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송인호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신차발표회에서는 차명이 새겨진 임시 번호판을 사용합니다.]


자동차 번호판은 전 세계 모든 차량에 반드시 부착되어야 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사실 자동차가 최초로 등장했을 때는 번호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과연 누가 자동차 번호판을 만들었을까요? 최초의 번호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언제 최초로 도입이 되었을까요? 


차량 자체에 붙어있는 VIN(Vehicle Identification Number) 넘버와 자동차 외관에 부착되어 있는 자동차 번호판 (정식 명칭은 ‘자동차 등록 번호판’)은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여기엔 자동차와 소유주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정부 또는 자치단체 차원에서 자동차의 관리와 더불어 사고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체계 기준이 됩니다. 세계 각국은 각기 다른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데 몇몇 나라에서는 번호판 자체의 고유 기능을 넘어서 자동차 문화에도 일조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번호판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번호판은 자동차 외형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지금부터 자동차 번호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자동차 번호판의 역사


세계 최초로 자동차 번호판을 도입한 나라는 프랑스로 1893년 8월 14일 파리경찰조례에 의해 시행되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1896년에는 독일 그리고 1898년 네덜란드는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드라이빙 퍼밋’이라 불리는 번호판을 도입하게 됩니다. 숫자 ‘1’에서 시작된 번호판은 1899년 8월 8일에는 그 수가 ‘ 168’ 이었고 1906년 1월 15일 다른 형식의 번호판 체계를 도입할 즈음의 마지막 등록번호는 ‘2001’이었다고 합니다.


 

[가죽으로 제작된 초기의 번호판 (출처 Design Turnpike)]


미국은 뉴욕에서 1901년 최초의 번호판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차량 소유주가 자신의 이니셜을 넣어 자체적으로 만들었는데, 주로 가죽이나 철 등을 이용하여 수공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후 1903년 뉴욕주가 관할하는 최초의 자동차 번호판이 메사추세츠에서 도입되었고 ‘1’번 번호판이 ‘프레드릭 튜더’라는 사람에게 발부되었습니다. 번호판의 크기는 정해진 규격이 없이 그 숫자가 늘어나면서 같이 커지게 됩니다. 이후 다른 주들도 번호판 사용에 동참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자동차와 운전자 그리고 교통에 관한 법규를 하나씩 만들게 됩니다. 결국 1918년 미국의 모든 주가 미국식 자동차 번호판을 사용하게 되죠.


 

[미국 각 주의 개성이 담긴 자동차 번호판을 활용한 예술작품 (출처 Design Turnpike)]


현재 미국은 6*12인치의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각 주마다 번호판 디자인이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주로 각 주의 상징물이나 슬로건을 번호판에 새겨 넣어 홍보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워싱턴 DC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번호판에 새겼는데 유일하게 하원이 없는 상황을 비판하며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이라는 문구를 활용하여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소유자의 개성을 담은 미시건의 다양한 번호판 (출처 State of Michigan)]


또한 개인별로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자동차 소유자의 개성을 담은 특별한 번호판도 허용이 되고 있는데 개인의 이름 또는 재미있는 문구를 새겨 넣을 수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를 보유한 나라인만큼 잘 보관된 클래식 차량의 한해서 ‘Historical’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특별한 번호판을 지닐 수 있는데요.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건주의 경우 ‘26년 이상 된 차량일 것과 소장용 차량이라는 증명’ 그리고 ‘차량의 용도가 클래식차량의 이벤트나 퍼레이드 또는 카-쇼를 위한 사용일 것’ 등으로 특별 번호판 신청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자동차 번호판이 그 고유의 기능을 넘어서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도구로도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자동차 번호판을 거부한 사연은?


 

[자동차 번호판이 없는 스티브 잡스의 차량]


미국에서 한 때 크게 이슈가 됐던 ‘스티브 잡스는 번호판이 없는 차량을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이 있을 거 같은데요. 떠도는 루머 중에는 스티브 잡스가 뇌물을 주고 번호판을 달지 않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법의 허점을 잘 활용한 사례임이 밝혀졌는데요. 캘리포니아주 법에 의하면 신차를 등록하고 6개월간의 번호판 부착 유예기간을 부여하는데, 그 점을 이용하여 6개월마다 새 차를 리스하여 무 번호판 차량의 상태로 운행을 해왔던 겁니다. 사실은 번호판이 달려있지 않았을 뿐 미국은 종이로 된 임시 운행 허가증을 발부받아 차량 창안에 부착을 하게 함으로써 일정 기간 번호판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런 기행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든 디자인에 예민한 감각을 지닌 그의 성향상, 번호판 없는 차량의 디자인을 선호했다는 설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 차원이었다는 설 등이 회자가 됐었는데요. 어찌됐든, 그 이후로 법이 개정되어 앞으로는 번호판 없이 다니는 차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번호판의 역사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번호의 역사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번호판은 1904년 ‘오리이 자동차 상회’ 가 자동차 영업을 시작하면서 발부 받게 된 것이 시초입니다. 1921년부터 번호판의 규격이 정해져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아라비아 숫자를 새겨 넣게 됩니다. 이후 여러 차례 모양과 형식의 변화를 거쳐 2004년부터 지역 구분을 없애고 유럽형 번호판의 크기(520*110)를 도입한 새로운 번호판이 선보여졌으나, 이 과정에서 번호판의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시인성을 높이는 폰트의 사용,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의 사용 등 디자인을 적용하여 현재에 이르게 됩니다.


 

[1973년~2004년까지 쓴 번호판 (출처 www.insniz.com)]


자동차 번호판에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우선 국토해양부가 제정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에 따라 자동차 분류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 두 자리는 자동차의 차종을 나타내는데, 승용 자동차는 01~69, 승합자동차는 70~79, 화물자동차는 80~97, 특수자동차는 98, 99번으로 분류됩니다. 문자는 용도별 구분으로 사업용과 비사업용 그리고 외교 등으로 나뉩니다. '가, 나, 다, 라, 마, 거, 너, 더, 러, 머, 버, 서, 어, 저, 고, 노, 도, 로, 모, 보, 소, 오, 조, 구, 누, 두, 루, 무, 부, 수, 우, 주' 를 비사업용 즉 개인에게 할애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운수사업용은 일반사업용은 '바, 사, 아, 자', 대여사업용(렌터카 등)은 '허, 하, 호’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에 다양한 개성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동차 산업의 강국으로 선진국에 비하여 짧게 여겨지는 역사일지라도 엄연히 그 역사가 존재하고, 더 나은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자동차 번호판의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개성 있고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번호판 디자인이 도입되면 좋겠죠?


 

[요즘 쓰는 번호판 (출처 www.huneuru.com)]


조금 색다른 전기자동차 번호판


[전기자동차 번호판 (출처 국토교통부)]


최근에는 전기차 보급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전기차에만 부여하는 전용 번호판도 생겼답니다.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국내 전기 자동차 번호판은 기존 번호판과 달리 위변조 방지를 위해 홀로그램을 삽입하고,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파란색 바탕에 검정색 문자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전기차임을 알리는 픽토그램과 EV(Electric Vehicle) 마크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전기 자동차만의 번호판을 별도로 개정하는 이유는 기존보다 미려한 전용 번호판을 부착함으로서 주차료 등 감면 대상을 보다 쉽게 확인하게 하고, 운전자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색다른 번호판 디자인으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동차 번호판과 자동차 디자인의 상관 관계

 

[자동차 번호판 주위의 미려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IONIQ elctric]


자동차 번호판이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까요? 네 그렇습니다. 자동차 번호판은 자동차 외관의 디자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 이유는 각국마다 자동차 번호판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출하려는 나라의 번호판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고서는 나라마다 다른 디자인의 차를 만들고 수출해야 되기 때문에 그만큼 생산 비용이 많이 들겠죠? 그래서 디자이너는 각국 번호판의 총합을 요구 사항으로 정하고 스타일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이나 우리나라의 번호판을 달면 아래위 여백이 남는 현상을 볼 수가 있는데 좋은 디자인은 그 여백의 미까지 고려한 디자인이 되겠죠.


미래형 자동차 번호판은 바코드?


 

[‘백투더퓨처2’ 바코드 타입의 번호판을 부착한 드로리안(DeLorean)]


과연 미래에도 자동차 번호판이 존재하게 될까요?


1989년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2’ 를 보신 분은 기억하시겠습니다만 드로리안(DeLorean) 차량의 후면에 특이한 번호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바코드 번호판인데요. 아마 작가는 2015년에는 자동차에도 제품에 있는 바코드가 부착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바코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인식기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지요.


이미 자동차 번호판을 대체할 다양한 센서 기술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초연결사회에는 번호판 없이도 네트워크상에서 차량과 운전자 정보를 식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보안과 관련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위험한 세상은 되지 않겠지요?


이렇듯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자동차 번호판도 자동차의 역사와 줄곧 함께 왔다는 사실 흥미롭지 않습니까? 아울러 이를 위해 오늘도 디자이너들의 고민거리는 하나 더 늘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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