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l 전영광(사진∙여행작가)


겨울과 봄 사이,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린 차는 공주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소중한 것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다시 떠난 수학여행지 ‘공주’, 그곳에서 만난 풍경 그리고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공산성 앞에 선 맥스크루즈]


[마음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금강의 풍경]


공산성


금강 너머로 나지막하게 펼쳐진 공산성이 보였을 때 공주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금강 너머의 공산성을 눈에 담아봅니다.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에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기지개를 펴는 듯합니다. 이곳까지 짊어지고 온 마음의 짐들은 금강 위에 흘려보냅니다. 

 

어쩌면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공산성이 더 아름다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뜸을 들이다 금강철교를 건너 공산성을 향합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 공산성]


공산성은 475년 백제가 고구려에게 한성을 빼앗기고 공주로 도읍을 옮기면서 축성한 산성입니다. 고구려의 군사적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백제는 천혜의 요새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선택된 곳이 바로 오늘날의 공산성인 웅진성입니다. 북으로 차령산맥과 금강에 둘러싸여 있고, 동으로는 계룡산이 막고 있어 고구려와 신라로부터의 침략을 방어하기에 최적의 장소였을 겁니다.


[공산성 금서루]


서문 격인 금서루를 시작해 공산성으로 들어섭니다. 늘 반듯한 길을 걷다, 굽이굽이 진 길을 걸으니 벌써부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금서루에서 발걸음은 금강이 있는 공산정으로 향합니다. 나지막한 성벽 너머로 공주 시내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 혼자 잘난 듯 솟은 고층 빌딩 하나 없는 도시의 풍경이 정겹습니다. 

 

여행을 떠나오면 이렇게 새삼 깨닫게 됩니다. 반듯한 길보다 굽이진 길이, 높은 곳보다 낮은 곳이 더 마음이 편해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늘 높게만 오르려던 마음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백제 때 토성이던 공산성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석성으로 개축되었습니다]



[금서루에서 내려다 본 풍경]


금서루에서 조금만 걸으면 눈앞에 금강이 펼쳐집니다. 공산성은 나지막한 산성이지만 금강이 휘감고 있어 천혜의 요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금강 위로는 조금 전 건너온 금강철교가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과거엔 이 자리에 나룻배 20 – 30척을 연결한 배다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큰 홍수가 있을 때면 유실되던 배다리를 대신해 1933년에서야 금강철교가 놓였습니다. 물론 지금의 금강철교도 멋스럽지만 그 옛날 배다리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산정]


성곽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공산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높게 솟은 공산정은 공산성에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진 곳입니다. 특히 공산정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는데…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발걸음을 돌려 봅니다.



제민천, 낡은 골목의 재발견


이번 공주 여행의 발견은 바로 제민천이었습니다. 오래전 충남도청이 이전하기 전까지 도시의 중심이었다는 제민천변.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낡은 동네는 요즘 다시 태어나는 중입니다. 낡은 것,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덕분에 말이지요.



제민천이 흐르는 조용한 곳. 지금처럼 아파트가 빼곡하게 자리 잡기 전, 우리는 골목에서 자랐습니다. 굽이진 골목길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가득했지요. 구슬치기, 딱지치기, 술래잡기, 끊임없이 이어지던 놀이는 엄마들의 저녁 먹으라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옷이 더러워지건 말건 하루 종일 뒹굴며 놀던 그 골목길. 이제는 모두 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골목길을 제민천변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시와 그림으로 장식된 골목길]


사라질뻔했던 골목길은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 덕분에 살아남은 모양입니다. 낡은 것,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알고 지켜준 사람들이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좁은 골목길을 걸어봅니다.


[93년 엑스포 지정 숙박업소라는 문구가 정겹습니다]



루치아의 뜰


낡을 골목길 안에서 ‘루치아의 뜰’을 발견했을 땐, 마치 보물상자를 연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녹이 슨 파아란 철대문 안쪽에 자리한 한옥 카페 루치아의 뜰. 녹이 슨 파아란 철대문이야말로 이곳이 어떤 곳인지 말해주는 열쇠일겁니다. 건드리면 끼이익 소리가 날것 같고, 낡아서 대문의 역할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은 녹슨 철대문, 이 낡고 오래된 풍경은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이렇게 멋스런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토록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카페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낡은 한옥을 고친 카페 루치아의 뜰]


[곧 봄이 올 것만 같은 카페 루치아의 뜰]


‘루치아의 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름 그대로 ‘뜰’입니다. 낡았지만 온기가 스며있는 공간. 그 뜰을 바라보며 한옥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느끼게 됩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공간]


‘루치아의 뜰’을 만든 석미경씨는 3년이나 비어 있어 폐허가 되다시피한 이 집을 발견하고 첫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안목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집 곳곳에서는 “보라, 우리의 것이, 또 낡고 오래된 것이 이렇게 아름답지 않은가!”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덕분에 낡을 골목에는 다시 발걸음이 이어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루치아의 뜰 내부]


‘루치아의 뜰’ 내부는 카페라기 보다 작은 박물관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차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안주인이 오랫동안 수집해온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아름답게 놓여있습니다.


[루치아의 뜰을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다구들]




요즘 사람들은 ‘작은 사치’에 빠져있다고들 합니다. 아름다운 카페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우리는 그 작은 여유가 그만큼 간절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곳을 찾은 나태주 시인은 ‘루치아의 뜰’이라는 시를 지어 “세상 사람들 너무 알까 겁난다”라고 썼습니다. 또 다른 계절에 소중한 사람과 다시 찾았을 때 차 한잔 마실 공간이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공주여행은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곁의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여행지 정보


[친구와 다시 떠난 수학여행에 함께 달려준 맥스크루즈]


- 공산성: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로 280

- 제민천: 충청남도 공주시 금학동

- 루치아의 뜰: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로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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