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I 유정열(여행작가)



강진이 사랑한 시인이 있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로 잘 알려진 영랑 김윤식입니다. 그의 생가에 들어서면 고운 시들이 가슴 속에 향긋하게 스밉니다. 강진은 흙의 고장입니다. 흙은 청자를 만들었고 바다를 만나 갯벌이 되었습니다. 과거 버려진 땅으로 인식되었던 갯벌은 생태공원으로 바뀌었고 철새들이 풍부한 먹이를 찾아 날아듭니다. 강진만의 잔잔한 바다에 낮게 솟아오른 가우도로 향하면 걷기 좋은 산책로와 1km 남짓한 짚트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시공간이 멈춰진 듯한 강진만의 해넘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만나는 곳, 영랑생가


김영랑은 1903년 강진읍 남성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슬 퍼런 일제강점기 때 저항의식이 강한 시를 썼던 그는 우리말을 섬세하게 살린 시를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박용철과 정지용, 이하윤, 정인보,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보 등과 함께 1930년 현대 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문학파 동인을 만들었습니다.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영랑생가]


강진군청 뒤에는 1993년에 복원한 영랑생가가 있습니다. 입구인 문간채를 지나면 본채가 있는데요. 본채 왼쪽으로 영랑의 집필실이었던 사랑채가 있습니다. 생가에는 모두 여섯 기의 시비가 있습니다. 햇살 내린 생가에서 시를 곱씹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영랑생가 왼편, 사랑채에 놓인 영랑의 초상화]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가수 김수철의 히트곡 ‘나도야 간다’는 원래 용아 박용철이 지은 시였습니다. 또한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라야”로 잘 알려진 노래 ‘향수’ 역시 정지용의 시에서 나왔죠.


[시문학파기념관에 들어서면 시대를 풍미한 시인들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1950년에 발간된 한국시인전집에 실린 박용철의 시 ‘떠나가는 배’]


그뿐만 아닙니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의 신석정, <논개>의 변영로 등 교과서를 통해 한 번쯤은 외우고 들어봤을 시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시문학파기념관입니다. 영랑생가 맞은편에 있습니다. 2층으로 향하면 시문학파와 동인들의 삶, 그들이 펴낸 시집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영랑은 <시문학> 창간호에 13편의 시를 발표했고 제2호에 9편, 제3호에 7편의 시를 실었습니다. <시문학>지는 영랑에게 시인으로서 살아가게 된 토대가 된 문학지였습니다.


    [왼쪽은 영랑시집들이고 오른쪽은 시문학 제2호이다]


언덕에 누워 바다를 보면

빛나는 잔물결 헤일 수 업지만

눈만 감으면 떠오는 얼굴

뵈올 적마다 꼭 한 분이구려


시인 김영랑의 시 <어덕에 누어 바다를 보면>입니다. 영랑생가 위에 있는 금서당 마당 앞에 서면 강진만이 훤히 드러납니다. 영랑의 시처럼 굽어보는 강진 바다는 잔물결이 일렁이며 빛납니다. 


[금서당 마당에서 본 강진읍과 바다, 지금 봐도 명당이다]



평화로운 속삭임이 있는 곳, 강진만 갈대밭


갯벌은 밀물과 썰물에 의해 만들어진 평평한 땅입니다.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천연 습지죠. 예전 지식이 부족했던 시절, 못 쓰는 땅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생태계의 보고로 우리가 보호해야 할 땅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며 그 가치가 높은데요. 탐진강 갈대밭도 그중 하나로 1,131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강진만 갈대밭은 규모는 작아도 풍경은 대단하다]


남포축구장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제방에 오르면 넓은 갈대밭이 드러납니다. 누런빛으로 반짝이는 갈대밭에는 약 2.8㎞ 길이의 나무 산책로가 놓여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어른 키보다 높은 갈대밭을 지나면 짙은 회색의 갯벌이 드러납니다. 


[산책하기 좋은 강진만 갈대밭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마침 큰고니가족이 청둥오리들 사이를 가로질러나갑니다. 큰고니는 겨울에 찾아오는 강진만의 손님입니다.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의 집단 서식지가 강진만이죠. 큰고니 외에도 민물도요, 흑부리오리, 흰죽지 등 철새들을 볼 수 있는 시기는 11월에서 12월 초까지입니다. 


 [큰고니 가족이 유유하게 지나가며 운치를 더한다]


나무 데크를 따라 여유롭게 갈대밭 사이를 걷습니다. 너울너울 춤을 추는 갈대밭을 지나면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전망대에 올라 갈대밭과 강진만을 둘러 봅니다. 낮은 산과 잔잔한 물결의 바다, 그리고 너울너울 춤을 추는 갈대밭의 풍경은 수평적입니다.

수직의 풍경은 웅장하고 사선은 역동적입니다. 반면에 수평은 편안함입니다. 오후의 햇살로 반짝이는 물비늘과 한가로이 자맥질하는 새들,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들은 영랑처럼 그리운 얼굴이 떠올려지는 풍경입니다.   


[나지막한 강진만 갈대밭은 무척이나 한가로운 풍경이다]


강진만 갈대밭의 매력은 탐조입니다. 새를 멀리서 봐야만 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곳은 무척 가깝습니다. 망원경이 필요가 없을 만큼 가까운 곳에서 탐조활동을 할 수 있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더할 나위 없는 자연학습의 현장입니다. 나무 데크는 낮아서 밀물 때가 되면 나무 데크의 높이와 비슷한 높이까지 물이 찹니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처럼 설계한 것으로 조금 더 가까이 자연을 느끼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밀물 때에는 침수가 되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청둥오리들이 인기척을 느끼자 푸드덕 날아오른다]



바다 위를 걷고 나는 곳, 가우도


갈대밭을 나와 백련사 방향으로 가다가 도암면 신평리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해안도로입니다. 약 8km의 이 길은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입니다. 해안도로에서 쏘나타가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흘러가는 풍경에 빠지는 것과 느긋하게 거슬러 올라가는 성능에 매료되는 것 둘 다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강진사람들은 해안 도로 아래에서 망둥이 낚시를 하고 있고 도로의 끝에는 망호주차장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도보로 가우도에 들어갈 수 있는 출렁다리가 놓여있습니다. 


     [드라이브를 즐기고 나면 망호마을의 출렁다리가 기다린다]


가우도는 해안선 길이가 2.4km로 여의도 면적의 1/9밖에 안 되는 작은 섬입니다. 14가구에 30여 명의 주민이 어업으로 먹고삽니다. 이 가우도를 중심으로 도암면 망호마을 쪽에서 716m, 대구면 저두마을 쪽에서 439m의 출렁다리를 놓았는데요. 말만 출렁다리지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오른편에 스패너 닮은 구조물이 있는데요. 작년 5월 개장한 '가우도 복합 낚시공원'입니다. 여기서 섬의 오른쪽으로 산책하면 됩니다. 산책 코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부담이 없어 인기가 많습니다. 한쪽은 해안을 따라 나무 데크로, 다른 한쪽은 흙길로 이어집니다.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가우도 산책로]


바다를 따라 ‘아! 좋다’라고 중얼거리며 가면 영랑나루쉼터에 닿습니다. 난간에 영랑의 시가 걸려있고 영랑의 동상은 사색하듯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나무 데크의 끝에는 쉼터와 저두마을로 향하는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관광객 대부분은 바로 출렁다리를 따라 건너가는데요. 흙길을 따라 마을과 우람한 후박나무 군락지도 들려 볼 것을 추천합니다.


[영랑의 동상과 시가 있는 쉼터 잠시 쉬어가기 좋다]


[청자전망대 아래에 있는 후박나무 군락지]


가우도 제일 높은 곳에 청자전망대가 있습니다. 높이 25m의 청자전망대 3층에 오르면 강진만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무엇보다 하늘을 나는 짚트랙을 탈 수 있습니다. 짚트랙은 전망대를 출발해 바다 건너 대구면 저두마을로 향하는데요. 트랙 길이는 973m로 동시에 3명이 출발할 수 있습니다. 약 15분간 바다를 건너는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죠.


     [청자전망대 3층의 조망창과 전망대에서 본 죽도와 강진읍]


이날 그 짜릿함에 두 번 연달아 탄 두 명의 청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청년 외에도 연세 드신 분들도 많이 타는데요. 손을 활짝 벌리고 마치 새가 된 것처럼 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가우도 짚트랙]



핑크빛 노을이 아름다운 곳, 고바우전망대


저두리에서 청자박물관으로 가는 23번 국도변에 고바우전망대가 있습니다. 해양경관조망지로 이곳에 서면 강진만과 가우도 그리고 은은한 노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고바우란 원래 고양이바위라 불리는 봉우리였지만 그것을 깎아 도로를 만들었고 지금의 전망대로 확장해 놓은 것입니다. 훤히 드러나는 전망도 좋지만 분홍나루 카페의 통유리창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기도 좋습니다.   


[카페 분홍나루 창가에서 맞이한 강진만 해넘이]


평지와 같은 높이에는 하트 조형물이 있는 전망대가 있고 아래에 분홍나루 카페가 있습니다. 지면과 같은 높이로 지어진 건물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지어졌습니다. 분홍나루는 해 질 녘 분홍빛 노을 때문에 지어진 이름입니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강진만은 천천히 부드러운 분홍빛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커피 한 잔에 이만한 호사도 없죠. 카페와 이어진 계단을 따라 밑으로 가면 조그만 나루가 있습니다. 배가 지나며 생긴 너울에 물든 노을은 그림 같습니다. 


     [고바우전망대는 요즘 표현으로 핫한 데이트 명소]


예쁜 노을을 감상하고 다시 가우도에 들려 강진의 깊어가는 밤을 맞이했습니다. 가우도와 출렁다리는 오색불빛으로 물듭니다. 푸른 어둠이 내려앉은 강진에서 느낀 점은 ‘매력적이다’ 입니다. 역사와 사람,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남도 답사의 일번지’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영랑의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란 시처럼 가슴을 살포시 적시는 물결같이,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강진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가우도에 어둠이 깔리고 쏘나타는 떠나는 길을 밝힌다]



강진에서 맛보는 별미


청자식당

바지락무침 전문식당입니다. 허름한 외관에 여느 가정집 같은 방에서 식사하는데요. 강진만의 특산물인 바지락과 호박으로 버무린 새콤한 초무침이 괜찮습니다. 한 상 가득한 반찬도 주인장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데요. 대접에 넣어 참기름을 두르고 비벼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 강진군 칠량면 칠량로 88(영동리 1152-7), 061-433-1515


[칠량면에 위치한 청자식당의 바지락초무침]


보은식당

남도의 백반은 집에서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보은식당도 그중 한 곳이죠. 흔한 집 반찬에 찌개, 미역국,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백반은 든든하기만 합니다. 다만 바쁠 때는 혼밥이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 강진군 강진읍 영랑로 43(남성리 35), 061-432-8789


[7,000원으로 맛보는 보은식당의 백반]


금두꺼비

해산물과 한정식이 주를 이루는 강진에서 꽤 괜찮은 고깃집입니다. 강진군민이 즐겨 찾는 이곳은 잡내가 없는 고기를 구워 고추장 소스를 얹은 파채와 함께 먹는 맛이 좋습니다. 마무리로 넓은 돌판에 나오는 돌솥비빔밥도 인기가 많습니다.

▶ 강진군 강진읍 서성4길 11(서성리 7), 061-433-7900 


[금두꺼비집의 항정살구이, 육질이 상당히 괜찮다]



여행정보


▶ 영랑생가: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길 15(남성리 211-1), 061-430-3675

▶ 강진만 갈대밭(남포축구장): 강진군 강진읍 남당로 97-111(남포리 548)

▶ 가우도 망호 출렁다리(주차장): 강진군 도암면 월곶로 473(신기리 123-3)

▶ 가우도 저두 출렁다리(주차장):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 315

▶ 고바우전망대: 강진군 청자로 1606(저두리 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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