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시장은 실질적인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제조사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시장을 구성하는데 있어 최적의 건축 기법과 동선 설계, 첨단 디스플레이 기법 등을 적용해 경쟁사의 전시장과 차별화를 이루어 왔다. 그럼에도 자동차 전시장은 자칫 천편일률적으로 보이기 쉽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하기 위해 마련한 독특한 전시장들을 살펴본다.



가로수길의 스칸디나비아 감성, 볼보의 하우스 오브 스웨덴


서울 신사동의 가로수길은 유명 의류 매장과 카페, 외국 음식 전문점 등이 포진해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볼보는 이곳에 스칸디나비아의 감성과 볼보의 자동차가 함께 어우러진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을 운영하고 있다.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이 가로수길에 자리잡은 것은 젊은 층과 소통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볼보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볼보를 지지해 온 기존의 중장년층 지지자들도 놓치지 않기 위해 북유럽의 별장처럼 꾸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한편 브랜드의 역사적 자산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즉, 하우스 오브 스웨덴은 볼보의 과거와 미래의 비전을 연결하는 전시장이기도 한 셈이다.


또한 타 분야의 명품 브랜드와 전시 공간을 공유하며, 동시대의 삶과 문화의 일부분으로 녹아들기 위한 노력도 보여 주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명품 카메라 제조사인 핫셀블라드, 아웃도어 브랜드인 하그로프스, 보드카 브랜드인 앱솔루트, 스웨덴 가정식 레스토랑인 헴라갓 등의 브랜드로, 이들은 모두 스웨덴 태생이다. 실내 역시 스칸디나비아 풍의 인테리어와 가구로 구성했다.



가로수길의 볼보 전시장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



토요타 80년간 열정의 성소, 오다이바 메가웹


도쿄 여행에서 오다이바는 빠질 수 없는 명소다. 도쿄 인근에 위치한 오다이바는 자동차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빅사이트'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국제전시장에서는 2년에 한 번씩 도쿄 모터쇼가 열리고 해안을 따라 놓인 수도 고속도로 완간선(동경만[湾]의 연안[岸]을 따라 놓인 도로[線])은 일본의 인기 만화인 <완간 미드나이트>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오다이바 도심에는 ‘메가웹’이라 불리는 토요타의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이 있다. 메가웹의 한해 방문객은 약 600만 명에 달한다. 메가웹에는 자동차 전시관과 시승 센터,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하이브리드 기술, 어린이 교통 체험 박물관 등 다채로운 전시 및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이곳에서는 토요타의 다양한 신기술 및 신전략에 관한 발표회도 종종 열려 자동차 매체 기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1층에는 토요타가 생산하는 경차와 세단, SUV, 미니밴 등이 전시되어있으며 그 수는 각 세그먼트별로 80대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자동차를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문을 열고 직접 앉아볼 수 있다. 또한, 원하는 차종을 직접 시승할 수 있는 '라이드 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시승구간은 토요타 메가웹의 내부와 외부를 관통하는 1.3km 코스다. 만약 외국인이 시승을 원할 경우 국제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므로 혹시 메가웹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국제 운전면허증을 먼저 챙겨둘 필요가 있다.


드라이브 원 플라자는 다양한 시승 경험을 제공한다


2층에는 ‘글로벌 디스커버리 존’을 통해 해외에서만 판매하는 기종을 전시한다. 디스커버리 존의 반대편에는 토요타의 철학인 ‘와쿠도키(가슴이 두근거림을 나타내는 일본말) 존’을 운영한다. 와쿠도키 존은 토요타의 레이싱 팀인 TRD(Toyota Racing Development)와 토요타의 튜너로 유명한 모델리스타의 다양한 파츠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한편에는 4D 시스템을 갖춘 메가 시어터(Mega Theater)를 운영해, 일본 모터스포츠의 성지인 후지 스피드웨이 서킷을 내달리는 토요타 수프라 레이싱카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히스토릭 카 컬렉션’ 존은 1950~1970년대의 거리를 재현하고, 당시의 자동차 20여대를 전시하고 있다.


올드카를 테마로 한 다양한 전시



도회적인 감성의 플래그십 전시장,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강남구의 도산대로는 해외 매체에서도 주목하는 독특한 감성의 도회공간이다. 이곳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현대자동차의 제품과 자동차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장소다. 1층 로비에는 자동차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전문 작가들의 작품들과 대형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카페와 4,000여 권에 달하는 자동차 관련 서적도 비치되어 있다.


도산대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실내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의 자동차 전시 공간은 3~5층이다. 도로 쪽을 보고 있는 창에는 자동차를 45° 또는 90° 세워 전시해, 평소에는 보기 힘든 자동차의 하부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외부에서는 자동차의 루프 디자인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카 로테이터라 부르는데, 야간에는 건물의 조명과 어우러져 도산대로 일대에 기하학적이고 첨단적인 이미지를 더한다. 사실 이 곳은 애초 여러 차종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설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신차 출시 시기별로 테마에 맞게 3~5층의 전시차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자동차는 특수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옮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는 단순히 자동차의 전시만이 아니라, 자동차를 테마로 한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오는 2월 내한공연을 갖는 재즈 베이스의 거장 네이던 이스트, 보사노바 음악의 스타일로 인기를 누려 온 리사 오노와 명 기타리스트 리 릿나워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 바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는 물론, 커피, 퍼퓸 클래스 등 다양한 생활문화 전반의 취미 클래스까지 진행되고 있어, 자동차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없는 이들도 부담없이 이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자동차 그 자체보다도, 자동차가 한국인의 삶 속에 어울리면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화적 풍경을 전달하는 장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외관은 도산대로 야경에서 뺴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샹젤리제를 장악한 프랑스의 자존심, PSA의 전시장


프랑스의 샹젤리제 거리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 패션 명소다. PSA그룹은 이 일대에 놀이 공간과 체험, 자사 브랜드인 푸조, 시트로엥 그리고 시트로엥에서 독립해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잡은 DS의 플래그십 전시장을 두고 파리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샹젤리제 거리에 자리잡은 푸조 애비뉴


PSA그룹은 오랜 역사와 다양한 차량은 물론, 모터스포츠에서 굵직한 족적 등으로 유명한 제조사인 만큼 이를 상징하는 다양한 테마의 자동차들을 전시하고 있다. 2016년에 진행된 <비욘드 더 시티> 전시에서는 정면에서 보았을 때 각 쇼윈도에 프랑스 삼색기의 컬러를 상징하는 차량을 배치해 프랑스의 자존심을 과시했다. 시트로엥의 플래그십 전시장인 C42는 마치 놀이 공간을 연상케 한다. 특히 기하학적인 유리창의 다양한 조합을 이룬 외관, 백화점이나 테마파크를 연상시키는 실내 등이 어우러져 젊은이들의 취향을 사로잡는다.


시트로엥의 플래그십 전시장 C42


DS는 샹젤리제 대로 인근에 플래그십 전시장인 ‘DS 월드’를 두고 있다. 약 75평(250㎡) 이상의 면적을 가지는 DS월드는 파리의 쇼핑 중심지인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 축에 위치한 만큼 입지조건도 뛰어나다. 자동차 전시와 문화, 예술,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하는 곳이다. 실제로 DS월드에서는 세계적인 제과 셰프와 헤어 디자이너, 만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DS의 플래그십 전시장인 DS 월드 파리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벗어난 자동차 전시장


그런데 이러한 자동차 전시장 공간의 구성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또한 아무리 넓고 크다 하더라도 고정된 물리적 공간이므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와 이미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근래들어서는 가상 현실을 통해 자동차 전시장을 구성하는 방법을 시도하는 제조사들도 있다. 아우디의 ‘아우디 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아우디는 대부분의 자동차를 전시장의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해, 다양한 색상과 옵션을 고객의 취향에 맞출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의 아우디 시티


이는 공간의 활용 방면에서도 이점을 가져왔다. 전시장이 많은 수의 차량을 전시하기 위해 과도하게 넓어질 필요가 없어져, 남은 공간에 고객 쉼터와 다양한 공간 등을 갖출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비용절감의 효과도 겸비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관리 비용, 전시차량의 재고 등이 남지 않아 제조사의 부담이 경감되었다. 또한 모터스포츠의 가상 체험 등 기존 전시장 공간에서 불가능했던 확장된 경험이 가능하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제조사 역시 자신들의 전시장에 조금씩 도입하고 있는 방법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널리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미래 전시장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우디 시티 베이징의 내부. 가상 현실을 통해 기존 전시장보다 확장된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특별한 자동차 전시장은 단순히 차량 판매 목적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의 의미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하나의 아이템이 되어 가는 요즘, 보다 새로운 감각의 전시장에 대한 대중의 요구와 제조사의 필요는 모두 늘어날 것이다. ‘소개팅’의 무대가 되는 찻집이나 음식점의 분위기가 중요하듯, 자동차의 전시장은 자동차의 인상마저 결정한다. 각 제조사들은 그들의 차량이 지닌 성격 및 브랜드의 역사를 반영하면서도 변화하는 트렌드와 미래적 가치를 함께 잡을 수 있는 공간의 구성을 위해 오늘도 치열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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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에서 웨어러블까지, 자동차 키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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