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는 낭만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안전 주행의 적이다. 안개가 발생하면 일반 헤드라이트의 빛 발산 방식과 광량으로는 충분한 시계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은 전조등보다 낮은 위치에 넓은 조사 범위를 가진 안개등을 적용해 안개 발생 시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해 왔다. 안개등 역시 자동차의 여타 기능과 마찬가지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또한 나라마다 제조사마다 그 적용법과 쓰임새도 달랐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자동차 안개등 기술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본다.


한국에서는 필수,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는 제외?


산악과 하천이 많은 한국은 안개 발생 일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이다. 기상청자료에 따르면, 안개 발생일수는 대관령 등 산악지역의 경우 연 평균 140일이며 서울만 해도 40일에 달한다. 따라서 자동차 안개등은 필수적이다. 안개등은 안개뿐만 아니라 폭우, 폭설, 그리고 자욱한 먼지의 발생 등에도 해당된다. 따라서 안개등은 북유럽, 몬순 기후대의 동남아시아, 그리고 먼지로 인한 피해가 잦은 중국 등에서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 남부 사막지대처럼 건조한 기후인 경우 안개등은 오히려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요소가 되므로 필수적으로 장착하도록 권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는 안개등 자체가 고급 기종의 상위 트림에서나 볼 수 있는 부가 기능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안개등 장착에 대한 별도 규정도 찾아보기 어렵고, 다만 특정 제원성능의 광원을 헤드라이트가 아닌 안개등으로만 쓸 것을 권장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안개등의 필요성에 의한 규정이 아니라, 지나친 광량의 광원을 헤드라이트에 장착하는 것을 금지하는 차원이었다.



한국의 경우, 안개등 장착이 거의 필수적이다. 1996년부터는 국내에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는 후미에도 안개등을 달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전면은 물론 후면 안개등에 관한 자세한 기준이 있다. 광원의 광량에 따라 그룹도 나뉘어져 있을 정도이며, 자동차의 사이즈에 따라 높이와 너비 및 폭도 정해져 있다. 전면 안개등의 기준은 좌우 각 1개로 정해져 있으며, 이는 후면도 마찬가지다. 3.5톤 이하의 차량들은 지상 25~80㎝ 사이의 높이에 위치하도록 설치하며, 빛을 비추는 각도는 헤드라이트의 조사각 최상단을 넘어서면 안 된다.

  

 한국의 국토교통부 시행령에 따르면, 전면 안개등의 컬러는 백색과 황색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조금씩 다르나, 대부분 전면 안개등의 경우 황색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광원은 종류에 따라, B와 F3 클래스로 구분된다. B는 필라멘트 광원이며, F3는 필라멘트를 포함해 할로겐, LED 등을 포함한다. 각 클래스마다 안개등에 허용되는 높이의 오차도 정해져 있는데, F3의 경우 설치 높이가 80cm 이내라면 원래 높이 대비 -1~-3% 정도의. 예컨대 전면 안개등의 설치 높이가 80cm라면, -8~-24㎜까지만 허용하는 셈이다.



안개등의 효용이나 법적 규제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다. 전후방 차량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사고 위험을 막는다는 의견과, 이미 LED의 발달로 전조등 자체도 높은 조도를 갖고 있는데 안개등까지 켜는 것은 오히려 다른 운전자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도 낮 시간 안개등 점등에 범칙금을 부과하였으나 현재로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규정 광도는 940에서 1만 칸델라(cd)로 정해져 있으므로, 튜닝을 통해 이보다 높은 광도를 보일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또한 안개등의 밝기는 전조등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광원의 발전과 안개등의 역할 변화


안개등의 발전은 역시 헤드라이트의 광원 발전 속에서 읽어야 한다. 전조등의 광원은 19세기 말 등불에서 시작해, 20세기 초반 탄생한 실드 빔을 거쳐,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사용되는 할로겐, 그리고 제논 가스를 이용한 방전식 램프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특히 1966년에 개발된 수평방향 필라멘트의 H3 할로겐 램프는 2000년대 들어서도 안개등의 광원으로 꾸준히 활용되어 왔다. 지금도 많은 차종에서 최고 트림이 아닌 일반 등급의 자동차를 선택하면 이 할로겐 램프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으로도 충분한 밝기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LED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적용되면서 많은 것을 바꾸었다. 발열량이 적으며, 빠른 시간 안에 점등할 수 있는 LED는 헤드라이트 뿐만 아니라 안개등에도 적합한 광원이었다. 특히 할로겐 램프보다 적은 전면 공간만을 차지하면서도 충분한 밝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이 장점은, 에어인테이크 홀의 면적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안개등을 장착하지 않았던 스포츠카들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이 LED는 안개등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조명 체계를 바꾸고 있다. LED는 기존의 방전식 헤드램프를 도와, 안개등 없이도 보다 넓은 면을 비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LED를 보조적으로 탑재한 자동차들의 경우, 범퍼 쪽의 안개등을 없앤 트림을 선보이는 경우가 있는 이 역시 같은 까닭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서 안개등은 오히려 기능적인 면을 넘어 장식적 요소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안개등이 있다면 기능적인 면이 먼저이지만, LED는 배열하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현이 가능하다. 오히려 데일리 스포츠카와, 양산차를 기반으로 한 트랙용 레이스카들은 이 안개등에 강력한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기도 한다. 2016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트랙용 차량 RN30, 포르쉐의 911RSR 등은, 공력특능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의 개성을 살린 안개등을 탑재하고 있다.




광학 카메라의 발전과 커넥티드카로 본 안개등의 미래


2016 파리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은 안개등은 물론 사이드 미러 등, 기존의 자동차에서 사람의 시야를 보조하던 장치들을 대거 없앤 콘셉트카 I.D.를 선보였다. 르노 역시 운전자가 거의 외부의 시야와 차단되어 있다시피 한 자율주행 스포츠카 트레조를 선보였다. 이는 자동차의 광학 카메라 기능의 발전과 실내 프로젝션 테크놀로지의 동반 발전 방향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즉 인간이 자동차 앞의 상황을 육안으로 판단하는 대신 자동차의 광학카메라가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카메라가 인지한 정보를 운전자가 실내 화상으로 볼 수 있거나, 이를 토대로 자율주행 기능이 위험을 회피한다면, 기능적인 면에서는 안개등이 필요 없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 카의 발전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폭스바겐 콘셉트카 I.D.와 르노의 트레조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를 보면, 주머니와 벨트 라인을 잇는 부분에 작은 리벳 장식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무거운 데님 천을 일반 바느질로는 견고하게 고정시킬 수 없던 까닭에, 이를 견고히 잡아주는 장치로 리벳이 필요했던 것이지만, 시간이 흘러 재봉 기술이 발달하면서, 리벳은 장식으로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은 채 청바지의 역사를 상징하는 포인트가 되고 있기도 하다.


안개등 역시 이러한 리벳처럼, 분명히 그 목적이 분명한 부품이자 장치였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그 실제 목적에서의 활용범위는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안개등 역시 자동차의 발전사와, 자동차를 필요로 했던 인간들의 역사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장치다. 따라서 역할은 축소되거나 바뀔지언정, 도태되어 쉽게 사라지리라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안개등은 가까운 미래, 자율주행차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했을 때, 인간이 자동차와 협력하여 어두운 길을 헤쳐나갔던 기억을 더듬는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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