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영훈 (국제 카오디오 컴퍼티션 심사위원)


카오디오 시스템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본적으로 ‘듣기 좋은 소리가 나는가?’가 가장 중요할 텐데요. 이 외에 ‘카오디오만이 가지는 다이나믹함을 잘 표현하고 있는가?’, ‘출력의 부족함은 없는가?’,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표현이 되는가?’ 등도 중요한 항목입니다. 


지난 포스팅 말미에서 예고한 바와 같이 카오디오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번 포스팅에서는 현대차의 카오디오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도록 할 텐데요. 앞서 언급한 다양한 항목들을 기준 삼아 최신 그랜저 차량에 내장된 카오디오 시스템을 꼼꼼히 평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현대자동차 카오디오 시스템의 발전

본격적인 포스팅에 앞서 현대차 카오디오 시스템에 대해 잠깐 짚어보고자 합니다. 사실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 현대차 카오디오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물론 많은 비용을 들여 카오디오 시스템을 새로 구성한 차량과 순정 차량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죠. 그러나 분명한 건 현재 현대차의 순정 카오디오 시스템은 미국, 독일의 차량들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슬란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12 스피커)]


일찍부터 현대오토넷이라는 자회사를 두고(현재 현대모비스에 합병) 자동차의 개발 시작단계부터 카오디오 시스템을 공동개발 했던 것이 오늘날 최고 수준의 순정 카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필자는 일전에 현대차 관계자의 초대로 현대오토넷 음향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이 곳에서 카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현대차의 깊은 관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순정 카오디오 헤드유닛은 그 자체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출력 형태인데요. 현대차의 카오디오 시스템은 무출력 헤드유닛을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옵션으로 유명브랜드의 오디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오고 있습니다. JBL, 렉시콘(Lexicon)같은 브랜드와의 협업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그랜저 JBL 오디오 시스템을 파헤치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현대차 카오디오 시스템을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인 그랜저 차량입니다. 특별히 이번 포스팅을 위해 그랜저IG 시승기가 아닌 청음기를 진행해 봤습니다. 제가 청음한 그랜저IG 차량은 JBL 오디오 옵션이 들어간 가솔린 3.0 익스클루시브 A/T 모델인데요. 그랜저는 현대차가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JBL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JBL은 카오디오는 물론 홈오디오와 공연용 시스템 등 전반적인 오디오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입니다. 현대차 홈페이지 내 해당 차량의 오디오 옵션에 대한 설명을 보면 총 12개의 스피커와 외장 앰프가 탑재돼 있다고 나와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2WAY로 구성된 프론트와 리어 도어(REAR DOOR), 대쉬보드 중앙에 한 개의 센터(CENTER) 스피커, 그리고 리어 선반에 2개의 미드레인지 스피커와 1개의 서브우퍼가 있습니다. 스피커 개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공간감이나 *임장감(臨場感) 등에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 친절한 H-KEYWORD

‘임장감(臨場感)이란?’

오디오 테스트용 전문 용어로 ‘현장감’을 뜻합니다. 스테레오 장치 등으로 재생한 음악이 마치 현장에서 듣는 것처럼 현실감 있게 느껴질 때 ‘임장감이 있다’고 표현하는데요. 이러한 임장감은 스테레오 재생에 의해 가능하며, 4채널 스테레오로 재생할 경우 더욱 증가합니다. 각종 연주회나 음악회 등에서는 장내 공간에 따른 소리의 확산이나 천장, 벽에 부딪혀 반사되어 나오는 소리인 반사음에 의해 임장감이 얻어지죠.


[뒷 선반에 위치하고 있는 서브우퍼]


프론트 및 리어 스피커가 3WAY로 구성되는 독일차들에 비해 스피커 개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12개라는 스피커 개수는 모자라지 않는 구성이라고 생각됩니다.  


RTA 측정 그래프로 살펴본 그랜저 JBL 오디오 시스템

본격적인 청취에 앞서 기본적인 하드웨어 퀄리티가 얼마나 높은지 확인하기 위해 계측기를 사용해 그랜저의 JBL 오디오 시스템을 측정해보았습니다. 측정에는 간단한 RTA(Real Time Analyzer)를 사용했는데요.


RTA 분석 그래프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이 그래프는 가청주파수 대역을 일정한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눈 다음 각 구간의 소리가 실질적으로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고 있는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 때 음원은 가청주파수의 모든 대역이 동일한 음압(소리의 크기)을 출력하는 것을 사용하는데요. 이론적으로 완벽한 오디오 시스템이라면 그래프가 수평을 이루겠죠?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스피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위적인 사운드프로세싱을 통해 그래프를 수평으로 만들 경우, 사람이 음악을 들었을 때 이상한 소리가 됩니다. 오디오 시스템 평가를 위해 이 그래프를 분석할 때는 실질적으로 ‘각 대역 간 편차가 얼마나 작은지’를 보는 겁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그랜저 JBL 오디오 시스템의 RTA측정 그래프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랜저 JBL 오디오 시스템 RTA 측정 결과]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정 오디오 시스템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전체적으로 무난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랜저의 JBL 오디오 옵션의 가격이 115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충분히 가격만큼의 메리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그래프 속 주황색 원안의 구간은 매우 이상적인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고 있네요. 다만 서브우퍼의 재생 대역인 60Hz 이하의 딥베이스가 살짝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단, 이 결과는 필자가 헤드유닛의 ‘SET UP’ 카테고리의 ‘사운드' 메뉴를 통해 간단히 조정을 최적화 해둔 상태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세팅값을 아래 소개해 드리는데요. 동일한 차량을 타시는 분들은 아래 세팅값을 그대로 따르시면 최적의 음질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필자가 셋팅한 그랜저 JBL 오디오 시스템 사운드 설정 수치값]


그랜저 JBL 오디오 시스템의 소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테스트 하는 동안 여러 장르의 노래를 골고루 들어보았는데, 두루두루 무난히 소화해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조금 더 어울리는 장르를 꼽자면 가요보다는 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태생이 미국이라서 그런 걸까요? ^^ 


확실한 것은 과거 현대자동차 JBL 오디오 사운드보다 훨씬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RTA 측정 그래프가 보여주듯, 사람의 청각이 가장 예민한 3~4KHz 구간과 그 이상의 고음대역이 매우 평탄하게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드우퍼의 끝단과 트위터의 하이패스 컷팅 주파수 매칭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 이하의 대역(미드우퍼 대역)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현대차에서 오디오 파츠도 외장 튜닝 파츠처럼 출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현대차는 몇 년 전부터 튜익스(Tuix)라는 자체 브랜드를 런칭해 여러 종류의 튜닝 파츠를 공급하고 있지요. 앞으로는 튜익스에서 오디오 파츠도 출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카오디오 시리즈를 마치며

카오디오 시리즈를 마치며 독자분들께 한가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소리는 기계로 듣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귀로 듣는 것이다’는 것입니다. 가령 사람이 들었을 때 좋은 소리를 내는 오디오 시스템을 RTA로 분석하면 그 측정 결과도 반드시 좋게 나옵니다. 그러나 반대로 RTA 측정치를 기준 삼아 사운드 세팅을 하면 사람이 듣기에 이상한 소리가 됩니다. 


이처럼 많은 오디오 매니아들이 단순히 RTA 측정결과만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소리는 사람의 감성이 매우 크게 작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단순한 기계적 분석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꼭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랜저 JBL 오디오를 위한 음악 한 곡을 추천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트래이시 채프만의 <fast car>라는 곡인데요. 이번 포스팅 주인공인 그랜저 JBL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어본 이 음악을 영상에 담아봤습니다. 바쁜 일상 속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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