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이 쌀쌀한 겨울, 추위를 피해 자동차로 들어오지만, 시동을 걸기 전 몸과 가장 처음으로 맞닫는 시트는 얼음장만큼이나 차갑다. 히터를 틀어도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실내의 공기를 느끼고 있으면 차밖이 더 따뜻한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반가운 것은 바로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열선 시트. 열선 시트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던 예전의 자동차는 한겨울 운전이 고역이 아니었을까?


이처럼 자동차는 200년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 변화와 맞물려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발전을 꾀해왔다. 여기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자동차는 어떻게든 '앉아서' 이동하는 이동수단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의 핵심요소는 바로 카시트(좌석)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현대 생활문화사 전반에 밀접하게 닿아 있는 카시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본다.



벤치 시트와 버킷 시트, 다른 감성과 목적의 반영


최초의 차량들을 포함해 20세기 중후반까지 보편적으로 적용되었던 자동차의 시트는 벤치형 시트였다. 이는 마차를 비롯한 초기 자동차 시트의 디자인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트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동승에 큰 의미를 둔다. 특히 많은 제조사들이 1열 시트까지 별도의 공간적 분리 없이 평평하게 이어진 벤치 시트를 둠으로써, 자동차가 보편적이지 않던 시대의 사람들이 승차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한국 최초의 독자개발 자동차인 포니 역시 2열 좌석에는 폴딩 기능이 있는 벤치 시트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치 시트의 구조는 별도의 독립적인 구조물들을 사용하지 않고 평평하게 이어진 패널들을 사용한다. 그러나 초창기의 자동차들은 코너링 시 강한 횡 방향의 에너지를 운전자가 느낄 만큼 주행 성능이 강력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구조였다. 또한 벤치 시트는 자동차로 인한 여유로운 삶을 상징하기도 했다. 예컨대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피닌 파리나가 디자인한 1950년대 미국 내쉬(Nash) 모터스의 한 고급 세단은 리클라이닝 기능을 통해, 트윈 사이즈의 침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기도 했다.


   

버킷 시트의 등장시기는 1950~60년대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출력의 소형차가 자동차 시장을 이끈 것과 맥을 같이한다. 또한 변속 유닛의 발전에 따라, 운전석과 조수석 가운데 기어 박스가 자리잡으면서 좌석을 분리할 필요가 생겼다. 포드의 머스탱과 핀토를 비롯한 이 시기 미국 차량들이 버킷 시트를 채용했고, 1970년부터는 버킷 시트가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오늘날 고성능 스포츠 차량에 적용되는 시트는 버킷 시트 중에서도 운전자의 신체를 고정하는 기능이 강하게 적용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벤치 시트가 버킷 시트보다 먼저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둘 사이를 기술적 선후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1980년대까지 판매되었던 프랑스의 대표적 소형 자동차인 시트로엥의 2CV는 오랫동안 버킷 시트를 택했고, 그 방식만의 빈티지한 멋을 자랑으로 삼은 것이 그 예다. GM 역시 자사의 차량 중 오랜 역사를 지닌 세단 임팔라에 2010년대 초반까지 벤치 시트를 적용해 왔을 정도다. 두 가지의 시트는 한동안 공존하며 서로 다른 감성의 자동차와 운전자에 봉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모터스포츠, 특히 좌석이 1개인 포뮬러카 분야에서는 좌석이라기보다 조종석이라는 의미에서, 콕핏으로 불려 왔다. 이 포뮬러카의 시트는 단지 레이서가 앉는 자리가 아니라 연료탱크를 보호하는 덮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차량의 운전석과는 다른 복합 소재로 제작되고, 그 형태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물론 선수의 컨디션이 경기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고려하긴 하지만 그 안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이다. 다만 별도의 연료탱크가 필요 없는 전기차 레이스 포뮬러 E에서는, 선수에게 좀 더 편안한 착좌감을 주는 콕핏이 개발되고 있기도 하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시트의 발전을 이끌다


시트는 자동차 부품 중 스티어링 휠과 함께 사람의 몸과 가장 오래 접촉하는 부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트의 발전사는 인체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요추 지지대다. 인간의 척추는 자연스런 커브를 갖고 있어야 두개골의 하중을 견디고, 협착 등의 질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을 오래 하다 보면 이 커브의 균형이 망가지게 된다. 따라서 시트에서 허리가 닿는 부분을 앞으로 돌출시켜 요추의 자연스런 커브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이 장착되어 왔다. 통상 운전석이나 조수석 측면에 수동으로 조작하는 장치나, 혹은 전동식 장치를 통해 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동식 요추 지지대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플래그십 세단 등에만 적용되었으나, 2000년대 후반으로 들어오며 다양한 기종과 트림으로 확대되었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그리고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등에서 선보이는 쇼퍼 드리븐 카(기사를 대동한 오너 중심의 자동차)의 시트 역시 바쁜 일정 속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중역급 비즈니스맨들의 건강을 고려하며 발전해 왔다. 국내에서도 일부 차종은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 옵션이라는 것을 적용하며 고급차 시트에 적용되는 테크놀로지를 반영했다. 이러한 시트들은 넓은 레그룸을 십분 활용하고 전동식 레그 서포트 기능 등을 통해 성인 남성이라도 다리를 쭉 뻗고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첨단 기술과 만나면서 더욱 획기적인 결과물로 진화해가는 중이다. 지난 2014년 영국 노팅엄 트렌트대의 연구진은 카시트에 장착할 수 있는 심장박동 감지 센서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 연구진은 시트 뒤쪽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심장박동의 파형을 분석했는데, 이는 졸음에 빠져들 때의 심장박동 파형을 분석해 2차 사고를 막기 위함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기술은 커넥티드카와 연결되면 더 위험한 사고를 부를 수 있는 심정지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운전 중 운전자의 체중 이동이나 외부로부터의 힘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키네틱 시트도 인간의 건강을 위한 사양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렉서스는 지난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마치 거미줄과 같은 방사상의 구조로 이루어진 콘셉트 시트를 공개했다. 이는 사람마다 다른 체격 조건 등을 개별적으로 지원할 수 없었던 기존 요추지지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기도 하다.




뉴모빌리티 시대의 카시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로의 이행은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카시트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엔진이 없거나, 있더라도 배터리 충전을 위한 발전용으로만 쓰이도록 소형화한 엔진을 장착한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은, 같은 크기의 섀시 안에서도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과거와 달리 배터리를 바닥으로 배치하면서 구조가 평평해지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닛산의 소형 전기 콘셉트카인 테아트로의 시트는 벤치 시트로 회귀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안에서 다양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으로, 이동하는 작은 사무실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F015 럭셔리 인 모션’ 콘셉트카는 자율주행차의 특징을 살려, 마치 기차에서처럼 승객들이 마주볼 수 있도록 한 실내 시트 구조를 선보였다. 이는 도어 내측에 자리한 미디어 패널 등과 조화되어 자동차 안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정의하였다.

 

또한 환경을 중시하는 뉴모빌리티 시대의 차량들은 소재 면에서도 기존의 화학 섬유나 동물의 가죽 대신 식물을 이용한 다양한 바이오 소재들을 적용해가는 추세다. 포드 등 일부 제조사에서 적용하고 있는 바이오폼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마차를 계승한 런어바웃(승차 공간이 노출된 소형 차량)에서 시작해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자동차 내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부품인 시트는, 인류의 생활문화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벤치 시트는 과거 마차의 사교 공간으로서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버킷 시트는 속도를 갈망하는 인간의 또 다른 욕구에 부응했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와 차원이 다른 편의를 추구하면서도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인류의 책임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 해 또 한 해 지날수록 발표되는 신차의 실내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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