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송인호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그랜저IG Full LED 헤드램프]


‘사람의 첫 인상’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적지 않은 이들이 ‘눈(eyes)’을 꼽을 것입니다. 흔히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할 만큼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사실 이러한 점은 자동차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오늘날 자동차의 경우 ‘헤드램프’가 사람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며 각 자동차 회사 고유의 개성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자동차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봐도 그 중요함은 마찬가지 입니다. 당장 야간에 헤드램프 없이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이렇듯 지금이야 헤드램프 장착이 당연시되고 법으로도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만, 과거에도 과연 그랬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동차의 눈, 헤드램프 디자인의 변천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바람에 꺼지던 ‘등유램프’를 달고 달린 초기의 자동차

사실 최초의 자동차에는 헤드램프가 없었습니다. 헤드램프 장착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기술이 발달하고 자동차 사고 및 보행자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차츰 증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의무화 된 것인데요. 미국 고속도로 교통 안전국(NHTSA)에 따르면, 야간주행은 전체차량주행의 25%에 불과한데도 자동차 사망사고의 절반이 야간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어둠을 밝히는 헤드램프는 안전 운전에 있어 자동차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죠.


[1880s 아세틸렌 헤드램프]

출처: http://www.web2carz.com

1880년대 최초로 등장한 자동차는 야간 주행을 하지 않았기에 헤드램프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것이 1879년이었으니 전기로 작동하는 램프는 없었던 것이 당연합니다. 사람들이 야간주행을 하게 되면서 사용했던 첫 번째 램프는 등유를 사용한 랜턴이었습니다. 이 때 램프의 기능은 지금과는 다르게 상대편 차량이나 보행자에게 존재를 알리는 신호를 주는 정도에 그쳤고 지금과 같이 도로를 환하게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1900년대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자 이 때부터 등유 램프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요. 이 램프의 단점은 비바람에 잘 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아세틸렌 램프가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콜롬비아 전기차]

출처 : http://www.web2carz.com 

본격 전기 헤드램프의 등장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전기 헤드램프는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요? 전기 헤드램프는 1898년 코네티컷 주의 하트포트 소재 전기차 회사가 만든 콜롬비아 전기차에 최초로 장착되었는데요. 대중적으로 보급하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도로환경 상 진동으로 인한 필라멘트의 수명이 짧다는 점과 충분한 파워를 가진 소형 발전기 생산이 용이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1912년, C사가 델코사의 전기 점화기와 라이팅 시스템을 연동하여 현대적 자동차 전기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서 자동차에 있어 전기 헤드램프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1940년 실드빔 타입의 헤드램프가 개발되면서 미국 정부가 모든 차량의 헤드램프 사이즈를 7인치로 통일시켰는데요. 이로 인해 헤드램프의 디자인적 자율성과 기술의 발전이 이후 약 17년동안 제약을 받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1936_ hidden headlamp]

출처 : http://www.web2carz.com


헤드램프, ‘멋’ 내기 시작하다

1936년에는 최초로 팝업 또는 히든 타입의 램프가 등장합니다. 이는 곧 헤드램프가 점점 자동차 외관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램프는 야간주행 시에는 램프가 열리고 주간주행 시에는 램프가 닫히게 됩니다. 이 때, 공기 저항도 적어지고 외형상으로도 더욱 세련되게 보여 미려한 차체의 이미지를 강조 할 수 있기에 주로 스포츠카에 적용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램프는 유럽의 보행자 안전 법규 강화 추세에 의해 보행자 위험 요소로 간주되어 그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 팝업 램프가 나타난 시기는 헤드램프가 기능을 위한 도구에서 차체의 형태와 직결되는 중요한 디자인적 요소로 변모하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 벌브 타입의 램프는 시야확보라는 기능성을 위해 커다란 반사판을 필요로 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헤드램프의 사이즈를 일정 규모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램프 디자인에 제약 아닌 제약을 받고는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1962년에 최초의 할로겐 램프가 등장하고, 1991년 B사에서 최초로 HID(High Intensity Discharge) 램프를 선보입니다. 또, 2008년 A사는 LED(Light Emitting Diode)를 중심으로 램프의 사이즈를 줄이게 되지요. 


이러한 기술적인 발달은 디자인 분야에 상당한 자유도를 선사하게 되면서 각 자동차 회사는 저마다 앞다투어 혁신적인 헤드램프 디자인을 선보이게 됩니다. 


[현대자동차 헤드램프의 변천]


포니에서 코나(KONA)까지… 현대자동차 헤드램프의 변천사

이러한 헤드램프의 변천과정은 현대자동차의 역사에서도 확인 할 수 있는데요 1972년 출시된 포니의 표준램프를 기점으로 1982년에는 포니2에서 컨벤셔널 램프를, 1995년 아반떼는 플라스틱 렌즈와 다중초점 렌즈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대형 차량에서는 1992년에 출시된 그랜저가 프로젝션 램프를 채택하였고 1998년 XG그랜저는 HID램프를, 그리고 2007년 출시된 제네시스는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를 장착하게 됩니다. 


또한 2009년에는 에쿠스에 LED램프가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추가 설명을 드리자면 AFLS는 주행조건에 따라 헤드램프의 빔 패턴에 변화를 주어 운전자에게 최적의 시인성(Visibility)을 제공하는 시스템인데요. ECU와 캔 통신으로 차량상태 정보를 제공받아 상하좌우 구동모터에 의해 동작합니다. 다시 말해 스티어링 휠의 각도변화에 따라 헤드램프의 조사각이 변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치 사람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에는 LED 램프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안전과 시야확보 등의 기능적 요소와 동시에 자동차 외형의 디자인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LED 램프는 디자인의 자유도가 높은데 여러 개의 LED광원으로 디자이너가 원하는 형태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의 눈이 그 사람의 첫인상이 되는 것처럼 헤드램프도 차의 첫인상을 좌우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헤드램프는 각 자동차 회사가 추구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담긴 아반떼, 소나타 헤드램프 베젤]


현대자동차가 최초로 헤드램프에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개념을 도입한 것은 플루이딕 스컬프쳐의 디자인 철학이 도입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때의 헤드램프는 지금처럼 라이트 자체가 시그니처로 쓰이기 보다는 램프를 구성하는 베젤을 이용한 플루이딕한 이미지를 연출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차량의 전면부는 전체적으로 유동적이고 역동적인 인상을 주게 되었습니다.


[KONA 라이팅 시그니쳐]


최근 현대자동차는 소형 SUV 코나(KONA)의 출시 전 티징 이미지를 공개했는데요. 캐스캐이딩 그릴과 함께 강인한 인상의 헤드램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코나는 미국 하와이에 위치하고 있는, 해양레포츠가 유명한 세계 3대 커피 산지의 지명입니다. 이러한 네이밍을 통해 현대는 코나가 젊고 열정이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소형 SUV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티징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라이트 시그니쳐는 상, 하단으로 분리된 독창적인 헤드램프를 중심으로 역동성과 혁신을 추구하는 코나의 디자인적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헤드램프는 기술의 발전, 기능적 안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차량의 고유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적 요소로 그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첫 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램프 디자인의 변천 과정을 보면 앞으로의 진화 과정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요즘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요. 그렇다면 자율주행 차량에도 헤드램프가 필요할까요? 재미있는 상상을 하면서 글을 끝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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