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유정열


영월에는 단종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인물로 꼽히는 단종, 조선 6대 왕으로 11살에 왕위에 오르고 3년간의 짧은 재위 기간 뒤 숙부에 의해 4개월의 유배 그리고 16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의 비극적인 여정과는 달리 눈부신 풍경 때문에 영월은 겨울 여행지 중에서도 사진 촬영지로 인기가 많습니다. 오늘은 선돌과 청령포, 장릉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동강사진박물관에 둘러 다양한 사진의 세계 속으로 떠나 보겠습니다.



[청령포 소나무 숲은 아늑하고 호젓해서 쉬어가기 좋다]



서강이 크게 휘돌아가는 곳 선돌 


영월읍으로 가는 31번 국도를 달리면 소나기재를 지납니다. 소나기재에는 2011년 6월 명승 제76호로 지정된 선돌이 있죠. 주차장에서 산책로를 따라가면 거대한 바위를 칼로 썰어 놓은 것 같은 선돌이 등장합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높이 70m의 선돌 아래로 평창에서 흘러온 서강이 크게 휘돌아 나갑니다,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가던 단종도 이 선돌을 봤습니다. 그는 벼랑 끝의 바위를 두고 신선처럼 보인다고 해서 ‘선돌’이란 이름을 붙였는데요. 그래서 선돌에는 ‘신선암’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습니다. 어쩌면 기구한 자신의 운명을 ‘신선’에 투영하고픈 마음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절벽에 꼿꼿하게 서있는 선돌 뒤로 서강이 흐른다]


1457년 더위가 한창이던 6월, 단종은 소나기재를 넘었습니다. 조선의 왕에서 평민의 신분인 노산군으로 강등된 채,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멀고 먼 길을 떠나왔습니다. 소나기재에서 한양을 향해 큰절을 하고 마침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단종은 궁인들과 함께 서강을 건너 청령포에 들어갑니다.



청령포의 600년 소나무 숲


영월읍내에서 점심을 먹고 청령포로 향합니다. 마침 눈이 내립니다. 여행지에서 눈을 만나면 가는 길은 험해도 여행의 낭만은 높아지죠. 겨울 여행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청령포는 삼면에 서강이 흐르고 서쪽은 산줄기의 절벽으로 막힌 고립무원의 공간입니다. 유람선을 타고 건너면 자갈밭에 닿습니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자갈밭을 지나 소나무 숲에 들어서면 단종이 머문 어소가 있습니다. 


[눈 덕분에 청령포로 향하는 운치는 더 높아졌다]


어소는 단종이 머물렀던 기와집 한 채와 궁인들이 거처했던 초가집 한 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와집 마당에는 ‘단묘재본부시유지비(端廟在本府時遺址碑)각’이 있는데요. 영조 임금 39년에 세운 이 비는 단종이 청령포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곳임을 알려주는 비입니다. 



[단종의 거처인 기와집과 단묘재본부시유지비]


마당에는 담을 넘어 어소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마치 단종에게 예를 올리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죽은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던 영월 호장 엄홍도의 충절을 빗대 ‘엄홍도 나무’라고도 부릅니다.



[담장을 넘어 온 소나무는 단종 어소를 향해 허리를 숙인다]


소나무 숲은 아늑합니다. 아름드리 소나무는 곧게 치솟은 것에서 구불구불하게 휘어져 서로가 의지하듯 살짝 기대있는 모습입니다.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는 소나무를 두고 ‘한국인의 삶, 요람에서 무덤까지 깊게 뿌리내린 나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곳 청령포의 소나무 숲을 촬영하기 위해 20여 일간 새벽에 배를 타고 드나들었다고 하죠. 


소나무의 솔은 ‘수리’라는 순우리말에서 나왔습니다. 수리는 ‘으뜸’이라는 뜻이죠.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무엇 보다 청령포의 소나무는 규모와 크기에서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면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잎과 붉은 몸, 흰 눈이 어우러진 조합은 무척 한국적입니다. 


[함께 산책하기 좋은 청령포 소나무 숲]


소나무숲에는 관음송이 있습니다. 둘레가 5m, 건물 10층과 맘먹는 높이 30m에 이르는 큰 나무입니다. 이관음송 기둥이 갈라진 곳에 어린 단종이 올라 목 놓아 울었다고 합니다. 나무는 15세 소년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애달픔의 소리를 들어주고 곁에서 지켜본 나무라 해서 ‘관음(觀音)송’이라 부릅니다. 단종이 죽고 550년을 더 살고 있으니 참 풍진 세월 홀로 청령포를 지킨 셈입니다. 


청령포에는 절벽을 따라 단종이 산책했다는 길이 있습니다. 한양 땅을 그리며 쌓았다는 망향탑, 해 질 무렵이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던 노산대를 차례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노산대에서 내려오면 금표비(禁標碑)가 있습니다. 유배지 훼손을 막기 위해 사람의 출입은 금지한다는 표석입니다. 덕분에 숲은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수려한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압도적인 키를 자랑하는 관음송과 세월에 지붕이 깨진 금표비]


[단종이 홀로 건넜던 청령포는 이제 여행자들의 명소가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영월 장릉


단종이 청령포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아 홍수가 들었습니다. 곧바로 영월 객사인 관풍헌으로 유배지가 옮겨지고 얼마 후 이곳에서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죽은 뒤에도 단종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죠. 세조가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는 명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수습되지 않은 단종의 시신은 동강에 버려졌습니다. 

단종을 보듬은 것은 영월의 호장이었던 엄흥도입니다. 그는 아들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거둬 그의 선산인 동을지산에 오릅니다. 능선을 따라가던 중 노루가 도망쳤는데, 그 자리만 눈이 쌓여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그곳에 시신을 암매장했습니다. 이후 엄홍도는 계룡산 동학사로 숨어들어 매월당 김시습과 함께 삼년상을 치른 후 평생을 숨어 지냈다고 합니다.


[장릉 옆 엄홍도기념관에 세워진 충절의 상, 날씨마저 비장하다]


단종의 시신이 매장된 곳이 지금의 장릉입니다. 조선 시대 왕릉 중 유일하게 수도권을 벗어나 있죠. 장릉으로 조성된 것은 숙종 때인 1698년의 일입니다. 왕릉으로 정비하면서 묘호를 단종, 능호를 장릉이라 했고 이때 노산군에서 왕으로 복위되었습니다. 


장릉 들러보기는 단종역사관에서 시작합니다. 단종의 일대기와 생/사육신과 조선왕릉에 대해 살펴 불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세자의 일상으로, 빠듯한 하루 일정표가 쉽지 않은 세자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역사관 오른쪽 숲길은 능으로 가는 길입니다. 조붓한 길을 따라가면 능선 위에 단종의 묘가 있고 왼쪽 능선 아래에는 정자각이 놓여있습니다. 


[단종의 묘 앞에서 내려 다 본 정자각, 대표적인 사진포인트이다]


[단종의 능 주변에는 소나무들이 호위병처럼 우뚝 서 있다]


능은 조선 왕릉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운치가 돋보이는 위치로 장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능에는 다른 왕릉과 다르게 무인석이 없습니다. 숙부의 서슬 퍼런 칼을 무서워했던 단종에 대한 배려는 아니었을까요? 대신에 묘 주변에 있는 소나무들이 능을 향하여 절을 하듯 굽어 있습니다. 



[눈 내린 장릉, 왕릉의 위엄만큼 겨울의 낭만이 쌓여간다]



다양한 사진의 세계를 한눈에, 동강사진박물관


하루가 짧은 겨울, 어둑해진 시간에 찾아간 곳은 동강사진박물관입니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공립사진박물관입니다. 국내외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 1,500여 점과 카메라 130여 점이 소장되어 있는데요. 이곳에서 다양한 사진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동강사진박물관소장품 전, 한영수, 김한영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동강사진박물관 1층에는 카메라 박물관이 조성되어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기록,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구풍경, 바다를 재해석한 사진, 그리고 아이들이 시선으로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쓴 전시도 열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사진일기는 재미있어서 찬찬히 둘러봤는데요. 비스듬히 깎인 벽돌을 세워 피사의 사탑이라고 한 사진에서 뛰어난 재치를 느꼈습니다. 



[전국 초등학생 사진일기 공모전에 출품된 한 어린이의 작품]


하루에도 수억 만장의 이미지가 온라인세계에 올려지는 시대에 사진은 소통과 표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동강사진박물관에서도 사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생각의 차이를 느껴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지인 별마로전망대, 영월 읍내의 요리골목, 그리고 주천강을 따라 요선암을 둘러 보는 여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영월에서 맛보는 별미


만선식당 


큼직한 생선구이와 돌솥밥을 내는 식당입니다. 가정식 백반처럼 찬이 깔리면 고등어와 임연수가 구어 나옵니다. 노릇하게 구운 생선살을 쌀밥에 얹어 먹는 맛, 밥도둑이 따로 없죠. 돌솥밥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영흥리 959-28), 033-375-5989



[집밥 같았던 만선식당의 상차림]


종합분식


영월 서부시장 안에는 닭발골목이 있습니다. 어느 식당이나 맛은 비슷합니다. 종합분식 역시 닭발과 김밥으로 유명하죠. 매콤한 닭발을 김밥이 중화시켜주고 시원한 동치미가 입안을 깔끔하게 해줍니다. 여행지에서 하룻밤을 마무리 하는 음식으로 좋습니다.

▶ 영월군 영월읍 서부시장길 16-10(하송리 11-1), 033-374-1713



[종합분식의 닭발과 김밥, 이마에 땀 좀 흘리는 매콤한 맛이 있다]


샛별식당


샛별식당은 놀랍게도 중국음식점입니다. 대표 메뉴는 짬뽕으로 뽕잎을 넣은 면발에 얼큰한 국물이 맛있습니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육수, 돼지고기와 해산물의 조화가 괜찮고요. 공기밥은 서비스로 내줄 만큼 인심도 좋습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합니다. 일요일 휴무

▶ 영월군 영월읍 중앙로 125(덕포리 574-168), 033-374-5395 


[샛별식당의 얼큰한 짬뽕, 겨울에 맛봐야 제격이다]



여행정보


▶ 선돌: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 373-1

▶ 청령포: 영월군 영월읍 청령포로 133(방절리 242-6), 1577-0545

관람시간: 09:00~18:00(입장마감 17:00), 입장료: 어른 3,000원, 학생 2,500원

▶ 장릉: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영흥리 1089), 033-370-2619

관람시간: 연중 09:00~18:00, 입장료: 어른 2,000원, 학생 1,500원

▶ 동강사진박물관: 영월군 영월읍 영월로 1909-10(하송리 217-2), 033-375-4554 

관람시간: 연중 09:00~18:00, 입장료: 어른 2,000원, 학생 1,500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