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I 구 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어딘가 모르게 사람 표정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전직 자동차 디자이너이며 영국의 자동차디자인 평론가 닉 홀(Nick Hull)은 보편적인 형태의 차량에서 후드(hood)는 코(鼻)를 연상시키며, 헤드램프(head lamp)는 눈(目)을, 그리고 앞 범퍼(front bumper)를 포함한 라디에이터 그릴(radiator grille)은 각각 입(口)과 턱(顎)을 연상시킨다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그의 견해는 유사한 형태 간의 비유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들은 자동차의 앞모습을 사람의 표정에 비유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긴 후드와 그릴이 결합되면 코의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자동차 앞모습을 사람의 표정에 비유하는 것은 차체의 앞부분을 이루는 형태들이 각각 눈, 코, 입과 턱 등의 얼굴 조형 요소들과 비유되면서 다양한 표정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차체 전면의 형태를 구성해서 표정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것은 분류 방법에 따라서는 다양하고 세부적인 부품이나 형태구성요소, 또는 비례 등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요, 거의 모든 차량의 전면에서 빠짐없이 존재하면서도 차체의 구조와 형태상의 특징을 만들어주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차체의 구조와 형태상 특징을 만들어주는 요소]


이들은 닉 홀의 말 그대로 눈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헤드램프 (head lamp)가 있고요, 엔진 후드(hood)는 긴 비례를 가질 경우에는 코, 또는 콧등으로 인지되기도 합니다. 후드는 길이에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radiator grille)과 결합하여 그렇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에 따라 범퍼 (bumper)는 턱이나 입의 이미지로 연상됩니다. 그리고 엠블럼 (emblem)은 차체의 전면인상에 시선의 시작점을 제공하고 브랜드를 확인시키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하여 전면부의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 특히 큰 비중을 가지는 것이 바로 라디에이터 그릴일 것입니다.



[그릴의 리브가 많아지면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는 차량마다 매우 다양한 유형과 형태를 보이는데요, 모두가 공감하듯이 라디에이터 그릴은 대체로 사람의 얼굴에 비유해서 입 (口)의 이미지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후드가 긴 고급승용차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서양 사람들의 도드라진 콧날처럼 보이기도 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릴과 헤드램프가 연결된 디자인1986년형 쏘나타]


한편 라디에이터 그릴의 리브(rib)를 가늘고 많이 배치하면, 즉 형태의 밀도가 높아지면 마치 소리에서 주파수가 높아지는 고음(高音)의 특징과 유사한 느낌을 주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마치 바이올린 소리 같은 세련된 느낌의 소리에 비유될 수 있는 이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굵은 리브 한두 개 정도의 배치, 즉 형태의 밀도가 낮으면 주파수가 낮아지는 것과 같으므로 강하거나 힘이 있는 첼로 같은 소리에 비유되는 느낌으로 형태 이미지를 주게 됩니다.



[그릴과 헤드램프가 분리된 디자인의 1992년형 쏘나타2]


한편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디자인은 1980년대에는 서로 연결된 구성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 시기에는 유럽의 고급승용차 중에서는 헤드램프와 독립된 전통적인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와 같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사이를 갈라놓고 그 사이에 차체 색 패널이 들어가 있는 형태는 일부 보수적 메이커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지만, 1990년대부터는 대부분 차량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완전히 구분된 형태로 디자인되기 시작합니다.



[그릴과 헤드램프가 분리된 2016년형 LF 쏘나타]


그러나 최근에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일체화된 디자인과 분리된 디자인이 공존하고 있기도 합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분리된 디자인은 보수적인 느낌을 주거나 고급승용차의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일체화된 디자인은 고성능의 이미지로 스포티하며 모던한 감각을 풍기기도합니다.



[수직적인 리브는 엄숙한 느낌을 줍니다]


한편 라디에이터 그릴의 리브(rib) 배치가 수직적인 경우에는 엄숙한 느낌을 주며, 수평적인 경우에는 스포티하고 경쾌한 이미지, 그리고 벌집 형태와 같은 허니컴(honeycomb) 구조는 매우 기능적이고 치밀한 이미지를 줍니다. 그리고 국내에는 없지만, 사각형이 반복된 격자 형태는 엄격한 이미지를 주게 되므로, 이러한 리브의 형태에 따라서도 차량 전면부 이미지는 변화하게 됩니다.



[허니컴 구조의 리브는 기능적인 인상을 줍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 대의 차량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 차의 성격과 이미지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사람의 얼굴에서 코와 입 모양이 주는 이미지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디자인의 틀 안에서 리브의 굵기와 개수, 재질, 형태의 변화에 따라 차체 앞모습의 인상은 변화됩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자동차의 성격을 대표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등장하는 차량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는 지금까지 살펴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상반된 특징을 가진 요소들이 혼합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 가지 요소에 의해서 주된 이미지가 결정되기보다는 차량의 성격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따라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의 조합에 의해서,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는 유행과는 상관 없어 보이는 디자인이 나타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이 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느껴왔던 그릴을 다시 바라본다면, 아마도 차에 담긴 기능과 품격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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