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I 황욱익 (모터스포츠 칼럼리스트)



최근 ‘차를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킷 주행이나 모터스포츠 참여가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보다는 차를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안전하게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습니다. 현재 국내에 있는 서킷 중에 상시 가용이 가능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과 인제 스피디움이 운영하는 동계 주행 프로그램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사실 모터스포츠의 입문은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스케일이 크고 문턱도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에 비용까지 생각하면 일반인들은 겁부터 먹기 십상인데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번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자기 차를 가지고 가장 쉽게 즐길 수 있는 모터스포츠 카테고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혹은 모터스포츠라고 하면 대부분 일반도로에서는 불가능한 스피드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고속으로 주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때로는 특별한 튜닝이 필요하기도 하고 필수적으로 안전 장비를 사용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가혹 조건은 다 갖춘 서킷은 사실 일반도로에 비해 운전하기는 좋지만 운전자들에게 그만큼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물론 이런 점들은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사항인 셈이죠. 무엇보다도 서킷이라는 공간 역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고 단순히 무분별하게 달리는 폭주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계셔야겠죠.


서킷은 모든 구간이 일방통행입니다. 즉 한 방향으로만 주행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때에 따라서는 동력 후진이 금지되기도 하는 곳입니다. 그 외에도 일반 도로와는 여러 가지가 다릅니다. 서킷에서는 즐기고 싶은 만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집니다. 서킷으로 가는 가장 첫 단추인 슬라럼과 짐카나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슬라럼과 짐카나는 속력을 많이 내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슬라럼? 재미있어요?


슬라럼이라는 단어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생소한 단어입니다. 그러나 슬라럼은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최소 몇십 번에서 몇백 번 이상 겪는 상황입니다. 슬라럼은 자동차 외에도 인라인스케이트나 스키 등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일정 거리로 설치된 파일런을 좌우로 통과하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좌우로 움직이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코너를 돌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쉽게 설명해 슬라럼은 장애물이 설치된 일정 거리를 누가 더 빨리 주파하느냐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속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만 짧은 거리에서 누가 더 자동차의 운동성능을 가장 잘 이용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죠.


 

슬라럼은 코너링 테크닉의 경쟁이라고 할 만큼 코너링 테크닉을 익힐 수 있습니다. 속도에 따라 파일런의 간격을 조절하기 때문에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고 좁은 공간에도 코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드라이빙 이벤트나 드라이빙 스쿨에서도 빠지지 않는 과목인데 슬라럼을 잘할수록 서킷 주행이 안정적입니다. 또한, 자동차가 주행하면서 만들어지는 물리 현상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기록도 천차만별입니다.

 


슬라럼은 최근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인스트럭터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슬라럼은 일반 슬라럼과 약간 다른 모습인데, 인스트럭터들도 매번 연습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인기 코스 중의 하나인 언밸런스 슬라럼은 기존 슬라럼과는 약간 방식이 다릅니다. 차이점은 파일런의 거리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인 슬라럼은 일정한 간격의 파일런을 통과해야 하지만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언밸런스 슬러럼은 중간에 파일런의 간격이 급격하게 좁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코너링뿐 아니라 하중 이동과 적절한 브레이킹을 익히지 않으면 좋은 기록을 낼 수 없습니다.



짐카나와 오토 크로스


복합 슬러럼과 360도 턴, 180도 턴 등 다양한 코스가 혼합되는 짐카나는 슬라럼 보다 좀 더 폭이 넓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짐카나를 이루는 중요 요소 중에 하나가 슬라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전적인 의미의 짐카나는 말을 이용하는 마장마술 경기와 흡사합니다. 과거 자동차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귀족들이 복잡한 코스를 만들고 말을 타고 기록을 겨루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현대적인 모습의 짐카나는 인도에 파견된 영국 병사들이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야지에 드럼통으로 코스를 만들고 기록을 겨루던 것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짐카나는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모터스포츠 쪽에서는 처음 자동차를 가지고 즐겼던 인도의 한 지방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보기만 해도 복잡하죠? 짐카나의 코스는 매우 다양합니다. 참가자들의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코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기록 경쟁을 기반으로 코스 내에 설치된 파일런을 건드리거나 넘어트리지 않고 누가 빨리 완주하느냐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짐카나의 복잡한 코스 때문에 ‘드라이빙 테크닉보다 암기에 능한 사람이 우승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코스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참가자들이 얼마큼 빨리 코스에 적응하느냐에 목적이 있는데 실제 짐카나 코스에 들어가 보면 코스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막상 차를 차고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 구간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짐카나에서는 경기 시작 전 코스 워킹을 필수로 진행합니다.



짐카나 코스는 대개 경기 당일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리 준비하는 것을 방지해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함인데요. 경기장에 가보면 차 안에 코스도를 붙여 놓고 외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짐카나 코스가 직선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270도 턴이나 굴절 코스 같은 곳에서 차의 진행 방향이 바뀌면 운전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게 되기도 합니다. 

오토 크로스는 짐카나의 다른 이름입니다. 방식은 똑같고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지는 것인데 주로 유럽과 일본에서는 짐카나, 북미 지역에서는 오토 크로스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짐카나는 전체 주행거리가 약 700m 정도입니다. 너무 짧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짧은 코스 안에 서킷 주행이나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 위한 모든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가고, 서고, 돌고에 집중력도 물론이고, 이를 통해 자동차를 컨트롤 하는 방법을 익히기에 매우 좋습니다. 또한 서킷이나 전용 경기장이 아니더라도 주차장이나 크지 않은 공간만 확보되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다고 짐카나의 존재감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세계모터스포츠협의회(FIA)에도 짐카나 항목이 있으며 속도에 따른 코스 설계나 파일런의 간격 등이 매우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또한 유럽과 일본에는 짐카나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선수들이 있고 각종 챔피언십 대회가 일 년에 적게는 수십 백 많게는 수백 번 이상 치러지고 있습니다.



짐카나에 대한 궁금증으로는 출력이 높거나 구동방식이 사륜구동이면 유리하지 않냐 하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국제 경기에는 자동차의 배기량과 구동방식에 따른 구분이 있습니다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프로나 국제 챔피언십 이상에만 해당합니다. 대부분은 차종에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기 경력에 따라 국내에서는 비기너, 챌린지, 챔피언스, 자작차 등으로 선수의 출전 자격만 구분해 두었습니다. 출력이나 구동방식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는 코스가 짧고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경차가 고출력의 스포츠카보다 빨리 코스를 주파하는 일도 짐카나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는 일입니다. 무조건 출력이 높거나 안정적인 접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차가 유리한 것이 아니라 좁은 파일런 사이를 민첩하게 주파할 수 있는 소형차나 저출력이라도 출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차들이 인기를 끕니다. 파일런을 건드리거나 쓰러트리면 기록에 추가로 패널티가 가산됩니다. 그야말로 드라이버의 순수한 드라이빙 테크닉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죠. 본격적인 서킷 레이스와 달리 누구나 자기 차를 가지고 쉽게 출전할 수 있는 요인에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대한자동차경주협회가 주관하는 대회에 참가하면 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는 최소 자격인 드라이버C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 카트에 이어 이번에는 슬라럼과 짐카나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모터스포츠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시트 타임’이고 하나는 ‘구경이 아닌 직접 참가’입니다. 시트 타임은 말 그대로 운전석에서 누가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느냐입니다. 단순히 동네에서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공간에서 자동차의 성능을 끌어내기 위한 시간 투자를 뜻합니다. 구경이 아닌 직접 참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TV 화면이나 관중석에서 혹은 짐카나의 안전 방호벽 뒤에서 보는 것보다 직접 참가해 보면 그 재미는 100배 이상이며, 입문은 쉽지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물리쳐야 할 경쟁자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세상은 넓고 즐길 것은 많습니다. 특히 자동차를 가지고 즐기는 것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짜릿함과 흥분이 있습니다. 물론 일반 도로에서는 언제나 타인을 배려하고 교통 약자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짐카나나 기초 서킷 모터스포츠를 경험하면 왜 그래야 하는지 이런 부분도 충분히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드라이빙, 안전 운전을 늘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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