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l 김학수 (모터 스포츠 전문 매거진 카홀릭 기자)



사회인들이 자주 겪는 일 중 하나는 수많은 브랜드들의 자동차 카탈로그를 펼쳐 보며 차량을 고민하는 것 아닐까요? 나름대로 자동차를 좋아하고 또 많은 차량을 경험했다고는 하지만 ‘내 차량’을 구매하는 건 늘 쉬운 일이 아니고, 또 한편으로는 내 스스로 ‘차량을 고민하는 즐거움’ 또한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콤팩트한 차체와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앞세운 스포츠 쿠페, 핫-해치 등 다양한 차량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주변 분위기는 사뭇 다르기도 합니다.


술집, 식당 등에서 만나는 한국의 평범한 남성들, 특히 나와 같은 30대의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대화 속에서 등장하는 차량들은 현실성 없는 억 단위의 차량보다는 국내 중형 세단 혹은 크로스오버 모델이 대부분인 듯 합니다.


그리고 LF 쏘나타 등 중형 자동차 브랜드들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 문득 “그랜저는 어때?”라는 화두를 던졌을 때 아마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랜저 좋지, 좋은데, 내가 사기에 괜찮을까?”라는 반응을 보일 겁니다. 적어도 그랜저IG 출시 전까진 말이죠.


조금 더 젊게 돌아온 그랜저IG



현대자동차의 최신 모델들을 찾아보면 ‘확실히 젊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HG에 접어들면서 젊은 감각을 부여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그랜저’라는 브랜드 자체가 부장님, 혹은 장년층의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랜저IG는 조금 더 연령대를 끌어내린 듯합니다.


그랜저의 변화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단단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됩니다. HG 시절에 넓게 퍼졌던 헤드라이트를 탄탄하게 잡아당기고, 꽤나 스포티한 전면 범퍼의 디테일과 화려한 알루미늄 휠이 시선을 끌죠. 명확함은 떨어지지만 여유로움이 돋보이고, 또 역동성이 더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헤드라이트의 구성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현대자동차 디자인 계보를 완벽하게 이어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와 차별화를 이뤄내면서 고급스러움과 명료함을 모두 잡아낸 것 같습니다. 이와 호흡을 맞추는 보닛, 펜더의 풍부한 볼륨감은 차체 전체로 이어지며 매력을 어필합니다.


사실 그랜저IG는 큰 차입니다. 4,930mm의 전장은 긴 수치로 보이지만 또 막상 근래의 중형 세단들이 전장을 늘린 걸 생각한다면 그랜저IG의 길이가 되려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쟁 브랜드의 중형 세단이 커진 탓일까요? 그랜저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낮아진 느낌이 듭니다.



V6, 만족스러운 드라이빙을 구현하다


도어를 열면 고급스러움이 돋보이는 실내가 시선을 끕니다. 아날로그 시계의 위치가 다소 의아하지만 간결한 구성과 깔끔한 버튼 배치 등 실내 디자인의 완성도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시동을 걸며 살아나는 계기판은 시인성이 명료하며 드라이빙 상황에서도 각종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어를 바꾸고,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266마력, 31.4kg.m의 토크가 곧바로 살아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묵직한 페달 반응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대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매끄럽고 부드럽게 흐르는 8단 변속기의 조합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발진과 함께 큰 차체는 곧바로 경쾌한 가속감을 선사하며 속도를 끌어올리는 출력의 여유를 뽐냈습니다. V6 엔진의 영향으로 발진, 가속,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출력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몰아세우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더욱 깊게 밟았는데요. RPM을 올려보니 약간의 날카로움이 드러나는 듯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정숙성에 초점을 맞춘 성격이 느껴졌습니다. 괜스레 그랜저IG를 필요 이상으로 몰아세웠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면서도, ‘아직 살아 있는 열정’을 자극하는 그랜저IG에 미소를 짓게 됐습니다.



탐나는 감성, 고급스러운 감성


차분하게 주행을 하며 실내 공간을 살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랜저IG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실내 공간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칭 구조의 대시보드에 비대칭의 감각이 강조된 팝업 패널이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대신 ‘고급스러움’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여기에 센터페시아 하단을 내려오며 깔끔하게 정리된 버튼 구성, 여유가 느껴지는 4-스포크 스티어링 휠, 명료한 감성의 계기판 등 각 요소들이 제시하는 시각적인 만족감은 그랜저IG의 가치를 보다 더 가까이서 느끼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정차 시의 뛰어난 정숙성은 운전자 스스로, 혹은 동승자도 시동이 걸려 있음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라 만족감이 무척 뛰어납니다.



공간적인 부분에서도 최근의 중형 세단들이 많이 발전하며 그랜저의 여유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만족감의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무릎 공간을 여유롭게 구성한 2열은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내’가 아닌 ‘함께 하는 누군가’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릴 때는 ‘나만을 위한’ 혹은 ‘운전석에 집중된’ 차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아닌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량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나를 뒷자리에 앉아 만족스럽게 바라볼 사람을 위한 차량을 선택하자면, 그랜저IG가 매우 적합해 보입니다.


이면에 숨겨진 탄탄한 드라이빙의 감성

 


실내 공간을 한참 살펴본 후 다시 드라이빙에 집중을 해보았습니다. 가감속과 연이은 조향 등 일반적인 승용 세단의 주행이라고 하기엔 터프한 것 같지만, 그랜저IG는 아무렇지 않은 듯 속도를 계속 높여갑니다. 드라이빙의 감성을 이야기한다면 다소 의외의 선택을 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랜저IG는 차체가 큰 만큼 움직임이 제법 큰 편인데요. 하체의 반응은 꽤 탄탄하게 느껴집니다. 유럽 자동차의 감성을 담아낸 듯한 셋업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하지만 기본적으로 체감적인 만족감이 높습니다.

 


이런 탄탄한 감성에 스티어링 휠을 더욱 크게 휘둘렀지만 그랜저IG는 별다른 어려운 없이 이를 극복하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스티어링 휠을 통해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다소 둔한 느낌이 있었는데요. 이전의 그랜저, 혹은 현대차에 비한다면 확실히 개선된 듯한 느낌입니다.


이외에도 266마력의 출력을 움켜쥐는 네 바퀴의 제동력도 탁월했고, 요철이나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의 견고함을 뽐내는 차체 역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드라이빙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한 번 RPM을 끌어올린 이후에는 무의식적으로 RPM을 꾸준히 높여가며 드라이빙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훌륭한 스펙이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겠죠.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역동성 혹은 편안함을 모두 담아내려는 바람에 그 색채가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고, 하나의 그릇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렌드를 따른 변화, 그랜저가 새로 보이다

 


시승을 마치고 그랜저IG에서 내려 다시 한 번 차량을 둘러봤습니다. 여전히 크고, 또 여유롭지만 탄탄해지고 경쾌해 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습니다. 말 그대로 트렌디한 그랜저의 데뷔인 것이죠. 지금껏 이어진 그랜저 고유의 감성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탄탄하고 역동적인 감성을 품은 그랜저IG는 다시 한 번 그랜저의 진입 장벽을 조금 더 끌어내린 것 같습니다.


그랜저IG 자동차 기자들이 뽑은 ‘2017 올해의 차’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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