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l 전영광(사진∙여행작가)


누구나 그런 추억 하나쯤은 있겠지요? 여행지에서 일행들과 엇갈려 서로를 찾으며 고생했던 기억. 저에겐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마지막 수학여행이 그랬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가득 태운 버스는 부여의 부소산성에 도착했고,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한 5명의 아이들은 조금 늦게 내렸지요. 아마 무언가를 두고 내려 버스에 다시 올랐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헐레벌떡 내렸을 때, 같은 반 아이들이 보이지 않자, 늦었다는 생각에 저 멀리 다른 반 아이들을 보며 뛰어갔지요. 그 시간 우리 반 아이들은 버스 뒤편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에요.


결국 우린 반 친구들을 찾아 뛰다가 다른 반 아이들과 함께 낙화암까지 올랐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시간 같은 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은 우릴 찾는다고 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물론 수학여행이 끝나고 혼났지요. 하필 5명이라 ‘개구리 소년’으로 불리며 졸업할 때까지 많은 관심(?)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들끼리 전화 한 통화 면 해결될 일인데, 스마트폰은 커녕 핸드폰도 귀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잔뜩 흐렸던 하늘]


 


[이번 여행에 함께한 맥스크루즈]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러 미안한 마음을 갚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날 저 때문에 부소산성을 여유 있게 보지 못 했던 동창 친구들과 부여를 다시 찾기로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 이지요. (몇 년 만인지는 밝히지 않기로 합니다. 필자의 나이가 드러날 테니까요;;)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 이란 의미심장한 여행의 아침, 하지만 하늘은 이런 마음도 몰라주는지, 가는 날 아침부터 이슬비를 뿌려줍니다. 그래도 널찍한 맥스크루즈 덕분에 부여까지 가는 길은 편안했습니다.


2시간 남짓 만에 부여에 도착했습니다. 책장 깊은 곳 먼지만 폴폴 쌓인 졸업 앨범처럼 그동안 잊고 지냈던 도시 부여는 사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최초의 인공연못 궁남지]


궁남지


부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궁남지입니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블록버스터급 러브스토리가 떠오르는 곳이지만 겨울을 맞은 궁남지의 모습은 조금 쓸쓸하기도 합니다.

 

[궁남지의 겨울 풍경]


하지만 겨울의 쓸쓸한 여백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의 암시일지 모릅니다. 곧 봄이 오면 겨울의 여백 위에 푸른 잎사귀와 다채로운 꽃들이 더해지겠지요. 올해는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여백으로 가득한 궁남지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정림사지 5층 석탑]


정림사지


발걸음은 자연스레 정림사지로 향합니다. 입장료를 치르고 안으로 들어서니 또다시 반듯한 여백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여백 위에 중심을 잡고선 5층 석탑. 석탑의 규모만으로도 웅장했을 정림사지의 옛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사라져버린 백제의 마지막 도시 부여, 많은 이야기들은 그저 이렇게 전설처럼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때의 눈으론 이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어쩌면 이곳 어디에선가 국민학생이던 나를 만날 수 있지는 않을지… 그런 마음으로 커다란 석탑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부소산성


드디어 문제의 장소, 반 친구들과 함께 오르지 못 했던 부소산성에 도착했습니다. 부소산성을 일정의 마지막으로 넣은 것은 오래전 헐레벌떡 뛰었던 그 길을 찬찬히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착하고 보니 오늘도 그렇게 시간이 넉넉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차장에 서서 혹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게 있을지 한 바퀴를 돌아보지만, 역시나 별로 기억나는 것은 없습니다. 벌써 이십 년도 지났으니까요.


낙화암으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언덕길, 어쩌면 어느 동네 뒷산에나 있을법한 그런 길, 특별히 아름다운 길은 아니지만, 오랜 친구들과 함께 걷는 이 순간이 참 좋습니다. 바쁜 일상의 터널을 지나, 오랜만에 가져보는 이 여백 같은 시간이 참 좋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이 시간을 음미하며, 아끼며 걷는 사이 어느덧 낙화암에 이르렀습니다. 


[낙화암 위에 놓인 작은 정자 ‘백화정’]


백제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곳 낙화암, 백제 멸망과 함께 이곳에서 백마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궁녀들을 기려 낙화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마침 흐린 날씨 덕분에 낙화암 주변은 더 스산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역사 속 그날은 어떤 날이었을까요? 오늘처럼 흐린 날이었을지, 어쩌면 더없이 맑은 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


정자 아래로 발걸음을 옮기니 부여를 휘감아 흐르는 백마강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슬픈 역사 속 장소이기도 하지만 시원스러운 풍경에 가슴이 탁 트입니다. 인증샷을 찍기엔 이보다 좋은 곳은 없겠지요? 그 옛날 함께 찍지 못 했던 단체사진을 이곳 낙화암 위에서 백마강을 배경으로 찍어봅니다.

 

[낙화암 건너편에 선 맥스크루즈]


오래전 어느 날의 기억을 찾으러 이곳에 왔지만, 먼 훗날 언젠가 다시 오늘을 그리워하겠지요. 여행은 그래서 떠나나 봅니다. 행복은 역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이번 주말, 오랜 친구와 여행을 떠나보세요~


맥스크루즈 시승기


한마디로, 맥스크루즈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넓고 편안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엔 더없이 좋았지요. 넓은 트렁크 공간은 짐이 많은 장기 여행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돌아올 때는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악천후였기 때문에 맥스크루즈의 아늑한 실내공간과 단단한 주행성능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 정보


- 궁남지: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 정림사지: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254

- 부소산성: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관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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