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I 황욱익 (모터스포츠 칼럼리스트)


 


모터스포츠에서 상위 레이스 카테고리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과거는 어땠을까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F1 드라이버들이 모두 처음부터 F1에서 활동했던 것은 아닙니다. 모터스포츠도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하위 카테고리가 존재하며, 가장 아래 단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축구로 따지면 월드컵이나 국가 대표가 되기 위해 유소년리그부터 시작하듯 모터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모터스포츠의 가장 기본은 카트입니다. 

 


모터스포츠의 입문이자 기본이라 불리는 카트는 사실 장난감에서 시작했습니다. 카트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미국의 엔지니어 아트 잉겔스와 레이스카 제작자 커티스 크라프트가 1956년 처음 만든 고카트에서 유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트 잉겔스가 고카트라는 이름으로 카트를 본격 생산하기 전에도 독이나 유럽에는 카트와 비슷한 놀이기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트 잉겔스가 처음 카트를 만들었을 때는 아이들의 장난감을 목적으로 제작했습니다. 파이프로 짠 간단한 구조의 프레임에 잔디깎이용 엔진을 올려 자동차의 축소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취미 삼아 제작했지만 이내 소문이 나고 급기야는 유럽까지 전파가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아트 잉겔스는 1958년 고카트를 설립하면서 공식 대량 생산을 시작합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기구가 있었지만 결국 아트 잉겔스가 지금까지도 카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카트는 간단한 구조 덕분에 다양한 조합이 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잔디깎이용 소형 엔진을 사용했지만, 목재 절단용 2행정 기계톱 엔진을 올리기도 했고 소형 바이크 엔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까지 바이크에서는 순발력이 좋은 2행정 엔진이 각광을 받았는데 가벼운 프레임을 가진 카트에 올리기에 크기도 작고 순발력도 좋은 2행정 엔진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습니다. 지금도 카트에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존재하지만 인터내셔널 카트 리그나 엔트리 포뮬러와 이어지는 카트 카테고리는 125cc 2행정 엔진을 사용하는 카테고리입니다. 



카트의 특징 및 구성 


생각보다 매우 간단합니다. 카트의 기본 구성으로는 프레임, 엔진, 시트, 타이어, 휠, 조향 장치, 브레이크가 전부입니다. 이중 타이어와 휠, 조향 장치는 한 덩어리로 보면 되니까 기본적으로 카트의 구조는 프레임과 엔진, 그 외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구조와 구성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철공소에서 쉽게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레이스용이 아닌 장난감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의외로 카트에서 가장 중요한 프레임 만드는 기술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레이싱 카트의 프레임(섀시)을 제대로 만드는 회사는 전 세계에 채 10개도 되지 않을 정도죠. 카트의 프레임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탄성에 있습니다. 레이스가 열리는 작은 카트 트랙이라고 해도 경기를 한 번 하게 되면 프레임은 수천에서 수만 번가량 비틀어졌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실제 125cc 레이스 카트를 타고 주행을 하면 순간적으로 최대 3G의 횡G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중력의 3배가 순간적으로 운전자와 카트에 가해진다는 의미죠. 그래서 레이싱 카트 프레임에서는 무엇보다도 탄성이 중요합니다. 너무 단단하면 금방 스트레스가 쌓이고 너무 부드러우면 엔진 출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합니다. 자동차에서 강성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카트에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엔진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프레임이 버티지 못하면 좋은 기록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아직 레이싱 카트 프레임을 제작하는 곳이 없습니다.  

다음은 엔진입니다. 엔진은 보통 프레임의 뒷부분 우측 그러니까 운전자의 오른쪽 뒤편에 있습니다. 엔진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레저 카트에 사용하는 4행정 7마력 엔진부터 50마력이 넘는 2행정 엔진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엔진에 관해 얘기하면 ‘그럼 자동차 엔진을 올리면 더 빠르지 않을까?’ 하지만 카트에 사용하는 엔진은 단기통 엔진이 적당합니다. 4기통 이상의 자동차 엔진은 그 크기와 높이가 카트 프레임에는 맞지도 않을뿐더러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 비효율적입니다. 처음 카트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카트 엔진의 출력을 말하면 웃을 때가 많습니다. 겨우 10마력, 혹은 겨우 50마력? 이렇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출력 당 무게비로 보면 카트는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상대 출력이 높습니다. 출력 당 무게비는 무게를 출력으로 나눈 수치인데요. 이 수치가 작을수록 엔진이 감당하는 무게가 적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현존하는 차 중에 출력 당 무게비가 가장 낮은 차는 페라리의 수퍼카 라 페라리 입니다. 공차 중량은 1,345kg이고 최고 출력은 963마력입니다. 무게를 출력으로 나누면 1.4 정도 나오는데 라 페라리는 1마력이 1.4kg을 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반 양산차로 내려오면 이 수치는 8.69(현대 쏘나타 2.0) 정도이며 일반적인 스포츠카는 3.0(포르쉐 911 터보 S) 정도입니다. 그럼 카트는 어떨까요? 변속기가 없는 엔진 중에 레이스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엔진인 로탁스 125 맥스 에보 엔진은 30마력입니다. 운전자를 제외하고 배터리 포함 무게가 23kg 정도인데 프레임과 타이어, 조향 장치 등 모든 무게를 다 합쳐도 40kg 정도입니다. 여유 있게 50kg으로 잡아도 출력 당 무게비는 대략 1.6 정도인데요. 물론 여기에 운전자가 추가되면 출력 당 무게비는 올라가는 게 당연하지만 기계적인 성능만 놓고 봤을 때 레이싱 카트는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않습니다. 



속도감과 날카로운 핸들링



카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속도감과 날카로운 핸들링입니다. 우선 사방이 완전히 개방된 공간에서 운전하는 카트의 구조 때문인데요. 실제 카트의 속도감은 일반 자동차의 2배 이상입니다. 여기서도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요. 대부분 처음 카트를 타러 오신 분들이 레저 카트의 주행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느린 속력 때문인데요 레저 카트는 최고속력이 약 30km/h 정도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카트에 올라 직접 운전해 보면 그 속도감은 자동차로 30km/h를 달릴 때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레이싱 카트는 최고 속력 200km/h에 육박하기도 하며 변속기가 있는 카트의 속력은 최대 300km/h까지도 가능합니다.

전후좌우 네 방향에서 치고 들어 오는 공기 저항을 운전자가 직접 몸으로 다 받아야 하며 차체가 거의 바닥에 붙어 있고 서스펜션(현가 장치)이 없다 보니 속도감이 상당히 높습니다. 여기에 1:1로 움직이는 조향비(스티어링 휠을 꺾는 만큼 타이어도 꺾이는)는 날카로운 핸들링을 느낄 수 있는데 F1 머신의 조향비도 1:1 입니다. 카트를 꼬마 포뮬러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엔진은 운전자의 오른쪽 뒤에 있으며 뒷바퀴를 굴립니다. 차체가 짧기 때문에 무게 배분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런 이유는 극한의 성능을 끌어내는 F1 머신이나 고성능 스포츠카와 비슷합니다. 뒷바퀴로 동력이 전달되고 앞쪽은 조향을 담당합니다.  

또한 차체가 작기 때문에 운전자의 몸무게에 따라 다른 운동성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하중 이동에도 민감하구요. 쉽게 설명해 전자 장비가 전혀 없고 사람이 직접 조정해야 하는 원초적인 느낌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같은 카트를 제공한다고 해도 잘 다루는(잘 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주행하면 할수록 더 크게 나타납니다.    



안전은 괜찮은가요?



카트는 기본적으로 안전벨트가 없습니다. 운전자의 몸을 지탱해 주는 역할은 시트가 합니다. 차제가 낮아 전복의 위험은 굉장히 낮습니다. 단 동력축이 있는 뒷바퀴에 접촉이 있으면 매우 위험합니다. 타이어끼리 맞부딪힐 경우 전복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레이싱 카트나 레저 카트는 타이어끼리 접촉을 최대한 억제하는 범퍼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합니다. 당연히 카트를 탈 때는 헬멧을 착용해야 합니다. 안전벨트가 없는 대신 전복이 됐을 경우를 대비해 운전자가 카트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벨트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전석 뒤에 롤바가 있거나 어린이가(키 140cm 이상) 탈 수 있는 2인승 카트는 안전벨트가 있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미니스커트나 반바지는 입으면 안 됩니다. 가능한 피부가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고 헬멧을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전 세계 어디라도 카트 트랙에 가면 카트를 타기 전에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습니다. 



카트는 크게 레저, 스포츠, 레이싱, 트랜스미션으로 구분합니다. 레저 카트는 유원지나 놀이동산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4행정 엔진을 사용합니다. 비교적 속력이 느리지만 엔진의 차이만 있을 뿐 카트는 기본요소가 같습니다. 스포츠와 레이싱은 엔진 출력이 조금 더 높고 2행정(레이싱) 엔진을 사용합니다. 트랜스미션이 있는 카트는 수퍼카트라고 불리는데 카트 중에 가장 상위 카테고리입니다. 카트는 나이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 은퇴한 레이서나 현역 레이서들이 카트 레이스에 깜작 출전하기도 합니다. 

카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카트 전용 트랙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전용 트랙은 유원지와는 전혀 다른 공간인데요. 더욱 높은 속력을 낼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 근교에는 잠실 카트체험장(http://www.jskart.net/)과 파주에 위치한 파주 스피드 파크(http://www.pspark.co.kr/), 통일동산 카트랜드(http://www.kartland.co.kr/)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F1 경기장이 있는 전라남도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http://www.koreacircuit.kr/) 내 KIC 레저테마파트 카트장, 강원도 인제에 있는 인제 스피디움 카트장(http://cc.speedium.co.kr/)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번에는 모터스포츠의 기초라 불리는 카트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봤습니다. 게임의 영향도 있겠지만 카트는 그저 작고 귀여운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F1에서 활동하고 있는 루이스 해밀턴을 비롯해 니코 로즈베르크, 세바스찬 베텔, 젠슨 버튼, 페르난도 알론소 등 F1 선수 중에 99%가 카트 선수 출신이라는 것만 봐도 카트는 모터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 중 하나입니다. 카트는 단순히 모터스포츠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카테고리에 따라서는 안전 운전 교육이나 자동차의 운동 특성을 이해하는 데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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