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내부에서 일어나는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4행정은 초당 수십 회에서 많게는 100회 이상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수 백도 이상의 열은 물론 실린더와 피스톤 등의 금속 부품끼리의 마찰로 인한 미세한 찌꺼기들이 생성된다. 이런 엔진을 마모와 열로 인한 열화로부터 보호하고, 찌꺼기의 발생을 줄이는 것이 엔진오일의 임무다. 그런데 이 임무는 엔진의 특성 및 연료 등의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이처럼 선택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 엔진 오일. 내 자동차의 엔진 특성에 꼭 맞고 성능도 높여 줄 엔진 오일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엔진 오일의 규격 기준은 어떻게 결정될까?


이것을 선택하기에 앞서 엔진 오일의 규격을 알아보자. 엔진 오일 규격은 지역 및 분류 기관 등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분류된다. 우선 미국은 미국석유협회(API)가 1993년에 제정한 규격을 따른다. API의 윤활 기유 분류 기준은 공법에 따라, 일반 증류(Ⅰ그룹), 증류와 수소첨가 분해(Ⅱ그룹), 여기에 점도를 높인 것(Ⅲ그룹), 보다 고도로 정제된 윤활 기유인 폴리알파올레핀(PAO) 성분이 첨가된 것(Ⅳ그룹),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을 모두 포함하되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것(Ⅴ그룹)의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이를 바탕으로 API는 각 유종 및 자동차 엔진별로 규격을 분류한다. 가솔린은 일반 승용(service), 혹은 불꽃 점화(spark ignition)을 뜻하는 ‘S’로 시작하며, SJ, SL, SM, SN 등으로 매겨진다. S 뒤에 붙는 알파벳의 순서가 뒤로 갈수록 최근에 인증된 규격으로, 1930년대 이후에 제작된 엔진용의 SA부터 2010년 10월 이후 출시된 엔진용의 SN까지 나와 있다. 이 중 실제 통용되는 규격은 2001년 이후 생산된 엔진용의 SJ 이후의 규격이다.

 

디젤은 C와 F의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C는 상용(commercial)을 의미한다. 가솔린과 마찬가지로 C 뒤의 알파벳이 빠른 순서부터 오랜 연식의 엔진에 사용되는 엔진오일이다. CA는 1959년 이후 생산된 디젤 엔진용이며, 현행은 1998년 이후 생산된 엔진용의 CH부터다. 참고로 디젤 엔진은 뒤에 붙는 숫자로 4행정 엔진과 2행정 엔진을 구분하고 있는데, 현행으로는 모두 4행정용의 등급만 표기되고 있다. F는 2017년 이후 생산된 고성능 4행정 디젤 엔진용 오일을 의미한다.


미국의 API규격 인증마크


유럽은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서 정한 규격을 따른다. 과거에는 유럽도 API규격을 따랐지만 미국차에 비해 엔진의 배기량이 작고, 과급기를 장착한 경우가 많은 까닭에 자체 규격이 필요했다. 1996년부터 ACEA는 엔진오일 규격을 연료 및 가솔린과 디젤 엔진(A1/B1, A3~A5/B3~B5),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DPF를 장착한 디젤 엔진(C1~C4), 상용차(E2, E4, E6, E7, E9)에 따라 총 세 가지로 분류해 왔다. 알파벳 뒤의 숫자가 낮을수록 점도와 마찰 계수가 낮은 경향을 보이며 연비가 높고, 숫자가 높을수록 고점도를 가져 고성능 엔진에 적합한 오일이라는 의미다. 단, A5와 B5, E2~9는 제외한다.


ACEA를 상징하는 마크


세 번째 규격은 자동차 제조사 자체에서 명시한 것이다. 예컨대 BMW는 LL-01(Long Life - 고유황유임을 나타내는 숫자), MB229.31(규격에 따라 인, 황 등의 성분함량이 상이)등으로 표기한다. 이는 자동차 제조사가 자사의 엔진에 적합하도록 개발 단계부터 규격을 정한 순정 엔진오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API의 등급 분류 안내에서도, 각 자동차의 운전자들은 API 기준을 확인하기 전에 오너스 매뉴얼의 규격 기준을 우선시하라는 내용이 있다. 그만큼 엔진오일을 선택하는 데 있어 엔진 자체의 특성이 중요하며, 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각 자동차 제조사라는 의미이다.


유명 엔진오일 제조사와 BMW는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엔진오일 규격의 핵심? 점도를 확인하자!


엔진오일의 점도는 단급점도유와 다급점도유로 구분된다. 단급점도유는 혹한 및 초고온 상황보다 상온 및 일상 주행이 목적인 경우에 적합하며, SAE30 등과 같이 영문 기호 뒤에 한 가지의 숫자만 붙는 방식으로 표기된다. 여기서 SAE는 ‘자동차 엔지니어 협회’의 영문 약어이다. 


한국과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단급점도유보다는 다급점도유가 좀 더 선호된다. 다급점도유는 저온에서의 점도와 고온에서의 점도를 동시에 표기한다. 먼저 저온 점도는 윈터(Winter)의 머릿글자인 ‘W’와 앞의 숫자로 조합된다. 숫자가 작을수록 시동이 걸리는 한계 온도도 낮아진다. 즉, 0W는 영하 50℃, 5W는 영하 38℃, 10W는 영하 22℃, 15W는 영하 15℃, 20W는 영하 7℃가 시동이 걸리는 하한 온도라는 의미이다.


계절과 자동차, 운전 성향에 맞는 엔진오일의 선택이 필요하다.


뒷부분의 숫자는 고온에서의 점도와 관련 있다. 이 숫자가 높을수록 고온에서 열에 의해 분자 구조가 느슨해지는 성향이 적어 유막을 보다 잘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단위는 100℃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액체가 움직인 초당 면적(㎟/s)의 범위로 계산된다. 예컨대 20이면 5.6~9.3㎟/s의 동점도(kinetic viscosity)를 갖는다는 의미다. 이 숫자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연비의 하락과 소음의 발생이 있을 수 있으나, 실린더 내의 온도가 올라가는 가혹 주행에서의 엔진 보호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내용을 살펴보건대, 다급점도유는 저온과 고온 상황에 적합한 성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엔진오일인 셈이다.


겨울에는 저온에서 점도가 낮은 엔진오일이 시동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유와 합성유 사이에서 갈피잡기


가끔 합성유와 광유를 두고 오가는 논쟁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엔진오일은 80~90%의 기유(베이스오일)와, 10~20%의 첨가제 및 혼합물로 구성된다. 광유와 합성유의 차이는 기유에 있다. 먼저, 광유계 엔진오일은 원유의 정제과정에서 얻은 중질유를 사용해, 기본적인 윤활 성능을 내는 엔진오일이다. 이렇다보니 광유계 엔진오일에는 불순물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원유의 황 성분이 완벽히 제거되지는 못한 까닭이다. 이로 인해 광유는 점도의 한계를 보이는 온도가 낮고, 쉽게 탄화되어 슬러지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슬러지가 퇴적되면 엔진의 성능과 효율이 떨어진다.


합성유의 기유도 원유에서 추출한 것이지만 화학적인 합성을 통해 생산된다. 그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에 점도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슬러지 배출량도 적다. 또한 엔진 오일의 수명도 긴 편이다. 합성유의 특징은 기유의 등급에 따라 성격도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VHVI등급은 광유를 한 번 더 정제한 기유로, 불순물을 감소시킨 것이다. 다음, XHVI등급은 VHVI를 다시 한번 정제한 후, 각종 첨가제를 추가한다. PAO(Poly Alpha Olefin) 등급은 원유 정제 시 LPG 다음으로 정제되는 엔진오일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유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마지막으로 에스테르(Ester) 등급은 식물에서 추출한 기유로, 고온 및 저온에서의 한계수치가 뛰어나다. 이는 탄화수소분자 내에 산소를 포함하고 있어, 고온에도 잘 산화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고성능 자동차와 레이싱카 등 7000~8,000rpm대의 높은 엔진 회전수를 사용하는 차량에 적합하다. 합성유는 기유 등급에 따라 공정이 복잡하고 첨가제 함량이 높은 만큼 가격이 광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T-GDi엔진


광유계와 합성유 엔진 오일 중 어떤 것이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는 광유 사용 시 가혹한 주행을 삼가고, 합성유보다 자주 교체해주는 것을 권장한다. 반대로 합성유 사용시 일정 수준의 가혹주행도 견딜 수 있지만, 이 역시 만능은 아니므로 주기적인 체크가 필요하다.



엔진 오일도 가솔린용과 디젤용을 따져야 할까?


차량의 상태에 따라 엔진 내부에서는 미세한 양의 오일이 함께 연소되기도 하며, 이때는 공회전 시 보다 많은 양의 매연이 배출된다. 경유차의 경우 배기가스 내의 유해 물질 양이 많으면 DPF(배기가스 후처리 장치)가 채 이를 처리하지 못해 쌓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로우 SAPS’라 불리는 DPF장착 차량용 엔진오일이 있다. SAPS는 황산회분(Sulfated Ash), 인(P), 황(S)의 약자로, DPF장착 차량용 엔진오일에 적용할 때는 그 함량을 낮춘다. 또한, 오염 물질들이 DPF 필터를 막는 현상을 줄여주기 위한 첨가제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디젤 엔진에 가솔린 엔진 오일이 주입되면 디젤 엔진과 경유의 특성으로 인한 산화물을 처리하지 못해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곳을 통해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가솔린 엔진에 디젤 엔진 오일을 넣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한다. 디젤 엔진 오일 성분 중, 염기성 성분의 첨가제는 고온에서 금속염(금속 성분의 산이 중화반응을 일으켜 물과 함께 생기는 금속 화합물)을 형성한다. 이 금속염은 엔진 부품들에 달라붙어 슬러지를 형성하거나, 노킹을 유발하고 피스톤이나 실린더의 마모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합성유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 겸용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의 엔진오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분된다.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는 운전자들에게 엔진오일은 그저 때가 되면 서비스 센터에서 교체하는 소모품이다. 물론 자동차마다 제조사가 추천하는 순정 엔진오일의 규격이 있으므로 이런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엔진의 특성 및 운전 습관에 따라 각각의 차종에 적합한 엔진 오일은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자동차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면, 엔진 특성에 적합한 오일의 규격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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