패딩으로 감쌌다. 스티로폼이나 스폰지와도 비슷한 질감의 이 패딩은 높은 탄력성을 지니는 동시에, 단 1그램이라도 가벼워야 한다는 경주용 차량 부품의 미덕을 갖고 있다.

 

드라이버의 편의와 감성은 곧 레이스의 성적으로 귀결된다. 이를 고려해 스티어링 휠은 독특한 표면처리로 밀착감을 높였다. 이로 인해 드라이버는 최소한의 그립력만으로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조향을 시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량 문제로 공조기기를 탑재할 수 없는 경주용 차량임을 감안, 측면 유리는 실내 온도를 높이는 원인인 적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특수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고성능, 차별이 아닌 공감의 키워드다

이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드라이버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380ps(374hp)의 최고 출력과 46kg·m의 최대 토크를 마음껏 구동계통으로 쏟아 부을 수 있다. 변속기로는 습식 DCT를 채택해 파워트레인을 완성했으며, 마찰력을 잃는 상황에서 타이어가 헛도는 현상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차체를 안정시키는 e-LSD(electronic Limited-Slip Differential)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레이스 중 자동차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 즉 우천시 노면이나 급격한 커브, 연석을 밟을 때의 바운스 등의 조건에서 마찰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안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만큼 레이서가 불필요한 걱정 없이 눈 앞에 놓인 상황에 집중해, 파워트레인의 성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왜 i30를 기반으로 이러한 고성능 자동차에 대한 실험을 단행했을까? 우선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양산형 신차가 고성능 차량의 베이스로 합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의도가 하나일 것이다. 또한 고성능의 파워트레인을 이식할 자동차로, 현대자동차의 기함급 세단보다는, 실질적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자동차가 적합하리라 판단했을 수도 있다. 물론 고성능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에서 누릴 수 없는 차별적 가치다. 하지만 유럽 각 자동차 제조사의 고성능 디비전이 대중적인 세그먼트의 차량에 먼저 손을 대고, 이를 고성능화한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자사의 최첨단의 기술을, 경영적 입장이 허락하는 한에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여기서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두루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에 쓴소리를 아낌없이 던질 이들이 모인 <H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발대식에서, 한 참가자는 ”자동차 마니아로서 세계적 브랜드의 고성능 기종을 좋아하지만, 현대자동차에서 고성능 자동차가 나온다면 그 자동차를 선택하고 싶다”고 전했다. 국산 고성능 차량은 그만큼 가격 부담이 적으며 부품 조달, 수리 등의 문제에 있어 자유로울 수 있다. RN30의 제원 및 성능은 분명 양산차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트랙에서 표현할 수 있는 질주의 열정을 양산차에 담는 데 많은 영감을 제시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보다 가까이 있고 다루기 쉬운 국산 고성능 자동차라는 꿈은, 허황되지 않은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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