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기고 있는 드라마 <도깨비>의 주인공 김신에게 있어, 가슴에 꽂힌 검은 벌이기도 하지만 특수한 능력과 불멸의 동력이기도 했다. 비록, 김신의 검보다는 훨씬 짧지만, 자동차의 키 역시 자동차가 가진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물건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자동차의 역사 속에서 변화해 온 키의 모습과 역할을 조명해본다.



시동의 효율화에 기여하다


자동차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은, 그것이 무엇이든 등장 당시 가장 스마트한 선택이었다. 자동차의 키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가 열쇠를 사용한 것은 앗시리아 문명(B.C. 2500~612)의 중심지 니느베 유적에서의 유물로도 확인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깨우고, 열고, 잠그는 그 모든 역할을 하는 장치로 키가 적용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이는 점화 장치 발달의 순서에 기인한 것이다.

 

불꽃으로 점화하는 가솔린 엔진의 점화 장치는 포인트식 점화 장치를 택한다. 즉, 특정 지점에서 전류의 단속 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인한 스파크의 열로 혼합기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급격한 발전을 거친 현재의 경우 전자적으로 제어되지만, 초창기 자동차들은 이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플라이휠이나 라디에이터 그릴 앞에 달린 크랭크 핸들을 수동으로 돌려야 했다. 이는 성인 남성들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초창기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면 시동을 위한 크랭크 핸들이 장착되어 있다


키를 이용한 점화 방식의 전제 조건이기도 한 배터리와 코일 방식의 점화는 1910년대에 등장했다. 자동차 배터리를 포함해 다양한 전기 부품의 제조사인 델코의 창립자이자 후에 GM의 수석 연구원을 역임한 찰스 케터링은 배터리에서 공급된 직류 전기로 모터를 회전시키고, 이를 플라이휠 기어에 연결시키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 방식에서, 배터리로부터의 전류 공급은 버튼을 통해 이뤄졌다. 이는 많은 여성들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델코의 창립자이자 버튼식 스타터를 개발한 찰스 케터링(왼쪽)과 버튼식 스타터의 설계도


194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 각 제조사들은 점화 타이밍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각 실린더마다 점화 플러그를 두고 전기를 보낼 수 있는 회로를 고안했다. 이 회로로 배터리로부터의 전류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키의 역할이었다. 키에 의한 점화장치의 작동은 크라이슬러의 뉴요커 등과 같은 미국 차량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트로엥의 2CV를 비롯한 유럽 제조사의 차량들도 비슷한 시기에, 배터리와 점화 계통 및 자동차의 여러 전장 부품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 도구로 연구하고 있었다.


크라이슬러의 뉴요커(1960년대)



익숙한 곳에 담겨 있는 키의 한 걸음


자동차의 키는 늦게 등장한 만큼 발전이 집약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적용된 부분은 매우 디테일해서 눈여겨보아야 한다. 자동차의 키는 다른 열쇠와 마찬가지로 복수의 정교한 절삭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패턴은 한 대의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 고유의 암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까지도 이러한 키를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퇴역’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로 노출된 절삭 패턴은 마모에도 약하고, 복사를 통한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키의 외형은 그대로 두고, 쇳조각의 안쪽을 가공해 고유의 패턴을 만든 ‘인터널 컷’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이는 레이저를 이용한 정밀 절삭 가공법의 발달에 힘입은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 제작된 키의 패턴은 위조하기 어려워 보안의 강화에 효과가 있었다.


과거의 자동차 키


익숙해서 지나치는 부분이지만 스마트 키가 아닌 경우, 키의 손잡이 부분에 해당하는 보우(bow)의 커버 역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는 키의 등장과 시기를 같이한다. 키를 이용한 점화장치를 가진 자동차가 각 제조사의 럭셔리 기종이었던 만큼, 미국의 애프터마켓 제조사인 ‘시그나 크래프트’는 자동차의 보우 부분을 덮을 수 있는 장식품을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로고 블랭크’라 불렀으며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자동차 액세서리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제조사들이 이를 기본으로 채택하며 애프터마켓 제품으로서의 로고 블랭크는 자취를 감추었다. 참고로 키를 스위치 블레이드(재크나이프) 형태로 수납할 수 있는 플립 키의 원시적 형태 역시 시그나 크래프트가 개발한 것이었다.


폭스바겐의 플립 키



보안을 위한 이모빌라이저로 거듭나다


자동차의 키는 시동의 역할 못지 않게 보안의 역할도 크다. 많은 제조사들은 자동차 키와 집적 회로로 구현된 ECU의 상호작용을 통해, 부정한 키의 사용이나 불법 복제 키를 식별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를 통해 키는 이모빌라이저, 즉 운전자나 소유주가 의도하지 않은 자동차의 이동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화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는 1990년대 적외선을 이용해 자동차 키와 ECU가 통신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보안성을 높였다. 적외선을 통한 코딩값이 ECU에 입력되어 있는 값과 일치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방식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각 시대별 키


그러나 최근에는 통상 라디오 전파를 이용한 키와 ECU의 통신 기술이 이모빌라이저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 시스템은 보통 전자정보가 저장된 태그와 미들웨어 및 인터페이스, 그리고 컴퓨터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이 사용하는 주파수는 각 국가별, 제조사별로 그 기준치가 다르다. 예컨대 독일 자동차의 경우는 433㎑의 주파수를 사용하며, 한국 자동차는 447㎑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자동차의 경우 304㎑, 308㎑, 312㎑의 세 가지 주파수를 이모빌라이저와 자동차 ECU 통신 주파수로 활용하고 있다.


고도화된 ECU 유닛과 키는 이제 한몸이다



스마트키의 과제와 가능성은


전자 통신을 통한 이모빌라이저의 발전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발전과도 맞물려 자동차 키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바꾸고 있다. 즉, 스마트키의 개념이 도래한 것이다. BMW는 스마트키를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구현했는데, 여기에는 자동차의 컨디션에 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주행 습관과 관련된 데이터도 나타나 운전자의 실생활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마저도 웨어러블 시스템에 비하면 조금은 ‘낡은’ 것처럼 보인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웨어러블 기기가 자동차 산업을 정의하는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미 2015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웨어러블 타입의 기기를 통해 원격 엔진 스타트와 보안 및 다양한 통신 기능을 갖춘 블루링크 시스템을 선보인 현대자동차부터, 재규어 역시 2015년에 ‘액티비티 키’라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이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키는 향후 커넥티드 시스템과 연계되어 자동차의 조작뿐만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 그 능력을 확장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현대자동차의 블루링크 시스템


재규어의 웨어러블 키인 액티비티 키


물론, 자동차 키의 스마트화는 키를 무작정 없애는 방향으로만 발전해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적 회로의 발달로 인해 키의 디자인적 구현에 있어 제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또한 키를 통해 제조사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며, 이를 통해 유저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포르쉐의 스포츠카 라인을 닮은 키다.


자사의 자동차 디자인을 채용한 포르쉐의 키


하지만 딜레마 역시 있다. 자동차 제조사의 스마트키 기능이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다른 스마트 기기에서도 활용 가능해지면서, 별도의 스마트 키를 소지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하는 물음이다. 특정 제조사의 엠블럼이 경제적 신분의 상징으로 기능하긴 하지만, 그것이 생활의 편리에 밀릴 공산이 크며, 기존의 스마트 기기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부분이다. 즉, 같은 기능을 하는 두 가지 인터페이스의 충돌이라는 점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보안 체계는 조금 더 심각하다. 컴퓨터 코딩으로 이뤄진 스마트키의 기능은, 해킹 전문가의 경우 수 분만에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이를 노린 자동차 절도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키를 잠시 금속 컵에 넣어두면 외부에서 신호를 훔쳐낼 수 없다고도 하지만,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다. 검을 뽑은 도깨비가 오랜 시간 방황했듯, 금속 키로부터 자유로워진 자동차가 아직 완벽하게 제자리를 잡는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BMW의 디스플레이 키


스마트 기기와 웨어러블 키는 실제로 스마트키의 거의 대부분 기능을 수행한다


자동차의 내부 부품은 아니지만 키는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비록, 자동차 역사 전체로 봐서는 절반 정도의 시간만을 차지하지만, 그 시간 안에 집약된 발전의 기록은 매우 다양하고 다층적이다. 최근 첨단 IT 산업과도 맥을 같이하며 발전 중인 자동차키는 그 편리함이 늘어나는 만큼 여러 가지 과제 역시 안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안착할 자동차 키의 운명은 과연 어떤 것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타자전사, 게시판 쟁패기-적 그리고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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