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영훈 (멤피스존 대표)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차체, 바디, 엔진,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댐퍼 등의 많은 기계적 요소들 사이의 조화로 하나의 자동차로 탄생하게 된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요소는 없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꼽자면 바로 ‘엔진’과 ‘트랜스미션’ 이다.

 

 

트랜스미션 즉 ‘변속기(變速機)’는 크게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로 나눌 수 있다. 수동변속기는 말 그대로 운전자가 일일이 엔진의 회전수에 맞추어 1단, 2단, 3단 순차적으로 기어변속을 해야하는 변속기를 말한다. 실제 운전시 변속에 맞춰 클러치 패달을 밟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출발 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높은 연비와 ‘운전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동변속기 차량을 선호하는 매니아층도 꽤 많다.

 

이에 반해 자동변속기는 프로그래밍된 로직에 따라서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동작하는 방식의 변속기를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점은 많은 운전자들이 흔히 자동변속기 차량에는 기어 단수가 없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놀이공원의 범퍼카처럼 엑셀을 밟으면 기어 변속 없이 쭉 속도가 증가한다고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해도 실제로 운전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동변속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자동변속기는 말 그대로 변속의 과정을 컴퓨터가 ‘자동(自動)’으로 해준다는 것이지 변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수동변속기에서 운전자가 일일이 1단, 2단, 3단, 4단, 순차적으로 변속해주던 것을 자동차가 대신 해주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운전자는 전방 주시 및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안전운전에도 도움이 된다.

 


1939년 GM에서 처음으로 2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한 이후, 수없이 많은 진화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의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의 장점을 훌쩍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며 보편화되었다. 심지어 수동변속기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다단(多段)변속기 역시 속속 개발되고 있다.

 

80-90년대에 4단 자동변속기가 보편화 되었다면, 20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5단 자동변속기를 시작으로 6단, 7단 자동변속기가 이미 상용화 되어있고, 현대자동차는 2010년부터 8단 자동변속기를 양산차에 적용해오고 있다.

 

[SUV 최초 디젤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현대자동차 맥스크루즈]

 

여기서 궁금한 점!? 자동변속기의 기어가 앞으로는 9단, 10단, 11단…계속 늘어나게 되는 걸까? 이것은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변속기 기어 단수가 필요한 이유는 딱 하나, 엔진의 최대 토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엔진 자체의 회전력만으로는 자동차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변속기를 이용하여 회전력을 증가시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 큰 힘을 만드는 것이다.

 

엔진에서 나오는 출력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엔진의 회전수에 따라서 달라진다. 대부분의 엔진은 저속회전보다는 특정한 고속회전영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데, 이렇게 엔진이 가장 큰 힘을 내는 특정한 회전구간을 ‘토크밴드’라고 한다. 이 토크밴드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변속기의 기어단수와 기어비가 정해지게 된다.

 

* 친절한 H-KEYWORD
‘기어비란?’
쉽게 설명하자면 엔진 회전수가 바퀴 쪽으로 어떤 비율로 전달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엔진이 10회전 할 때 바퀴가 1회전 한 다면 기어비는 10:1이라 할 수 있죠. 고단으로 갈수록 기어비는 점차 작아져 가속능력이 좋고 저단일수록 기어비가 크며 힘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한다고 가정해보자. 자동차의 주행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엔진의 회전력이 토크밴드에 도달했다가 이것을 넘어서는 순간 힘이 떨어지게 되고 회전 수만 올라가는 시점이 생길 것이다. 이 때, 다음 단수로 변속을 해주면 엔진 회전수가 떨어지면서 다시 토크밴드의 시작점으로 이동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시 토크밴드를 이용하다가 토크밴드의 끝에 다다르면 다시 다음 단수로 변속이 반복된다.

 

4단 변속기라면 1단에서 출발해 2단, 3단, 4단으로 변속이 끝날 것이고, 8단 변속기라면 8단까지 연속적으로 더 많은 변속을 하게 된다. 엔진이 같다고 한다면 4단변속기와 8단변속기 중에서 어느 것이 토크밴드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당연히 8단 변속기가 훨씬 우위에 있다.

 

그렇다면 10단 변속기는 과연 더 좋을까? 앞서 말했듯이 이 역시 단정 지을 수 없다. 기어 단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변속기의 부피와 무게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차체의 경량화를 추구하는 최근 트렌드에 비추어 보았을 때 기어 단수가 높아진다고 해서 그것이 꼭 효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던지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하며 필자는 지금의 8단 자동변속기가 아마도 가장 효율적이면서 합리적인 상한선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몇 년 전 업계에서 고단변속기 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으나 쉽게 양산되고 있지 않으며 이미 많은 차량에 선보이고 있는 8단 자동변속기만으로도 엔진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감성의 8단 자동변속기로 편안한 변속감을 제공하는 그랜저]

 

지금은 현대자동차 1.4 카파 엔진처럼 출력 높은 터보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결합하여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성능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다. 8단 자동변속기처럼 다단기어를 가진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변속기에 비해서 더 높은 연비를 기대할 수 있으며, 훨씬 더 다이나믹한 스포츠 주행도 가능해진다. 항상 엔진의 최대토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동변속모드를 이용하면 수동변속기처럼 운전자가 원하는 시점에 변속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서킷주행을 취미로 즐기는 매니아들이 많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주는 장점은 효율성 그 이상이다.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매니아라면 지금 당장 나가서 8단 자동변속기의 수동변속모드를 이용해 보길 바란다. 숨어있던 8단 자동변속기의 또 다른 매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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