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공개된 2017 북미 올해의 자동차 후보 9대 중, 3대를 차지하는 차종. 미국을 상징하는 3대 자동차. 일본과 독일 제조사가 적극 개발에 나선 자동차. 그러나 한국에서는 출시되는 기종도 드물고 구매하려는 이도 적은 차.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픽업트럭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픽업트럭의 세계를 살펴본다.



승차공간의 명칭부터 다르다


각 국가마다 선호하는 자동차 장르는 다르다. 그 선호도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픽업트럭이다. 한국에서는 출시되는 기종도 드물고 이를 애써 구매하려는 이들도 적지만, 미국과 같은 경우는 자국을 상징하는 3대 자동차 장르 중 하나로까지 꼽히며 판매량도 많다. 픽업트럭은 적재함의 덮개가 없는 소형 트럭이라는 뜻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아이콘이자 생활의 일부분이 된 까닭에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픽업트럭은 차체의 형태와 탑승 공간(캡)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차체의 스타일에 따라서는 덤프 트럭의 사이즈를 줄여 놓은 것처럼 보이는 일반적인 형태의 픽업 트럭, SUV와 픽업트럭을 결합한 SUP(Sport Utility Pickup), 그리고 차체의 라인을 좀 더 매끈하게 다듬은 세단 기반의 픽업트럭인 유트(Ute) 혹은 쿠페 유틸리티 등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픽업트럭의 크기에 따라 콤팩트, 미들사이즈, 풀사이즈로 나뉜다.



승차 공간에 따라서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먼저, 싱글캡으로도 불리는 레귤러캡은 운전석과 보조석의 1열로만 이루어진 형태를 말한다. 실내 공간이 작은 만큼, 동일한 기종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또, 쿼드캡 혹은 익스텐디드 캡으로도 통하는 슈퍼캡은 레귤러캡의 뒤쪽 공간을 늘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2+2인승 방식의 쿠페처럼 사람이 탑승하기엔 다소 좁아, 적재공간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더블캡 혹은 크루캡으로 불리는 형태는 일반 세단과 같이 4개의 도어를 장착한 형태다. 때문에 화물을 적재하고도 최대 5인이 탑승 가능해 산업은 물론 일상생활과 레저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셀프 배송 문화와 레저생활, 픽업트럭의 힘


‘2017년 북미 올해의 차’ 후보 9개 차종 중 무려 3대가 픽업트럭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대는 포드의 F 시리즈 중 6.7리터 V8 가솔린 엔진의 슈퍼듀티 트럭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포드의 F 시리즈 트럭은 매년 연말, 연초의 시상식 단골이기도 하다. 특히 F 150 픽업트럭은 2016년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차량 중 1위의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오른 실적이다. 2015년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92만 대 이상의 판매고로 전체 세그먼트를 통틀어 3위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세그먼트 내 판매량은 말할 것도 없이 독보적 1위다. 2위는 쉐보레의 실버라도로 포드 F 150과는 차이가 있으나, 3위 미만 그룹과는 큰 격차를 벌리며, 픽업트럭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포드 F 150과 쉐보레 실버라도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성과 승차 공간의 다양화 등으로, 가족 단위 레저를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국내 소규모 개별 수입사들을 통해 국내 오토캠핑 마니아들이 구입하는 경우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픽업 트럭이 인기가 없는 한국에서도 이 정도로 알려져 있을 정도니, 세계적으로 누리는 인기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심지어 미국에서 폐차한 구형 픽업트럭들을 군용으로 수입해 쓰는 나라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픽업트럭은 미국 내 자국 판매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단지 레저뿐만 아니라 미국의 독특한 생활과 산업 문화에 기인한다. 미국은 영토가 광활하다 보니, 대도시가 아니라면 인구 밀도가 극히 낮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총알배송’ 택배는 꿈도 꿀 수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택배 역시 수수료가 비싸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역시 이러한 환경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대량으로 구매해 직접 옮기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농장 중심의 가족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점도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이유다.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컨트리 음악을 즐기며 바비큐를 즐기는 그들만의 공동체 문화에서 픽업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동차인 것이다.




미국 픽업트럭에 도전장을 내민 콘셉트카들


하지만 픽업 트럭이 SUV 못지 않게 큰 시장이 되어가는 이상, 세계의 유수 자동차 제조사들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스웨덴 스톡홀름 현지시각으로 2016년 10월 25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자사 최초의 픽업트럭이 될 X클래스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 콘셉트카는 두 가지 디자인으로 공개되었으며, 4도어인 크루캡 형태를 적용했다.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두 가지로 나눈 것은 콘셉트카의 성격에 따른 것이다. 첫 번째 디자인은 파워풀 어드벤처러라는 이름으로,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제작한 기종이다. 오프로드 타이어가 기본이며, 프론트 및 리어 범퍼에 전동식 윈치(도르래의 한 가지)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디자인은 도심주행용을 기반으로 하며, 현 AMG 기종의 프론트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채택했다. 휠과 타이어는 온로드용 22인치를 장착했다. 정확한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은 2017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내에서도 픽업트럭 장르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추세에 뒤처질 수 없는 까닭이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HCD-15가 그 주인공으로, HCD-15는 지난 2015년 1월에 진행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다. 산타크루즈라는 이름을 가진 HCD-15는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투싼의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소형 픽업트럭으로, 분류상으로는 SUP나 유트에 가깝다. 캡의 형태는 슈퍼캡에 가깝다.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이 자동차는 현대자동차 디젤 기종에 널리 장착중인 직렬 4기통 2.0리터(1,995cc)의 R엔진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타크루즈 콘셉트카는 당시 모터쇼에서 일본 이스즈 등이 선점해온 소형 픽업트럭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기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미국 픽업트럭의 경우 성능과 적재성이 좋지만, 연비가 나쁘고 친환경 성능이 떨어진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 미국의 신생 자동차 제조사인 워크호스(Workhorse)가 2018년까지 전기모터를 동력원으로 하는 픽업트럭 양산을 예고해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이 될지도 모르는 이 자동차의 명칭은 W-15라는 코드명으로 공개되었다. W-15는 크루캡을 적용할 예정이며, 최대 997kg을 적재 할 수 있다. 전장은 5,944mm로, 5,890mm의 전장을 가진 포드 F-150보다도 길다. W-15 콘셉트카는 앞바퀴축과 뒷바퀴축에 각각 하나씩 구동모터를 탑재했다. 덕분에 순수 전기로만 13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전기모터 충전용으로 장착한 소형 가솔린 엔진을 사용 시 5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현재 국내의 경우도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제조사의 생산 규모는 미미하기에, 본격적인 픽업트럭을 원하는 이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별 수입사를 통해서 복잡한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국내 도로 실정에 맞지 않는 거대한 크기 때문에 구입 후에도 주차 공간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5명의 인원과 많은 양의 화물까지 적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때론 수면 아래에 숨은 수요를 끌어내는 역할을 해낼 필요가 있다. 이는 자동차 제조사 자체의 수익 다변화는 물론 한국 자동차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일인 까닭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1980년대 초반, 포니 픽업트럭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세계 픽업트럭 시장과 국내 마니아들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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